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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an 28. 2021

도요새와 노마드의 공통점

#78, 머무름에 대한 경고


살아 숨쉬는 갯벌에서 만난 도요새


지난 8월 2일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 주관하는 가족 갯벌 생태체험을 다녀왔다. 장소는 서천군 비인면 장도리 할미섬 인근 갯벌과 금강 하구 둑이었다. 자연은 늘 새로움을 준다. 삶의 생생한 모습이 섬광처럼 다가온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갯벌의 한 웅덩이에서도 생명의 신비는 살아있다. 길게, 칠게, 서해비단고동, 쏙 등 비롯한 갯벌에 구멍을 파고 사는 다양한 생물들의 살아가는 방식도 신기했다. 갯벌의 돌을 하나 뒤집자 나오는 수많은 생명들의 움직임이 새로웠다.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갯벌에 펼쳐진 수많은 게들의 구멍이 어지럽기만 하다. 이런 갯벌의 숨쉬는 생명이 육지와 바다를 이어주고, 민물과 해수를 이어져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갯벌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생물 중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도요새였다.


내게 필이 박힌 이유는 그들만의 독특한 이동방식이었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여 호주나 뉴질랜드의 해안에서 월동을 하며 봄이 되면 번식을 위하여 북상하는데 중간 기착지로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을 이용한다. 번식지인 러시아 툰드라지역의 습지까지 무려 10,000㎞ 정도를 이동하는 독특한 생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이들의 중간 기착지이다. 남반구에서 우리나라 서해안 까지 오는데 4,000km킬로미터를 삼일 밤낮이 걸리는데, 밤에는 별자리를 통하여 이동한다는 설은 이해가 되는데, 낮에 방향을 어떻게 잡는지는 아직도 베일에 쌓여있다. 좀도요 같이 크기가 20cm정도 되는 새가 장거리를 날아온다는 것이 참 신기하였다. 서해안의 넓은 갯벌과 풍성한 먹이는 이들에게 휴식을 주고 먹이를 통하여 다시 러시아나 알래스카 까지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도요새는 잠수나 수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갯벌을 좋아하고, 갯벌의 포식자답게 다양한 종으로 진화하였다. 우선 대부분 도요새의 등은 갯벌과 비슷한 짙은 갈색으로 하늘의 천적에서 보호해주고 있고, 몸통은 연한 하늘색으로 갯벌 속의 먹이감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해준다. 그들의 부리도 역시 갯벌에 살아가기 적합하게 진화되어 왔다. 좀도요 같이 부리가 짧은 종은 갯벌의 구멍속을 파기 보다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갯벌을 이동하는 갯지렁이나 게 종류를 먹고 산다고 한다.


<사진 #1 좀도요새>


부리가 조금 긴 중부리 도요나 뒷부리 도요는 갯벌을 마구 파헤쳐서 나오는 갯지렁이나 조그만 게를 집중적으로 사냥한다.


<사진 #2 중부리도요새>


아주 부리가 긴 마도요나 알락꼬리 마도요는 갯벌 깊숙이 살고 있는 칠게나 방게등을 사냥한다고 한다.


<사진 #3 알락꼬리마도요>



금강 하구둑에서는 주로 알락 꼬리 마도요가 긴 부리를 이용하여 갯벌을 누비고 게를 잡아서 흙을 털고 다리를 떼어내서 입에 먹는 멋진 장면을 보았다. 각자 신체구조에 맞게 적응하는 삶이 새로웠다. 획일적인 갯벌 사냥을 응용하는 누른 도요새의 사냥술은 보통을 넘어선다. 누른 도요새는 주로 지렁이를 먹고 살기 때문에 지렁이의 행동을 잘 알고 있다.지렁이는 땅이 건조할 때는 땅속 깊이 들어가 살다가 비가 내리면 신속하게 땅밖으로 기어나와 물에 잠겨 숨막혀 죽는 것을 피한다.지렁이가 비가 오는 순간을 이렇게 신속하게 포착하여 대피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빗방울이 땅을 때리는 진동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른 도요새는 땅이 건조하여 지렁이를 찾기가 힘들 때는 어미가 새끼들을 거닐고 나가 부리로 땅을 이리저리 찍어 비가 오는 것과 같은 진동을 내어 지렁이를 땅밖으로 유인하여 잡아먹는다.



머무름에 대한 경고


도요새들에게 가장 큰 적은 바로 사람이다. 개발논리에 따라 갯벌을 막아 농지나 산업용지로 사용하여 갯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한 갯벌의 오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인천에서부터 경기도까지 지도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서해안의 커다란 갯벌에 시화호나 새만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는 하나 새들한테는 치명적이다. 우리처럼 Gps나 지도를 보고 찾지 않고 본능적으로 머릿속에 저장된 위치는 그 위치가 잘못되었을 경우 다른 지역의 탐색자체가 불가능하다. 갯벌에 사는 게들도 반경 5m만 벗어나서 놓아주면 자기 집을 찾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작년에 왔던 도요새가 새만금에 가보니 갯벌이 없어졌다고 한다면 바로 죽는다. 도요새의 이동에 대해서는 남반구와 북반구를 다른 식물의 씨를 뱃속으로 이동하여 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람도 있고, 끊임없는 이동으로 약한 새는 중간에 죽는다는 자연도태설을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대부분의 일생을 이동에 바치는 도요새를 보면서 한 곳에 머무름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보게 되었다. 머무름은 바로 변화에 대한 거부이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칭기스칸은 자식들에게 머무르지 말라고 경고를 하였다. 끝내 이 말을 무시하고 성을 쌓고 머무르는 순간에 그들은 패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노마드는 좋아서 움직이는 게 아니다. 그들은 사라져버리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노마드가 된 것이다." 라는 토인비의 말도 도요새를 보면서 생생하게 다가온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님은 도요새를 보면서 새로운 이동과 도전을 포기하고 편하게 정착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호통을 친다.


새는 날갯죽지 하나로 망망대해, 수만리 장천(長天)을 목마름과 배고픔과 또 무서운 폭풍을 견디며 자신의 삶을 구현하는데 그 높고 먼 곳을 행여 야망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것이나 아닐는지. 높은 곳은 출세요, 먼 곳을 정복이라 생각하는 것이나 아닐는지. 오늘처럼 많은 부모나 사회 전반에서 젊은이들을 야망으로 내모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날갯죽지 하나로 자신의 삶 전체를 구현하는 새, 대학의 문안과 문밖의 차이가 있을 수 없으련만 생명의 원천인 흙 한 줌보다 지폐 한 장이 소중하다는 생활 철학에 찌든 현실에서는 문안과 문밖이 있을 뿐 하늘도 없고 땅도 없다. 따라서 문안에서는 쓸모없는 지식을 채워 머리통만 커졌지 삽자루 하나 안 잡는 왜소한 인간을, 한 분야만 파고들어서 한 부분밖에는 볼 수 없는 무식한 전문가를 양산하고 문밖에서는 자신의 삶을 장난감 망가뜨리듯 어렵잖게 내동댕이치는 추세가 현저한데 이들 양자가 어찌 높이 멀리 나는 도요새를 알까보냐.



끝으로 질문은 다시 나한테 온다. 과연 나는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인생의 변화와 도전을 본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3일 밤낮을 꼬박 날고 죽을 고비를 넘겨야만이 삶을 이어 갈수 있는 기착지에 도달해야 하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이러한 떠남을 해마다 죽을 때 까지 되풀이 할 수 있는지를.



                                                                                2007년 8월 5일


                                                                   -- 최영훈(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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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는 좋아서 움직이는 게 아니다. 그들은 사라져버리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노마드가 된 것이다." 


                                                                                                   - 아놀드 토인비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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