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늦게까지 돌아다니는 바람에 늦잠을 잤다. 주말이라 보통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고 있어도 깨우지 않으셨던 엄마가 와락 문을 열고 들어와.
“너, 어젯밤에 교장 선생님 죽였니?”
나는 너무 놀라 두 눈을 부릅뜨고 돌아누워 엄마의 얼굴을 찾았다.
“아니요. 난 교장 선생님을 죽이지 않았어요.”
엄마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한다. 도대체 엄마가 어떻게 아신 걸까!
입에서 하얀 입김을 뿜으며 굵직한 돌에 시멘트를 부어 만든 눈 쌓인 계단을 힘겹게 오른다.
낮부터 내린 눈에 두껍게 싸여, 미끄러질까 봐 쇠 난간을 잡으려다 손이 시려 그만둔다.
해가 아직 지지는 않았지만 성급한 골목길 가로등에 깜박거리며 불이 들어온다.
남아 있는 밝음에 주변을 밝히지도 못하면서, 돌계단 끝자락의 가로등에도 불이 들어온다.
발을 앞 계단에 디디며 나는 눈 밟는 소리가 기분 좋게 ‘뽀드득’ 한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 보기 그 소리가 한 발을 디딜 때 마다 ‘뽀드득, 뽀드득’ 두 번의 소리가 겹친다
몇 발자국으로 계단을 오르며 귀를 기울였지만, 소리는 매번 두 번의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난다.
두 번의 ‘뽀드득, 뽀드득’ 소리 중 하나는 뒤에 난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뒤를 돌아다 봤다.
아까 교무실에서 홀로 남은 나에게 치근덕거리던 교장 선생님이다.
시커먼 눈이 작아 시선을 알 수 없지만 내 엉덩이 뒤에서 더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뻔뻔하게 올려 본다.
맨손으로 차가운 난간을 잡고 화들짝 계단을 뛰어올라, 집에 다다른 좁은 골목길로 방향을 튼다.
이내 집 대문을 열며 뒤를 보니, 교장 선생님이 골목길로 접어들자, 사라지고 때아닌 벌레가 나부낀다.
어제 교장 선생님께 쫓기고, 오늘도 달동네 가파른 계단까지 도망치느라 숨을 헐떡이는 나와는 다르게 이상하게 뒤쫓는 교장 선생님의 몸은 가벼웠다. 며칠 전 어렵사리 택시를 잡아타고 와우산 기슭에 내릴 때도 알고 보니, 그 고약한 냄새가 나는 택시의 운전사는 교장 선생님이 위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취미로 조그만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고 있지만, 요즘은 연기를 위해 무대로 나서기가 겁이 난다. 객석에 또 냄새나는 교장 선생님이 앉아 있으면 어떻게 하지.
오늘도 기어코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빠져나가자, 이내 교장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와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아~~악. 나한테 왜 그래요. 도대체.”
그러자 순식간에 교장 선생님이 냄새가 고약한 노린재로 변해 내 얼굴로 날아왔다. 나는 깜짝 놀라 왼손을 휘젓는데, 그 노린재가 내 손에 맞아 책상으로 내팽개쳐졌다. 나는 노린재가 날아갈까 봐 바로 손바닥으로 내리쳐 죽였다. 손에서 엄청난 더러운 냄새가 났다.
나는 교장 선생님이 노진재로 변해서 노린재를 죽였지, 교장 선생님을 죽이진 않았다.
“엄마, 저는 교장 선생님을 죽이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