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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an 05. 2022

종종의 종종걸음을 응원합니다!

커리어 우먼이며 동시에 덕후이기도 한 그녀의 이야기


그녀는 ‘종종’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합니다. ‘종종걸음(발을 가까이 자주 떼며 빠르게 걷는 걸음)’의 줄임말이라 하네요. 물론 이름에 ‘종’이란 글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연유한 닉네임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그녀의 작은 체구에 비해 상당히 빠른 발걸음을 보노라면 저절로 종종걸음이란 단어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몇 번 그녀를 쫓아가려는 시도를 해보기는 했지만, 제 느린 걸음걸이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죠.^^


그녀는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10기 연구원입니다. 제가 4기 연구원이니 제게는 후배(나이도 제가 좀 더 많은 대인배... 흠흠)인 셈이죠. 그녀의 경력을 보면 ‘헉’ 소리가 날 정도인데요, 미국 인디애나대 언론대학원에서 유학한 후 세계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PR, 기업 PR 등의 일을 했고 여전히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인으로 활동 중입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다소 차갑고 시니컬한 표정을 지닌 커리어 우먼이 떠오르지 않나요?



하지만 그녀가 2014년 연말에 출간한 『어이없게도 국수』라는 책을 읽고는 정말 ‘어이없게도’ 그녀에 대한 선입견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잘못 본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 안에는 음식, 특히 면에 대한 애정과 갈증 그리고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연민이 느껴졌죠. 게다가 약간의 ‘덕후 삘’까지 느껴질 정도였고요. 그녀는 쿨하게 인정합니다. 본인을 ‘혈관 속에 냉면 육수가 흐르는’ 뼛속까지 진정한 모태 면식수행자이자 덕후라고 말이죠. 덕후기 때문에 덕질을 하고, 더 나아가 덕행을 하고 있다네요.



연구원 후배였지만 


사실 그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저 모임이 있을 때 눈인사를 나누고 잠깐씩 안부 정도를 묻는 정도였죠. 그랬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위에 쓰여 있는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녀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을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녀가 제게 개인재무컨설팅을 신청한 겁니다. 응? 왜지? 처음엔 잘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기업 임원 출신인 그녀가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을 리는 없을 텐데 말이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사실 재정적 문제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워낙 연봉 자체가 컸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건강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고 몇 개월 쉬는 동안 그녀에게 미래 경제에 대한 불안이 다가왔습니다. 만약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수입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면, 현재의 씀씀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대답은 ‘노’였죠. 게다가 직장을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도 잘 몰랐고요. 그래서 제게 SOS를 청했고, 조용한 카페에서 서로 마주 앉게 된 겁니다.


2번에 걸친 만남으로 그녀를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그녀는 커리어 우먼은 맞지만, 절대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한번 터지면 마구 쏟아져 내리는 수다쟁이 아줌마의 면모가 더 강했죠. 게다가 절대 평범한 사람으로부터는 들을 수 없는 덕후의 세계는 환타스틱 할 정도였고요. 컨설팅을 마치며 2번의 만남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저의 바램을 알았는지 


그녀와의 인연은 다시 새롭게 이어졌습니다. 작년 1월 그녀가 제가 운영하고 있는 경제·경영·인문의 균형찾기 프로그램인 <에코라이후 기본과정> 9기에 지원했기 때문이었죠. 그녀는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써 놓았습니다.


저는 웃기고 당당하고 스타일리쉬한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그것이 제 오랜 꿈입니다당당하고 웃기려면 책을 많이 봐야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고 좋아서 하는 일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돈이 있어야 합니다할머니가 스타일리쉬하려면 특히나 돈이 받쳐줘야 합니다그리고 할머니가 되기 전에 두 아들들이 멋진 성인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제가 단단히 버텨줘야 하죠. (중략그런데 회사인으로서 고액 연봉이라는 마법을 더 이상 누릴 수 없을뿐더러 아예 은퇴를 각오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그러니 일단 지금까지 내버려 두었던 나의 작고 소중한 돈들을 어떻게든 관리하며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에코라이후에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혼자서는 절대로 안 할 것 같아서요차칸양님과 동기들에게 묻어가며 어떻게든 경알못에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할머니로 만들어줄 좋은 습관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그리고 지난 5년간 아예 손을 놓았던 글쓰기 습관을 다시 만들려는 것도 중요한 동기입니다.


지원서를 읽으며 ‘풋!’하며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웃기고 당당하고 스타일리쉬한 할머니’라니? 역시나 종종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다시 이어진 인연으로 인해 작년 한 해를 거의 매달 한 번씩 그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개인에 대한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의 특성 덕분에 그녀를 보다 더 자세히 알게 되었죠.


그녀는 제가 만나본 사람 중에도 손에 꼽을 정도의 뜨거운 사람입니다. 가슴 안에 책(추리, 호러, SF), 만화, 음악, 면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차고 흘러넘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하드웨어가 조금 부실하다 보니, 그 이야기들을 정리해 세상 밖으로 잘 내보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는 겁니다. 또한 한 가지만 파고드는 덕후의 특성이기도 한데, 멀티 플레이를 잘 못하다 보니 마음과 다르게 엄마와 아내, 직장인, 자식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죠.


그녀와 오프모임을 위해 전주까지 함께 갔던 일이 떠오르네요. 10월 황금연휴로 기차가 모두 매진되어 어쩔 수 없이 제 차로 가게 되었죠. 차에는 저와 종종 그리고 반짝이란 친구가 함께 했는데, 초반부터 길은 엄청나게 밀렸습니다. 안 밀리면 2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세상에나 무려 5시간 반이나 걸려 도착했네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간 내내 수다뿐 아니라 좋아하는 노래도 엄청 들었기 때문이었죠. 그녀가 음악 덕후라고 했죠? 세상에 어쩜 주옥같은 노래들을 어쩜 그리도 많이 알고 있는지, 그녀는 그야말로 과거 음악다방 DJ 같았습니다. 뭐랄까요, 숨겨진 명곡 메들리라고나 할까요? 눈과 몸은 운전으로 피로했지만, 귀와 입은 아주 제대로 호강한 하루였습니다.^^


너무 많은 곡을 들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녀와 제가 픽한 노래 한곡만 소개할게요. 신해철과 윤상이 협업한 <노땐스>(1996년)라는 앨범이 있는데, 그 수록곡 중의 하나인 ‘달리기’란 노래입니다. 과거 유행했던 전자음악으로 너무 빠르지 않은 미디어 템포이지만 은근 중독성이 있고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노래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dzzj5rqCHo




<에코라이후 기본과정>을 마치며 종종은 이 1년여의 시간을 ‘바닥을 치는 가운데 숨통이 트일 수 있었던 시간’이라 표현했습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저 또한 그녀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때마침 그녀가 오늘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변화경영연구소의 마음편지(http://www.bhgoo.com/2011/869944)를 쓰기 시작했네요.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다는 그녀의 열망이 도전을 이끌어 낸 듯싶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2014년 이후 끊긴 그녀의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고, 더불어 그녀가 쓰고 싶어 하는 '코믹 호러 SF 판타지 소설'을 읽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그녀가 바라는 대로 ‘웃기고 당당하고 스타일리쉬한 할머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 빠르지 않은, 하지만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는 그녀의 종종걸음을 뜨겁게 응원합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이미지투데이)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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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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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은 직접 대면과 온라인(화상) 방식 2가지가 있으니 본인의 상황에 따라 신청하시면 됩니다. 직접 대면이 꺼려지거나 거리상으로 먼 지방 거주자의 경우 온라인 방식을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재무, 투자 그리고 인생 준비를 위한 여러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의 많은 관심 바라며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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