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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pr 17. 2024

머리털 나고 첫 탁구대회 출전기(전편)

첫 경험의 떨림, 짜릿함 그리고 행복



본격적으로 탁구에 입문한 지도 


이제 만 2년을 넘기고 있네요. 첫 1년은 일주일에 2번, 그리고 작년부터는 거의 평일 오전마다 탁구를 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중독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행복한 중독입니다. 한번 가면 거의 4시간을 치다 오는데, 사실 탁구가 구기종목이라 그렇지 헬스라 생각한다면 4시간은 어휴...


덕분에 살이 많이 빠졌습니다. 유산소 운동이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좋은 건 팔 근육 외에 다리 근육도 많이 잡혔다는 거예요. 최근에 탑스핀(드라이브)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이렇게 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다리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죠. 딴딴해진 허벅지와 종아리를 보며 혼자 흐뭇해하기도 합니다. 자뻑이지만 말이죠.^^


꾸준히 늘어나는 탁구실력과 대비해 작은 꿈이 하나 생겼습니다. 정식 대회에 나가 다른 사람들과 겨뤄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었죠. 유튜브에 올라오는 각종 대회 영상을 보며 살짝 자만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저 정도라면 나도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최소한 정식 대회에 처음 나가는 사람들이 자웅을 겨루는 새싹부(9부)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했죠.


마침내 기회가 왔습니다. 지난 4월 14일 용인시에서 주체하는 탁구대회가 열린 겁니다. 때는 이때다, 탁구클럽을 통해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오전반에서는 저를 포함 2명(두 분 다 여성분)이 신청했는데, 한 명은 이미 작년 말 대회에 출전하여 3위로 입상함으로써 이번 대회부터는 한 부 승급한 8부로 나가는 분이었습니다. 사실 이 분을 보며 나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긴 했죠. 제 실력이 조금 더 낫다 봤거든요. 물론 남녀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죠.


출전 신청을 한 후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작은 변수가 생겼습니다. 단식을 나가는 김에 복식도 나가보지 않겠냐는 권유가 들어온 겁니다. 그래? 어차피 나가는 거, 복식까지 뛰면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같이 뛸 파트너가 탁구에 입문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그리 실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뭐 그래도 경험 삼아 나가봐도 재밌겠다란 생각을 했죠. 그리고 그분과는 이벤트 경기라 생각하고 신나게 즐기고 오자 했고요.



어느덧 시간은 흘러 


대회날 아침. 9부 남자 단식 예선은 오전 8시 30분에 시작되는 일정이었습니다. 대회 장소는 용인실내체육관이었고요. 미리 나가 몸을 풀기 위해서는 조금 서둘러야만 했습니다. 같이 참가하는 분 중 한 명이 차를 가져가기로 한 덕분에 저도 얻어 타고 갈 수 있었죠. 목적지에는 아침 7시에 도착했습니다. 주차 후 짐을 빼서 체육관으로 들어가니 뚜둥~!! 드넓은 체육관 내부에 탁구대가 무려 28대가 펼쳐져 있네요. 마치 군부대 연병장에 군인들이 각 맞춰 도열해 있는 듯했습니다. 장관이었습니다. 드디어 이런 곳에서 뛰어보는구나. 살짝 감격스러웠죠.


일찍 도착한 덕에 빈 탁구대가 많아 그중 한 곳에 자리 잡고 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어, 그런데 뭔가 살짝 다른 느낌이네요. 공이 좀 무겁다? 그래서 공의 속도가 약간 느리다? 먼저 대회를 경험했던 분의 말로는 체육관의 천장이 워낙 높다 보니 공기압이 일반 탁구장과 달라 이런 차이가 생긴다 하네요. 아, 그렇구나. 그래서 경험이 필요하구나. 4~50분가량 몸을 푸니 살짝 땀이 납니다. 이쯤에서 물 한잔 마시며 휴식을 하고 본격적인 경기를 준비하기로 합니다. 둘러보니 이제는 모든 탁구대가 사람들로 꽉 찼네요. 그런데 치는 수준을 보니 실력의 차이가 조금 있을지언정 초보자는 아예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이 사람들이 대회 첫 출전하는 분들이 맞는지 의심 갈 정도였네요. ㅠ


8시 30분을 조금 넘어 참가자 호명과 함께 본격적인 예선전이 시작됩니다. 남자 9부는 총 42명이 출전했고, 3명이 한 조(총 14개 조)로 겨뤄 그중 2명이 본선에 올라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참가자의 대부분은 용인시 탁구클럽 소속이었지만 회사 동호회와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신 분들도 있었죠. 드디어 시합이 시작됩니다. 3명이 한 조다 보니 한 명은 심판을 봐야 하는데, 저는 심판을 보게 되었죠. 자리에 앉자 비로소 두근두근 떨려오기 시작합니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시합 중인 두 사람은 정말 진지하네요. 최선을 다해 일구 일구에 집중합니다. 그럼에도 점수는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회사 동호회로 출전하신 분이 더 여유 있게 잘 치네요. 세트 스코어 2-0로 게임 끝.


드디어 저의 차례입니다. 탁구대에 서서 랠리를 하는데 순간적으로 공도 잘 안 보이고 호흡도 가빠집니다. 다리도 후들후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온전히 시합을 치를 수 있을지... 그래도 시합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제대로 공을 때리기는커녕 쫓아다니기도 바쁩니다. 특히나 상대가 왼손 펜홀더 전형이라 익숙하지 않은 관계로 찬스는 계속 주고, 오는 찬스는 실수하고 좌충우돌 상황이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1세트는 비등하게 흘러가네요. 다행스럽게 상대방도 실수를 좀 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어렵게 만든 듀스 상황. 그러나 어이없는 연속 실수로 1세트를 넘겨주고 맙니다. 아쉽지만 잘했어! 2세트는 조금만 더 집중하면 가능성 있어! 그러나 그건 저의 바람일 뿐이었죠. 몸이 풀린 상대에게 2세트는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한 채 패하고 말았습니다. 세트 스코어 2대 빵. 완패였습니다. 



그래도 아직 한 경기 더


남았습니다. 여기에서만 이기면 예선 통과입니다. 이어 2번째 경기가 시작됩니다. 상대 또한 전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에 이 경기는 무조건 한 명은 예선탈락하는 단두대 매치입니다. 첫 경기보다 오히려 살 떨리는 상황이네요. 한 점 한 점 따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니 넘기기에 급급하네요. 제가 봐도 이건 아닌데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뭐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악착같이 버티는 수밖에요. 상대의 실수가 이어집니다. 점수가 조금 벌어지자 살짝 자신감이 생기네요. 찬스 볼에 스매싱도 때려봅니다. 오, 들어갔습니다. 바로 이거지! 절로 기합 소리가 나오네요.


최종 스코어 2-0. 드디어 이겼습니다. 살짝 울컥합니다. 고작 예선 통과한 것뿐인데 말이죠. 그런데 한편으로 예선 통과하기도 이렇게 어렵다니... 이게 새싹부(9부) 수준이라고? 그래도 다행입니다. 어찌 되었든 예선탈락은 면했으니까요. 제가 속한 탁구클럽에서는 저를 포함 총 4명이 9부 단식에 참가했는데 저와 한 분을 제외하고 두 사람은 아쉽게도 예선에서 떨어졌네요. 아무래도 첫 출전이라 긴장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었죠.(뭐 저도 그렇긴 했지만요. 이렇게 보면 대진운이 더 중요한 것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드네요)


잠시 휴식 후 본선이 시작됩니다. 본선은 32강부터네요. 제 상대는 예선에서 만나 패했던 분처럼 이번에도 펜홀더를 쓰시는 분이네요. 아무래도 펜홀더 전형은 남자들에게 많고, 이런 분들 대부분이 탁구 경력이 긴 편입니다. 또한 자세나 기본기는 부족해 보일지언정 시합만큼은 잘하는 분들이 많죠. 경험이 많으니까요. 시합이 시작됩니다. 다행스러운 건 예선전 때보다는 덜 떨리네요. 뭐 그렇다고 해서 더 잘 치거나 했다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실수도 많고 서브도 마음대로 안되고 스매싱, 드라이브 다 총체적 난국이네요. 이런 상황에서 시합을 좌우하는 건 경기 운영을 누가 더 잘하느냐인데, 이건 당연히 경험이 많은 분이 유리할 수밖에 없죠.


분명 상대방도 잘 치는 것 같진 않은데 이상하게도 점수는 계속 벌어집니다. 순식간에 세트스코어 2-0. 본선부터는 5판 3선 승제라 한 세트 더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 한 세트라도 따 보자. 3세트에서는 안되더라도 공격적으로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마음뿐, 여전히 공은 제 의지와는 다르게 날아갑니다. 스코어는 계속 벌어집니다. 이제 백기를 들어야 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네요. 이 와중에 살짝 웃음이 나옵니다. 이 순간이 즐겁다는 생각이 드네요. 머리털 나고 첫 경험이잖아요. 이런 가슴 터질 듯한 긴장감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는 것,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신나잖아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삶에 감사했습니다. 이런 짜릿한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 인생에 말이죠.



(표지 이미지 출처 : 강탁탁구클럽 네이버 밴드 - 영상 촬영 : 최지혜님)



☞ 머리털 나고 첫 탁구대회 출전기(후편)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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