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개를 보았으니 개꿈인가?

어젯밤 꿈 이야기

by 지방



날씨가 좀 선선해지면서 간밤에 잠을 편하게 잤다. 느낌상 시간은 벌써 늦은 아침인 것 같다. 아내도 인기척이 없는 것으로 봐선 아직 자는 모양이다. 나는 RV의 조그만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 실내가 밝아지면서 잠을 뒤척였다. 그 빛의 실체가 서서히 내게로 다가와 얼굴에 붙어 눈이 부시다. 오른팔로 빛을 가려 봤지만 밝음의 간섭에 어쩔 수 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그리고 두리번 밖을 훑어보았다. RV 운전석 앞으로 어젠 발견하지 못했던 낮은 담장의 좁은 골목길이 보인다. 지저분한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이 낮은 담장 너머로 보이고 강아지 한 마리가 잡초가 무성한 골목길 귀퉁이의 땅에 고개를 처박고 냄새를 맡는다. 침구 옆, 창의 커튼을 젖히니까 산 만한 높은 파도가 시야를 위협한다. 차 안에서 바다가 가까이 보인다. 아내에게 밖으로 나가 보자고 얘기하고 오늘은 키스데이니까 뽀뽀하자고 얘기하고 RV 계단을 내리며 얼떨떨한 아내에게 오랜만에 뽀뽀를 해 주었다.


RV에서 내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바닷가로 걸어갔다. 바닷가는 차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몇 발짝 가지도 않아 다다랐다. 거대한 파도가 계속 위협적으로 가파른 높이로 다가오고 그럴 때마다 태양을 가려 바닷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그림자를 만들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그 거대한 파도는 모랫바닥에서 급하게 사라져 버려 나와 아내를 포함하여 해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겐 그 거대한 파도가 별로 위협적인진 않았다. 아내와 내가 서 있는 오른쪽으로 학교 운동장처럼 시멘트 계단이 있어 계단에 앉아 바다 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스페인계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 계단에 빈자리가 있을까 살피고 있는데, 아내는 아랑곳없이 수족관처럼 바다 안으로 지어진 휴게소 밑의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 말고는 휴게소 밑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아주 지저분했기 때문이다. 한 30미터 전방엔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거친 파도의 소용돌이치는 물거품이 유리면에 평면으로 장식되어 바닷속 풍경은 볼 수 없었다. 바닷물과 거품으로 만들어진 소용돌이는 아름다웠지만 유리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한눈에 보기에도 휴게소 밑은 어둡고 땅은 질척거렸다. 유리 벽 가까이는 유리 사이에서 새는 바닷물로 대부분의 바닥에 물이 고여 꽤 깊어 보이는 웅덩이들이 있었다. 그 사이사이 자동차 타이어만 한 큰 게 들이 여기저기 죽어 있었다. 아내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웅덩이 사이에 있는 그 게 들을 밟고 유리 벽 쪽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유리 벽 쪽으로 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아내의 뒤를 따라갔다. 한 발 한 발 게 껍데기를 밟으며 옮겨 갔는데, 어떤 게는 뒤집혀 있어서 밟을 때 기분 나쁘게 게 내장 쪽으로 발이 쑥 들어갔다. 그래도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게 향이 났다.


그 이후론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시점에서 잠에 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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