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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Dec 01. 2020

설레임 가득, 춘천가는 길(3)

당신이 잘 살고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 설레임 가득, 춘천가는 길(2)



당신이 잘 살고 있다면


그는 6남매의 막내인데, 위로 무려 5명의 누나가 있다고 하네요. 그 누나들 중 4명이 모여 식당을 차린 것이 바로 <네자매 평강 막국수>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가게가 다소 작은 편이었는데, 3, 4년 전 이곳에 지금의 건물을 지으면서 옮겼고, 이때 그 또한 합류하여 2층에 빵집을 차린 거라 하네요.


그는 아직 전에 운영하던 마케팅 회사 일을 완전히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비록 현재는 직원이 없는 혼자만의 회사지만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마치 프리랜서처럼 짬짬이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네요. 그리고 목요일부터는 이곳 청평에서 빵집 사장으로 변신하는 거고요. 소위 투잡을 뛰고 있는 겁니다. 멋지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꽤나 힘이 들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처음엔 왜 투잡을 뛸까 다소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이해도 됩니다. 내가 잘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의 적절한 균형이라고 할까요? 마케팅 일은 굉장히 힘들긴 하지만 오랜 기간 해온 만큼 전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일이라 할 수 있고, 빵집 일은 로망이 있었던 만큼 즐겁고 재밌는 일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생각보다 상당한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저 로망만 가지고 접근하기는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2가지 일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여유가 되는 만큼 계속 병행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한가지로 다시 교통정리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시간과 선택이 필요하겠죠.


그와의 짧은 만남을 마무리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살고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아주 친하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소식이 궁금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다행스럽게도 SNS를 통해 그의 안부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번 만남도 그렇게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고요.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그것으로 흐믓해집니다. 친구가 잘 지내고 있구나. 다행이다. 앞으로도 잘 지내길.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되면 그것으로 또 좋을 테고. 잘 살고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것이 그와 저의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의암호를 걷고 산토리니를 마시다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춘천이란 이정표가 보입니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제일 먼저 어디로 갈까? 원래는 유기농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먹을 생각이었는데, 예정에 없던 친구를 만나 막국수와 감자전으로 든든히 배를 채웠더니 더 이상 밥 생각은 없네요. 그러면 좀 걷자. 의암호로 향합니다. 전날 리치팜과 통화를 하며 구경할 만한 몇 군데를 추천해 달라 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의암호 둘레길이었습니다. 호수 주위를 나무 데크로 둘러 걷기 참 좋다 하네요.


춘천 MBC 사옥 앞 주차장에 차를 댄 후 호수쪽으로 이동합니다. 바로 호수가 보이네요. 평일 오후, 바람이 살짝 불지만 춥지는 않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추운 날씨였는데 날씨가 풀려 다행입니다.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좀 있네요.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 젊은 연인들, 강쥐와 산책을 나온 사람들, 아이들과 늦가을을 걷는 사람들. 저마다의 표정이 즐거워 보입니다. 걷기 참 좋은 곳이네요. 넓은 호수, 그리고 햇빛에 반사되는 물결의 반짝임. 일상의 감사함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안동팀과는 강촌의 펜션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한시간 정도 남네요. 이번엔 어디로 갈까? 따스한 커피를 마시러 갑니다. 춘천에서 이미 핫플레이스로 많이 알려진 카페 ‘산토리니’로 향합니다. 주말에는 사람들로 꽉 찬다는데 그래도 평일이니 괜찮겠지. 그리스 산토리니의 종탑을 본따서 만든 조형물 덕분에 유명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 곳의 풍광은 상당히 좋습니다. 춘천 시내가 내려다 보임과 동시에 산 넘어 석양이 질 때는 그야말로 장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산토리니의 종탑이 그 배경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니 이 곳은 너무나 사진 찍기 좋은 핫플임에 틀림없는 듯 합니다. 아내와 함께 지는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잠시 후 어둠이 밀려들자 종탑에 불이 켜지네요. 오, 한층 더 운치가 깊어집니다. 일부러 찾아온 보람이 있네요.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blog.daum.net/adol2751/1567)


(4편에 계속)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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