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은행은 계속해서 기준금리 동결만 하는 걸까?
경기는 오르락내리락하며 순환합니다. 마치 등산을 하는 것과 같아요. 정상에 도달하면 반드시 밑으로 내려와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현재 경기는 바닥쯤에 위치해 있다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완전 바닥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땅을 뚫고 지하로 지하로 내려갈 수도 있죠. 현재까지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흔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도 지금 바닥까지 내려왔으니 이제 웬만하면 올라갈 일만 남았네. 조금만 참고 견디면 살림살이 좀 펴지겠네, 하며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알 김상중 버전...) 안타깝게도 계속해서 꽤 오랫동안(심리적이라 할지라도) 현 바닥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어요. 지금의 고통이 나아지지 못한 채 쭉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한국의 기준금리가 무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9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바닥을 탈출하여 경기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반드시 물가가 잡혀야만 해요. 옥상에 있는 물가를 올가미로 단단히 묶어 끌어내려야만 합니다. 전편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아직도 2%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죠? 이 수치가 최소 2% 아래에서 머물러야만 해요. 그래야 국민들이 물가로 인해 덜 고통받게 됩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하시는 분들이 줄곧 민생 안정을 외치고 있는데, 소위 국민들의 경제적 삶이 편안해지기 위해서는 무조건 물가부터 잡아야 합니다. 어찌 보면 민생 안정을 외치기 전에 무조건 물가부터 잡겠노라고 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대부분의 국민들이 많은 소득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계획적인 틀 안에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적이며 필수적인 경제 조치가 바로 금리를 낮추는 것이기 때문이죠. 금리, 즉 돈의 가치가 낮아지게 되면 시중에 돈이 풀림과 동시에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게 되며 자연스레 돈의 순환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고, 기업들 또한 장사가 잘되다 보니 직원들의 월급뿐 아니라 상여, 인센티브까지도 안겨주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주시해야 할 사안은 우선적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지를 매의 눈으로 봐야만 해요. 즉 2% 밑으로 내려오는 지를 지켜봐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런지 그리고 정부에서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는지, 더불어 향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지를 잘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물가안정 책임 기관인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도 잘 챙겨야만 합니다. 여기서 금리 조정을 통해 물가를 잡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으니까요. 만약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떤 특단적 조치 없이 물가는 내버려 둔 채 계속해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만 한다면 이는 (다소 비약이긴 하지만) 직무유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 물가로 인한 고통을 그냥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에요.
차라리 ‘힘들어도 좀 참아. 조만간 좋은 날이 올 거야.’라고 직접적으로 위로라도 해주면 ‘그래. 어떻게든 똑똑한 사람들이 좋은 방법을 찾아줄 거야.’라고 생각하겠건만, 안타깝게도 책임자들의 답변은 매번 똑같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이 부진해서, 무역수지가 안 좋아서, 건설 경기가 침체되어, 미국과의 금리차가 커서, 중국 경기가 안 좋아서, 환율로 인한 격차가 더 커질 것 같아서 등.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유를 대려면 수십 가지, 아니 수백 가지도 댈 수 있어요. 그러나 그 와중에도 고통스러운 것은 국민들의 몫이 되고 마는 겁니다.
워워, 일단 흥분 좀 가라앉힐게요. 냉정함을 찾아야겠어요... 사실 이렇게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는 골든 타임(Golden Time,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가장 적당한 시간대 또는 재난이나 사고 발생 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대)을 놓쳤기 때문이라 할 수 있어요. 2023년 1월 3.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시킨 이후 최소한 1, 2회(3.75% 혹은 4.0%)만 금리를 더 높였더라면 지금 물가는 분명 2% 아래로 내려와 있을 겁니다. 그러면 두 번째 경기 안정 조치인 금리인하를 시행함으로써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 겁니다. 소위 희망의 빛이 보이는 거죠.
그러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지금이라도 금리를 높이면 안 될까? 네, 안타깝지만 어렵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이란 이름의 선수 또한 체력적으로 상당히 많이 소진된 상태라 금리인상이라는 강펀치를 한방 맞게 되면 그대로 다운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KO까지는 아니겠지만, 치명타가 될 수 있어 지금은 금리인상이라는 처방전을 쓰긴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극약처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1년 전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멈추지 않고 최소 한, 두 번 더 올렸어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 시기가 바로 골든 타임이었던 거고요.
이제는 장기전이라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 시간을 버티고 감내하는 것 또한 국민들의 몫인 거고요. 일단 작년에 이어 2024년 또한 많이 고통스러울 겁니다. 설사 하반기에 물가가 잡히고 금리가 인하된다 할지라도 금방 경기가 좋아지지 않습니다. 흐름을 타야 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낙관으로 가득한 의미 없는 기대감은 접어두시고, 마치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 위기상황이라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장기전에는 잘 버티는 사람 만이 살아남는 겁니다.
한국은행의 다음 기준금리 결정 회의는 4월 12일에 있네요. 그때가 되면 무언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작정 계속 금리만 동결하는 것이 아닌 작은 변화라도 있으면 좋겠고, 만약 10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지금까지처럼 ‘두고 봅시다’가 아닌, 제대로 된 방향성을 잡아 무언가 확실한 언질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들의 희생이 아닌, 정말 국민들의 안정적인 경제적 살림살이를 위한 정책과 조치들이 이어지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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