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 새앙쥐 - 1

겨생

by 지방

타이틀 : 롤러코스터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수직 낙하한다. 사람들은 심장 밑으로 전율이 느껴지는 저마다 짜릿함으로 괘감의 소리를 지르며 손을 번쩍 든다. 팔을 번쩍 든 손들이 순차적으로 빠른 속도로 아래로 떨어진다.


넓은 운동장에서 경기를 응원하는 박수 소리와 함께 파도타기가 시작된다. 와~ 기립과 함께 팔을 위로 번쩍 들었다 내리는 손들이 좌에서 우로, 또 우에서 좌로 함성과 함께 물결친다.


주동자가 머리에 “투쟁”이라고 쓰여있는 머리 끈을 매고 구호와 함께, 오른팔을 들어 팔꿈치를 축으로 하늘을 향해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한다. 그러자 주동자 앞의 다수의 사람 역시 오른팔을 들어 진자운동을 반복하며 구호를 외친다.



제1화 : 거수


담임선생님께서 아침 조례를 시작하신다.


“드디어 오늘은 반장 선거 날이다.”

“한필립과 정재희는 앞으로 나와.”


한필립과 정재희가 선생님 옆으로 선다.


“너희들이 추천한 10명 중에 최종적으로 한필립과 정재희가 후보로 올라왔다. 그러니 다들 심사숙고해서 누가 한 학기 동안 반장을 하면 좋을지 판단해서 거수하도록 해라. 알겠지?”


“네~”


반 아이들이 동시에 대답한다.


“한필립과 정재희는 뒤를 돌아서고."


필립과 재희가 칠판을 향해 뒤돌아선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반 전체 학생들을 두루 살피며


“먼저 한필립을 지지하는 삶들은 오른손을 높이 들어.”


선생님이 한필립을 지지하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되는지 손가락으로 세어가며 살필 동안, 지호는 팔을 번쩍 든 다른 아이들을 살펴본다. 앞에서 손을 든 아이들, 고개를 뒤로 돌려 뒤쪽에서 손을 든 아이들을 두루 살펴본다..


사실 지호는 정재희를 지지하는 마음이 컸다. 단순히 같은 성씨라서가 아니라 여자이며, 반 아이들을 휘어잡는 통솔력도 있고, 우등생이어서다. 하지만 지금 지호에겐 그따위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지호는 자신도 오른팔을 들어야만 하는 것이 큰 걱정이다.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도 왼팔을 든 사람은 없었기에 자신도 오른팔을 들어야만 한다. 사실 지호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신체적 비밀이 있었다. 지호는 오른팔을 높이 들면 겨드랑이에서 쥐가 나온다. 믿기 어렵겠지만 지호가 겨드랑이에 털이 수북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오른팔만 들면 겨드랑이 사이에서 쥐가 한 마리씩 나오기 시작했다. 한 번 팔을 높이 들 때마다 작은 쥐가 한 마리씩 나왔다. 팔을 내렸다가 다시 높이 들면 또 다른 쥐가 나온다. 지호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매우 큰 혼란에 빠졌다. TV에서도, 주변 어디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는 일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호는 부모님에게도 말을 할 수 없었고, 그때부터 지호는 절대로 오른팔을 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살면서 오른팔을 들일이 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오른팔을 들어야만 한다. 그것도 아이들이 많은 교실 안에서…



“자~ 모두 팔을 내리고, 이번엔 정재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오른팔을 높이 들어봐.”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자 지호는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왼손을 들었다.


“하나, 둘, 셋, 넷….”

“정지호, 넌 오른쪽이 어딘지 몰라? 오른손을 들라고.”


지호의 얼굴이 금방 빨갛게 달아오르며 왼팔을 슬그머니 내린다.

반 전체 학생이 지호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지호는 선생님이 겨우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저는 포기하겠습니다.”


“지호야~ 두 명 중의 한 명을 선택하는 건데 포기가 어딨어. 빨리 손을 들어.”


지호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네.”


지호가 어떻게든 팔을 높이 들지 않자 선생님이 다시 한번 더 다그친다.


담임선생님이 화가 섞인 어투로


“지호야 오른손을 높이 들으라고.”


다른 아이들도 지호의 태도에 짜증이 난 기색이다.


지호는 그제야 어쩔 수 없이 오른팔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지호는 겨드랑이에서 스멀스멀 쥐가 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담임 선생님이 정재희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수를 세는 것을 마쳤다.


“한필립과 정재희는 이제 뒤로 돌아서.”


투표 결과를 기다리며 한참 동안 칠판을 바라보고 서 있던 한필립과 정재희가 뒤돌아선다.


“이번 반장은 근소한 차이로 정재희가 됐다. 다 같이 박수.”


일부 학생들이 환호하고, 정재희가 머리 숙여 인사한다. 모두 재희에게 축하의 손뼉을 쳐준다.


겨드랑이에서 나온 한 마리의 쥐는 지호의 옷에서 꿈틀꿈틀 밖으로 나오려고 헤맨다.


정재희 인사말이 이어지고,


“감사합니다. 한 학기 동안 성실히 모범이 되어 일꾼으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바로 그때 한 여학생이 반 전체 학생의 고막을 찢어 터뜨릴 정도로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아~~~악~~~~ 쥐~ 쥐 쥐 쥐”

“십팔. 교실에 쥐가 있다고~”


대부분 여학생이 비명을 지르고, 반 전체 학생들이 동시에 의자 위로 올라서서 쥐가 어디에서 나올지 방어 태세로 주변을 살핀다.

지호도 자신 혼자 태연하게 앉아있기 뻘쭘해서 다른 학생들처럼 의자 위에서 쪼그리고 있다.




OK-거수.jpg



작가의 이전글방아쇠를 당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