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자신의 과거로 여행을 떠나보자
사람의 성격은 선천적이다. 가족과의 관계든, 타인과의 관계든 어떠한 사건, 사고, 일에 의해서도 자신 만의 고유한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다 타고난 대로 자신의 형질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본질에 의해 자신 만의 독특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소심은 후천적 영향이다. 삶을 살아가며 예기치 못한 혹은 불의의 어떠한 사건, 사고에 의해 각인되어진 하나의 상처인 것이다. 주홍글씨와도 같이. 풀어 보자면 사람의 성격은 교육, 학습 그리고 의지와 노력을 통해서도 바꿀 수 없는 것이지만, 이와 반대로 소심은 후천적이므로 바꾸거나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을 살펴 보았을 때 소심을 극복한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소심한 사람이 자신 만의 어떠한 노력에 의해 대범해지고, 적극적이며 주체적으로 일순간 확 바뀌어 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왜 그럴까. 왜 우리는 소심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악순환의 반복을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
그 가장 큰 이유는 소심의 발생 원천에 대해 스스로 제대로 파악하거나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소심이 시작되었는지, 어떠한 경위로 나의 성격 위에 소심이 덧씌워지게 되었는지, 왜 소심이 나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등을 본인 스스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은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그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거나 감추려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심한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 안에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진 소심을 자신의 성격 때문으로 치부하며 그로 인한 여러 수많은 불편한 상황들을 그러려니 하며 넘겨 버리려고만 한다. 소심의 극복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결국 소심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성격과 소심을 구분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심에 대해 파고 들어가야만 한다. 소심을 낱낱들이 다 헤치고 파악하고 분석해야만 한다. 그것이 소심을 극복하고 본래의 자신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다.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구적 모습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절대의 자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것을 ‘허상적 자아’라고 부른다. 반대의 개념인 ‘실제적 자아’는 자신의 내면 안에 꼭꼭 숨겨져 있다. 소심한 사람들은 소심에 의해 ‘실제적 자아’가 일반인보다 더 깊이 안쪽으로 숨어 들어가 있다. 그 본모습을 인지하고 밖으로 표출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자신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필요한 것이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자신의 소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인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서 유아기부터 현재까지의 자신에 대해 낱낱이 훑어 보아야만 한다. 일단 백지와 펜을 들고 책상에 앉아보자. 어떤 누구에게도 터치받지 않을 가장 조용한 시간대를 택해 자신 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늦은 밤도 좋고, 이른 새벽도 좋다. 가장 맑은 정신으로 자신의 살아온 시간에 대해 과거여행을 떠나보자.
과거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자신의 살아온 과정을 되새김질하고 낱낱이 뒤돌아 보는 과정에서 거름종이나 필터는 필요없다는 사실이다. 부지불식간에 어떠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고 어떠한 사건이 떠오를 때, 특히나 그러한 것들이 스스로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이라 무의식적으로 피하거나 빨리 지나쳐 넘어가는 등의 마인드의 필터가 작용할 때, 우리는 스스로 그것을 제거해야만 한다. 나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생각의 제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여행은 주관적이 아니라 철저히 객관적이 되어야만 하며, 마치 제3자의 시각에서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듯 그렇게 접근해야만 한다.
둘째, 건너뛰지 말자. 차근차근 하나하나 마치 돌다리를 두들기듯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생각들을 정리해 나가도록 하자. 떠오르는 생각, 사건, 일, 에피소드, 관계, 아쉬움, 그리움, 눈물, 탄식, 절절한 아픔, 흐릿한 미소 어느 것 하나 이 여행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리고 놓쳐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하나도 빼먹지 않도록 하자. 특히나 나의 감정을 움직였던 것들은 어떠한 표현을 쓰더라도, 심지어는 제대로 된 문장이 되지 않더라도 그 당시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자. 필요하다면 글이 아니라 녹음을 통해 말로 기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과거여행을 통해 나를 다시 알아가는 것이다. 그 당시 어린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을 고스란히 다시 경험해 보고, 힘들거나 괴로움에 고통 받던 어린 나 자신을 보듬고 안아주는 것이다. 시간의 경계를 뛰어 넘어 어린 나와 지금의 내가 감정이입(感情移入), 감정의 동화(同和)를 경험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멈추지 않도록 하자. 어느 순간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고 하자. 흐르는 눈물이 앞을 가리고, 어깨가 들썩거리며, 입에서는 참기 힘든 신음이 쏟아져 나온다고 하자. 그래도 글을 쓰고 있는 손은 멈추면 안된다. 그 감정을 그대로 느끼며 글은 진행되어야만 한다. 과거의 감정과 현재의 감정이 연결되어 소통되는 경험은 쉽지 않은 기회이다. 눈물이 멈추고 감정이 가라앉으며, 평상시의 평온한 마음을 회복한 후 다시 글을 쓰고자 한다면 그 느낌은 되살아 나기 어렵다. 그러므로 어떠한 감정의 소요가 일어나더라도, 한번 마음을 뒤흔든 그 일, 사건, 경험에 대해서는 마무리를 지어야만 한다. 이 여행의 일시중단은 어렵게 연결되었던 과거와 현재의 소통 경로를 스스로 차단해 버리는 것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