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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y 18. 2022

소풍 같은 강의를 다녀오며(전편)

5월 14일(토), 경북교육청 영덕도서관 강의를 다녀오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5월 14일(토)에 경북 영덕까지 어떻게 갈까 말이죠. 차를 가지고 가면 집인 용인으로부터 최소 3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나오네요. 화창한 토요일이니 아마 그 이상 걸릴 겁니다. 도서관 담당자분이 알려주신 대중교통 루트를 보니 이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로 가서 KTX를 탄 후 포항까지 간 후 그곳에서 다시 영덕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갈아타야만 합니다. 집에서부터 걸리는 시간을 따지면 최소 편도 4시간이 넘는 여정입니다.


어떻게 할까? 그래, 소풍 컨셉으로 가자. 기차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장소로 떠나는 강의 여행을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열차 환승이라니, 여기에 무궁화호는 얼마 만에 타보는 것인가. 즐길 요소가 많았습니다. 소풍이라 생각하니 마음도 살짝 들떴습니다.


서울역에는 사람이 많더군요. 오전 10시 45분 출발인데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아침 겸 점심으로 커피와 간단한 빵을 먹습니다. 그리고 포항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탑니다.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네요. 화창한 5월의 봄입니다. 한강을 건너 노량진역을 지나 기차는 금방 첫 번째 정차지인 광명역에 도착합니다. 기차 안은 금세 사람으로 가득 찹니다.


가지고 간 책을 펼칩니다. 대하소설 『장길산』 11편(12편 완결)입니다. 어쩌다 보니 꽤 오랫동안 읽고 있네요. 벌써 시리즈를 끝냈어야 했는데 3월부터 강의가 많아지다 보니 아직도 잡고 있습니다. 끝이 궁금하긴 합니다. 전국에 걸쳐 민심을 모아 조직된 활빈 녹림당의 마지막 혁명이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기 때문이죠. 이 책을 읽다 보면(다른 대하소설도 그렇지만) 도대체 작가의 역량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특히나 여러 광대패와 무당들이 부르는 민요들은 얼마나 절절하고 가슴을 찌르는지... 아마도 오랜 자료 수집을 통해 구한 것이겠지만, 이를 원래의 이야기인 양 잘 버무려 풀어내는 것은 작가의 힘일 겁니다. 게다가 수많은 등장인물들마다의 사연들은 어떤 때는 허탈한 웃음을, 또 어떤 때는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메인 주인공은 장길산이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라 할 정도로 서사에는 사람들이 퍼뜩이는 물고기마냥 살아 숨 쉬고 있네요.



기차여행이 좋은 이유는 


잠이 잘 온다는 겁니다. 스르르 눈이 감기면 저절로 잠에 빠져들죠. 기차 특유의 약간의 미동이 마치 엄마의 토닥임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잘 자라 내 아기~^^ 기차는 대전을 거쳐 오송 그리고 동대구로 들어섭니다. 이제 포항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네요. 대구에 와 본 지도 꽤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간 여행 자체를 많이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떠오르네요. 그래, 이만해도 얼마나 나아진 것인가. 이제는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퇴보가 아닌 보다 나아진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드디어 포항에 도착했습니다. 2시간 30분. 기차가 빠르긴 하네요. 이제 영덕행 무궁화호로 갈아타야만 합니다. 환승시간은 10분 정도네요. 서둘러 승강장을 올라 무궁화호 타는 곳을 찾습니다. 다행히 바로 눈에 띄네요. 그런데 헉... 기차의 외양이 왜 이렇게 오래되어 보이는 걸까요? 페인트가 벗겨진 곳도 있고, 전반적으로는 낡은 티가 확연해 보입니다. 그래, 언제 적 무궁화호야. 옛날 비둘기호(아재 티 팍팍 나네요...)가 무궁화로 대체된 것이니 말이지...


(가까이서 보면 의외로 낡은 티가 많이 납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기차 내부는 의외로(!) 정갈했습니다. 게다가 어린 학생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왜 그럴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더군요. 영덕행 무궁화호는 종점인 영덕을 포함해 4군데 정거장에서만 정차합니다. 이 구간은 2018년에 개통되었는데 원래는 버스로 1시간 이상 걸리는 포항까지의 소요시간을 35분 정도로 단축시켰고, 비용 또한 2,600원으로 그리 비싸지 않다 보니 학생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겁니다.


(포항-영덕 무궁화호 내부, 출처 : 나무위키)


달리는 기차 창을 통해 동해 바다가 멀리 시야 속으로 들어옵니다. 푸르름이 한가득. 청명한 하늘과 더불어 채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바다와 하늘은 같은 동류(同類)네요. 문득 기차에서 내려 바다를 구경하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납니다. 오늘 같이 햇살 따스한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워. 하지만 정신 챙겨야죠. 소풍은 소풍이되, 오늘은 목적이 있는 소풍이니까요.



불과 30여 분. 기차는 어느덧 영덕역에 도착합니다. 거의 2시가 다 된 시간. 도서관 담당자분이 환한 표정을 지으며 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그리곤 차를 얻어 타고 오늘의 목적지인 영덕도서관으로 향합니다. 3, 4분 정도 소요되었나 봅니다. 진짜 가깝네요! 원래 강의는 2시부터인데, 기차 시간 때문에 2시 10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도서관 멋지지요? 내부는 더 이쁘게 꾸며 놓았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 도중 담당자분께 한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어떻게 제게 연락하게 되었는지 말이죠. 제가 유명 강사(!)가 아니다 보니 분명 찾기 힘들었을 텐데... 영덕도서관 관장님이 경제 관련 강의에 관심이 많았고, 검색하다 보니 다른 도서관에서 강의한 적이 있어 소개받아 연락하게 되었다고 하시네요. 다행입니다. 덕분에 이렇게 소풍까지 와서 강의를 할 수 있어서 말이죠.^^



(후편에 계속)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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