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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r 17. 2022

인생의 선택을 할 시기가 온다면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할 건가요?


지난 화요일 


모처럼 만에 예전 다니던 회사의 동기 두 명을 만났습니다. 저처럼 이들 또한 퇴사했지만, 동기들은 현재 회사의 대리점을 받아 계약직 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리점을 운영하면 전체 매출의 8%를 수수료로 받습니다. 보통 약 월 1억~2억 사이의 매출을 올리는데, 평균인 1.5억으로 계산한다면 대리점장이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월 1,200만 원 정도 됩니다. 여기에서 월세, 전기세, 각종 세금 및 경리 직원 월급과 4대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대개 절반에 해당되는 600만 원 정도를 자신의 소득으로 챙길 수 있죠. 열심히 노력하여 매출을 더 늘릴 수 있다면 추가적인 소득도 가능하고요.


한번 대리점을 받으면 평가 점수 하위 5%에 해당되지 않는 한 만 65세까지 대리점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실적이 좋으면 3년 연장도 가능하죠. 그러니 최대 만 68세까지 대리점 사장(계약직이긴 하지만)으로 일할 수 있는 겁니다. 꽤 좋죠? 하지만 아무나 대리점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서 일했던 직원들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가는데, 그중에서도 지점장, 본사 팀장, 영업 소장 등 최소 중간관리자급 정도 되어야만 수혜를 누릴 수 있죠.


그러다 보니 퇴사가 예정된 직원의 경우, 심지어 회사를 다니는 직원들까지도 거의 모두가 대리점 받기를 원합니다. 생각해 보시죠. 지금과 같이 돈 벌기 어려운 시대에, 나이 또한 4~50대가 되어 재취업도 쉽지 않은 상황에, 500만 원 이상(물론 대리점 위치에 따라 2~300만 원 밖에 되지 않는 곳도 있긴 합니다)의 꾸준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면 그 누구도 탐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전 회사의 동기들을 만나면 


아무래도 회사 이야기가 주가 됩니다. 저는 대부분 듣기만 하는 편인데, 이미 회사와는 과거의 인연만 있을 뿐 현재는 아무런 끈도 없기 때문이죠. 이야기의 주제는 회사 정책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루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무래도 영업 현장과 본사의 정책과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불만과 함께 안타까움이 더해져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죠.


동기 하나가 제게 갑작스러운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근데 너는 왜 대리점 안 받았냐?”


몇 년 전 대답을 했었는데 까먹었나 봅니다. 하기사 3년 만의 만남이니 그럴 만도 하죠. 회사와의 인연을 끊고 싶었다 말하니 살짝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네요. ‘대리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며 부연 설명을 하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이어 추가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작년엔 얼마나 벌었냐?”


4,000만 원 좀 넘게 벌었다 하니, 얼굴 표정이 그다지 밝지 못하네요.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대리점장을 하면 최소 6,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도 벌 수 있는데, 고작(?) 4,000만 원이라뇨. 돈을 생각했다면 당연히 저 또한 대리점을 하고 있어야 할 겁니다. 일하기 싫다면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대리점 운영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저는 제 할 일을 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소득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월 200~300만 원의 부수입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좋은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겁니다. 동기 입장에서 보면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죠. 또 하나의 질문이 날아옵니다.


“재밌냐?”


최대한 간단하게 답했습니다. 


“재밌어 죽을 것 같다.^^”


그러자 동기가 약간 한숨 비슷하게 내쉬며 말합니다. 


“그래, 그러면 됐다.”



돈이 중요하긴 합니다. 


돈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결코 돈이 내 인생을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리점을 두고 고민하지 않았을까요? 많이 했죠. 저 또한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언제까지 돈에 휘둘리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 게다가 그 돈을 받기 위해서는 아무리 싫더라도 회사가 시키는 일을 해야만 합니다. 인생 2막에서는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하며 돈을 벌기는 싫었습니다. 거의 25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적게 벌더라도 내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었습니다. 내 인생인데, 내 마음대로 살지 않으면 죽을 때 너무나도 후회를 할 것 같았습니다.


물론 회사에 있는 동안 여러 준비를 했었습니다. 강의와 프로그램을 위한 공부도 하고, 수입 포트폴리오도 쪼갰습니다. 또한 적은 돈으로도 큰 무리 없이 살 수 있도록 지출 관리도 했죠. 그래서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감은 걷어낼 수 없었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걸어야 했으니까요.


경제적으로는 대리점을 하는 게 맞았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통해서는 큰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죠. 하지만 전 무척이나 만족스럽습니다. 당장의 경제적 수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는 지금 제가 원하는 길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큰돈을 벌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단지 제가 돈에 휘둘리지 않고 제 삶을 제 생각대로 만들어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직장인일 때의 제가 저의 본심과는 상관없이 회사가 시키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에 불과했다면, 지금의 저는 제 생산성과 브랜드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양초의 작은 밝음이지만, 세상의 어둠에 조금이라도 빛이 될 수 있기에 제 삶은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헤어질 즈음, 동기들이 한숨 조로 말합니다. 이제 그만두고 싶다고 말이죠. 경쟁에 지치고, 회사의 불합리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이제는 지겹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일마저 그만둔다면 돈줄이 끊기기에 이들의 말은 어쩌면 투정에 불과할 것입니다. 사실 속마음은 만 65세를 넘어 68세까지 할 수 있기를 바랄 겁니다. 이만한 다른 대안도 없으니까요.


살아가다 보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반드시 옵니다. 그 선택은 퇴직이나 이직, 재취업 등에 대한 것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느냐, 아니면 진짜 나만의 일을 하느냐의 차이일 것입니다. 또한 돈이 내 인생을 좌우하느냐, 혹은 돈이 아닌 내가 바라는 삶 자체를 보고 가느냐의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생은 유한하기에, 우리는 인생을 멈춰 서서 제대로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인생의 마무리를 앞뒀을 때 후회하지 않거나, 혹은 최소한의 후회 만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택의 시기가 온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ppss.kr/archives/222705)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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