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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pr 15. 2021

괜찮습니다,
당신은 최선을 다한거예요

<에코라이후기본과정> 9기, 독수리 5자매를응원합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5420570)




사람은 그 어떤 고전보다 뛰어난, 한 권의 책입니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연히, 하지만 어쩌면 운명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인 ‘에코라이후 기본과정’을 통해 사람들을 계속해 만날 수 있고, 이들의 이야기를 아주 깊이 경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한 권의 책입니다. 그 어떤 고전보다 깊이가 있는, 그러면서도 무궁무진한 스토리와 감동, 회한, 아쉬움, 환희, 절망, 불굴, 뜨거움, 도전, 눈물, 각성, 담담함, 분노와 다스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야말로 파란만장의 역사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본인의 입으로 온전히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살 수 없고 또한 얻을 수 없는 귀하디 귀한 체험이자 큰 행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코라이후 기본과정>은 올해로 9년째 진행 중인 경제, 경영, 인문의 균형 찾기 프로그램입니다. 소수정예의 사람들이 모여 1년 여간 경제공부를 하고, 미래의 자신의 할 일과 더불어 어떻게 하면 인생을 보다 더 즐겁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여기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일단 본인의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각오와 더불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삶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찾아보겠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은 시간들은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 주어진 과제에 대해 오프로 만나 발표하고 토론하는 일정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중에 한 번은 색다른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4월의 한 주말, 1박 2일로 일상의 공간을 떠나 멤버들 앞에서 온전히 자신 만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겁니다. 다만 여기에도 몇 가지 형식이 있습니다. 저는 이 발표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그리고 아래 주제들을 이야기 안에 반드시 넣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발표과제 : '나란 사람'과 '나의 역사'에 대해 나누기!


 - 발표 내용 안에는 다음 사항들에 대한 묘사(설명이 아닌)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1.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이유(2가지)

 2 살아오면서 가장 슬펐던 순간과 이유(1가지)

 3.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가 된 순간과 이유(1가지)

 4.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그 이유는?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5. 지금 배우자를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결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현재의 결혼생활은 어떠한지.

 6.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과 '행복'에 대한 정의. 그리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하다 생각되는 조건/방법은?

 7. 내가 꿈꾸고 그리는 미래는? 그러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건은?

 8. 그 외 하고 싶은 이야기들

     

 - 발표방법

 1. 55분간 온전히 혼자서 이야기해야 하며, 그 시간 동안은 어느 누구도 개입하지 않습니다.

 2. 55분이란 시간은 반드시 본인이 책임져야 하며 절대 그냥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3. 정해진 시간이 넘어가더라도 절대 끊지 않습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이야기 맘껏 하시기 바랍니다.

 4. 그냥 이야기하되, 혹 아무것도 없이 말하기 어려운 사람은 간단한 메모를 해 와도 괜찮습니다. 단, 편지나 완전체의 글을 써와서 읽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5. 진실해야 하며, 스스로에게 솔직해야만 합니다.



방식도 그렇지만 발표할 내용들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합니다. 어쩌면 이 시간은 내 삶에 대한 고해성사와도 같습니다. 담담할 수 있지만 격정적일 수도 있으며, 과거의 아픈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억지로 봉해놓았던 그때의 아픔이 되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할지, 한다면 어디까지 꺼내 놓아야 할지 계속 고민과 번민 속을 번갈아 방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참여한 모든 분들이 용기를 냅니다. 몇몇 정말 소중한 사람들과 혹은 혼자만 간직했던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기억이란 것이 처음 생기던 그때의 가슴 아팠던 순간을 묘사하며, 때로는 삶의 환희가 바로 이것이며 이로 인해 삶의 힘을 얻는 과정의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제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라 할지라도 분명 한계는 있습니다. 배우나 성우가 전해주는 이야기에는 리얼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본인이 이야기하는 버전으로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가슴 한편이 울컥하기도 합니다. 안타까움이 온몸을 휩싸기도 하고, 분노로 인해 나도 모르게 욕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하기도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전혀 세상 풍파 겪지 않으며 살아올 것만 같았던 사람의 입에서 술술 풀려 나옵니다.



한번 사는 인생, 완벽하게 살기란 불가능하다


아무리 과정의 하나라 할지라도 진행자로서 이 시간은 솔직히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내가 과연 이 분들에게 (프로그램을 빌미로) 아픈 상처들을 털어놓으라 요구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힘들게 봉인해 놓았던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다시 되살아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 시간을 과정의 하나로써 프로그램에 추가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지금보다 인생을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성장하고 내가 원하는 인생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를 돌아보되 필히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처는 묻어두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물긴 하지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에 의해 그때의 아픔이 상기되는 순간을 만나게 되면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습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다 할지라도 트라우마는 그 순간을 그대로 복기하게 만듭니다. 특히나 어린 시절 혹은 성인이 되었다 할지라도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던 과거의 아픈 기억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자신의 내면에 남아 온전한 나, 독립적인 나 자신으로 서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방해합니다.


과거의 아픈 기억 중 거의 대부분은 나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시절에 벌어진 어쩔 수 없는 사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화가 필요합니다. 그 시간으로부터 한발 떨어져 어른의 관점으로 냉철히 다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불가피함은 그저 불가피함으로 놓아두어야 합니다. 굴레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마치 제3자의 눈으로 사고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딱 한번 살아갑니다. 한번 사는 인생, 완벽하게 살아가기란 불가능합니다.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또 많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볼 때 온전한 나의 생각과 의지, 결정으로 인한 선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과거의 좋지 못한 경험과 상처들이 그 선택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결코 완벽한 삶을 구가하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관계, 특히 내가 원치 않고 어쩔 수 없던 시간과 환경에 의해 온전한 나만의 삶을 살아가기란 어렵기 때문입니다.


삶이 어쩔 수 없음을 대변하기도 하고, 또한 그동안의 삶이 온전한 나의 결정과 선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 제대로 된 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1차적 명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객관화의 눈이 필요합니다. 마치 고전소설을 읽듯 감정이입을 하되, 남과 타인의 중간점에서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주말 5명의 책을 읽었습니다. 아니 오디오북이라 할 수 있겠네요. 가슴이 아픈 순간도, 터질 듯한 행복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나라면 과연 저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위대한 선택들도 있었고, 더 나아가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발표자 모두 담담했지만 무척 힘든 시간이었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음이 지배했던 시간이었으니까요. 다행인 건 이제부터라도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온전한 성인이 된 지금, 올바른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하나씩 바꿔나가면 됩니다. 용기와 실행, 딱 2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완벽하게 바꿀 수 없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일단 나 자신을 돌아봤고, 또 객관화했으며 이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생각과 결단을 내렸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과거의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에코라이후 기본과정> 9기, 독수리 오자매가 만들어 갈 멋진 삶을 가슴 뜨겁게 응원합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 경제일기를 통한 경알못 탈출 프로젝트!(https://cafe.naver.com/moneystreamha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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