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의 뮤지컬 “노트르담의 파리” 관람 이야기
나는 뮤지컬을 몇 번 보긴 했지만 이렇게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커다란 극장에서 뮤지컬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이런 이벤트를 마련해 준 우리의 친구 양진모에게 고맙다.
주영이와 명훈이 그리고 나는 8시보다 1시간 일찍 만나 저녁을 먹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명훈이는 왠지 마음이 긴장되며 설렌다고 들떠 이었고, 나는 감기가 들어 공연 중에 기침이 계속 나올까 봐 목 사탕을 사 왔다. 극장으로 들어서기 전에 우리 모임의 인터넷 카페에 올릴 인증숏을 찍기로 했는데 “노트르담의 파리” 브로마이드 앞에는 이미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막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돌아선 아가씨에게 내 휴대전화를 들이댔고 또 다른 삼총사의 사진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캄캄한 극장 안으로 들어가니 모든 의자에 비행기 좌석처럼 모든 관람석에 모니터가 달려 있었는데 그 광경이 너무 산만해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도대체 이게 뭔가 하고 속으로 궁금해했는데, 그때 명훈이가 거기서 자막이 나온다고 귀띔해 주었다. 나는 혼자 생각에 '그럼 무대도 보고 내 앞 의자의 모니터도 보아야 한다는 건가'하고 생각하면서 부지런히 위아래로 눈알을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극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니 그 염려는 금방 사라졌다. 왜냐하면, 노래의 가사가 매우 반복적이어서 모니터를 자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대가 오르기 전에 또 한 가지 놀랐던 점은 1막이 65분, 휴식 시간이 20분 2막이 65분으로 총 2시간 30분이 공연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뮤지컬의 1막이 시작됐다.
1막이 끝나고... 관객석의 불이 켜지고 옆 좌석의 명훈이와 주영이를 살펴보았다. 명훈이는 흥분이 무르익어 얼굴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였고, 예전에 봤던 무대와 비교하느라, 자신이 좋았던 노래를 얘기하느라 바빴다. 명훈이의 열정적인 평을 주영이와 나는 한동안 듣다가 주영이는 밖으로 볼일을 보러 나갔고 나도 목이 따가워 물을 마시러 밖으로 나왔다.
휴식 후, 다시 한자리에 모였고 주영이는 여전히 별말이 없었고 명훈이는 2막을 기다렸다. 솔직히 말해, 나는 기대를 많이 하고 가서인지 1막을 보고는 좀 실망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제 2막이 열린다...
노래가 끝나고 무대의 조명이 다 꺼지고, 좀 길다 싶을 정도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은 것을 깨달았을 때, 대서사의 막이 끝이 난 것을 알아차렸다. 잠시 후 어느 때보다도 무대가 밝아지면서 배우들이 우르르 나오자 사람들은 손뼉을 치기 시작했고 그 박수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약 40명의 배우가 배역의 정도에 따라 번갈아 가면서 인사를 하는데 나에게는 좀 길다 싶었다. 그래서 조금 짜증이 났는데, 옆을 보니 명훈이는 정성을 다해 크게 손뼉을 쳤고, 주영이도 엉덩이가 점점 앞으로 가면서 상체를 무대 쪽으로 기울이면서 손뼉을 치는 것이 감동적으로 뮤지컬을 감상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참을 손뼉을 쳤는데도 배우들은 계속 인사를 했고 급기야 배우 중의 한 명이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리 긴 노래는 아니었지만, 그 노래가 끝나자 처음부터 다시 손뼉을 쳐야 할 것 같았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기립하여 손뼉을 치기 시작했고 명훈이도 소심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쳤다. 나도 박수를 계속 쳤다.
좀처럼 박수 소리가 끝날 기세가 없었는데 일렬로 서 있는 배우들이 계속 인사하기에 뻘쭘해 보이자 무대 위에서 막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느 한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이 없어 나는 눈치를 보며 ‘나 이제 일어날게’의 신호를 목도리를 목에 감는 것으로 표현했다. 여기저기서 나와 같이 손뼉 치기를 지쳐 한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고 자리를 일어나는 사람들과 막이 완전히 내려진 반투명 막 뒤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배우들에게 여전히 손뼉을 치고 손 인사에 답하고 있는 사람들과 두 부류로 나뉘었다.
아~. 완전히 진한 여운을 남기고 극장 밖으로 나왔다.
나오면서 주영이는 시인으로 나온 그랭구아르 역을 맡은 데니스 텐베르헤르트(참고로 제일 잘생겼음)의 노래가 좋았다고 평을 했다. 명훈이와 나는 악역의 신부 프롤로 역을 맡은 로베르 마리앙의 노래가 좋았다고 나름대로 평을 하면서 나왔다.
아~ 그런데 밖으로 나와 보니 그 진한 여운에도 아쉬움을 달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약 열댓 개의 의자와 긴 테이블 그리고 이미 그 옆으로 길게 늘어선 젊은 처자들의 줄...
사인을 받고자 기다리는 처자들의 줄이 점점 더 길어져 우리가 갈 길을 막아서는 것을 지나 명훈이와 주영이와 짧은 작별을 하고 돌아섰다.
진모야! 고마워 네 덕분에 우리 삼총사는 즐거웠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