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흔한 그림들 6.

만찬.

by 지방

다시 지현 작가의 그림이다. 이 그림은 나에게 감성적으로 매우 강하게 와 닫는 그림이다. 그 이유는 그림 속의 사연을 알기 때문이다. 그림에선 단지 아름다운 정원에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준비되어 있고, 예쁜 테이블보에 싱싱하고 풍성한 과일들과 넉넉한 술이 마련되어 있다. 조명은 어둡지만 운치 있게 주변을 밝히고 특히 테이블 위의 차려진 것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쓸쓸하다. 단지 비어있는 의자들 때문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빈 의자 보다도 화려한 테이블 위의 과일과 술병이 그렇게 보인다. 테이블 위의 음식들은 아무도 먹고 마실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술잔도 식기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지현 작가는 이 화려한 테이블 위의 술과 음식들을 아무에게도 주고 싶어 하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단지 이 비어 있는 의자에 앉을 사람들에게 보일 풍성한 원탁으로만 남기를 바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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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그림의 시작은 원탁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매우 즐겁게 담소를 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현 작가는 의자에 앉은 사람들을 모두 지워 버렸다. 그리곤 없던 조명을 넣고 풍성한 상차림으로 바꿔버렸다. 왜 그랬는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지현 작가는 이 그림을 고치느라 캔버스 앞에서 꽤 여러 날,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 그림이 생겨났다. 그리곤 거의 두 달이 지난 지금 까지 다시는 그 그림에 손을 대지 않는다. 내가 그림이 완성된 것이냐고 물었을 때 지현 작가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 그림은 아직도 미완성된 채 바닥에 기대어 있는 여러 캠버스들 사이에 남아 있다.



그림의 처음 시작은 오래된 흑백 사진으로 그녀의 가족들이 포함된 아홉 명의 사진이었다. 그림은 매우 사실 적이고 자연스러웠다. 아홉 명의 사람들 중 누군가는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또 어떤 이는 턱에 손을 괸 채 화자에게 경청하는, 한눈에 봐도 별로 중요한 주제가 아닌 소소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남방에 얇은 재킷을 입은 아저씨와 연두색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를 제외하곤 나머지는 모두 아주머니 들이다. 깃이 달린 하늘색 민소매를 입은 사람, 연두색 정장을 입은 분, 꽃무늬가 들어간 옷을 입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지현 작가는 의자에 앉은 아홉 명을 모두 지워 버렸고 덩그러니 네 개의 빈 의자만 앞쪽에 배치 해 놨다. 뒤 쪽에 의자가 있던 자리에는 더 우거진 나무와 풀 들로 그 자리를 메워 놨다. 그런 바뀐 모습들은 어딘가 인위적이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난 지금도 지현 작가가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원래의 흑백 사진에서 혹은 그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에서 심경의 변화가 강하게 왔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한 상황들은 분명히 지현 작가에게 힘겨웠던 시간들일 게다. 물론 그 시기에 이 그림만 그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그림처럼 크게, 과감하게 그림을 바꾼 일은 없었다. 지현 작가의 심경 변화가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 느낌이 원래의 모습보다 더 깊은 맛을 느낀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더 많은 이야기가 보인다. 조명도 과일도 술병도 어색하다. 그리고 아무렇게 늘어져 있는 식탁보도, 너무 우거진 정원도 어색하지만 나는 바뀐 이 그림에서 더 깊은 이야기가 느껴진다.


나는 지현 작가가 이 작품은 꼭 완벽한 완성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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