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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Dec 04. 2015

당신의 태몽은 축복이었다

#6 태몽으로 확인하는 당신의 탄생 스토리

* 표지 이미지 : <태몽을 꾸다>, 김혜연 작품(2008년)

                                                                                                                                     


글을 통한 과거여행은 자신의 자서전을 쓴다는 기분으로 임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나의 살아온 역사를 정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역사의 뒤뜰 안에는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던 나날들도 있었을 것이고, 절망과 함께 깊은 나락에 빠져 허우적대며 고통에 신음하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순간순간들을 다 끄집어 내어 그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과 생각들이 현재의 나의 삶에 어떠한 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그 안에서 연결되어진 끈과 고리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 여행은 많은 시간을 소요로 하는 지난한 작업이다. 일순간 잠깐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 1주일이상 한달 정도가 소요되는 작업이다. 또한 연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하지 했다가 멈추었다가 하는 식의 단속적 방법으로는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날 수 없다. 그러므로 매일 고정된 시간에, 정해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벽 4시에 시작하여 6시까지 매일 2시간씩을 투입하여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시간에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다. 현실의 삶에 치여, 과거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면, 살아가는 앞으로도 쭉 과거는 과거로 묻혀질 수 밖에 없다.



당신의 태몽은 어떠했는가? 당신은 축복받으며 태어난 존재


이제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의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이미지로 박혀져 있는 장면들을 하나하나씩 들추어 보도록 하자. 


먼저 내가 이 세상의 처음 빛을 받아들이던 날,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물론 기억 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부모나 친척에게 자신의 태어나던 날 나는 어떠했는지 물어보자. 아마도 대부분 축복 속에 인생의 첫날을 맞이했을 것이다. 나를 맞이하던 부모 혹은 친척들의 그 날 기쁨과 행복의 순간을 들어 보고, 그 장면을 아로새겨 보자. 또한 나를 가지기 전 꾸었던 태몽이 있었다면 그것 또한 들어보도록 하자. 거의 대부분 당신은 지금과 같은 소심한 모습이 아닌 세상의 어엿한 한 존재로써 축복받는 삶을 시작했을 것이다. 어머니를 통해 들은 나의 태몽은 이러했다.


나를 잉태하기 몇일전 고추와 감자를 심어 놓은 텃밭에 나가 일을 하시다가 바구니에 고추를 담아 집으로 돌아오시는 꿈을 꾸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 꿈이 태몽이 아닐까하고 시아버지께 편지를 드렸다고 한다. 당시 부모님은 강원도 원주 구룡골이란 곳에서 살고 계셨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같은 원주인 봉산동이란 곳에 사셨는데 차로 가면 30분 안쪽의 거리이지만 1960년대 후반인 당시로서는 대중교통이 없어 왕래가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할머니께서 차만 타면 멀미를 심하게 하신 관계로 자주 뵙기가 어려워 할아버지와 어머니는 한달에 한번 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안부도 묻고 서로간의 생각도 털어놓으셨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 답장으로 보내오신 편지에는 뜻밖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도 거의 비슷한 날짜에 꿈을 꾸셨는데 새(어떤 새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을 못하셨다)를 안고 집으로 들어오셨다고 한다. 할아버지 말씀이 집안에서 어머니와 할머니 두 분이나 비슷한 꿈을 꾼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태몽이며, 아들일 것이라는 내용이였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어머니는 임신을 하셨고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집안의 어른들 모두 무척이나 기뻐하셨다고 한다. 왜냐하면 내가 장남인 형 이후로 8년만에 본 자식이기 때문이었다. 8년 동안 어머니는 두 번이나 유산을 하셨기 때문에 더더욱 둘째를 애타게 기다리셨다고 한다. 어머니가 기억하시는 나의 첫인상은 뽀얗고 무척이나 이뻐서 갓 태어난 아기같지 않았다고 한다. ^^;; 내가 태어난 날은 양력 6월 15일이었는데 그날 마당에는 심어 놓은 장미가 활짝 피어 온 마당 가득 장미향기가 가득 했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태몽 이야기를 하며 무척 즐거워하셨다. 옛날 기억 속 나의 모습을 회상하시며, 이미 커버린 자식이 아닌 아직 갓난 아기로서의 나를 돌아보시며 그 시절로 돌아가신 듯 했다. 그리고는 마무리 말씀을 해주셨다.


“차칸양야, 넌 축복받고 태어난거야. 그러니 자신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




하나의 인생이 시작되던 날, 우리는 각자 자신 만의 개성을 가지고, 무엇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내게 주어진 하나의 소명을 부여받은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으리라. 늦었지만, 지금 다시 내 인생의 첫 출발을 자축해보자. 나는 이 세상이,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신과 우주가 만들어 낸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상기하고, 스스로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한마디를 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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