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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글 Jan 14. 2024

지금이 어렵다

결국은 해피엔딩

은비 작가님의 선물, 포춘쿠키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현실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리고 싶은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면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아르바이트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디자인 아르바이트는 다가오는 2월이 되면 벌써 4년을 맞이한다.


처음엔 괜찮았다. 적당한 근무 시간과 그림을 그리고 내가 만든 상품을 판매하고 남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4년이 다가오는 시점. 기존 계약서를 수정하지 않고 초반에 디자이너란 명목으로 약간의 시급 인상만 있었을 뿐 4년을 꾹꾹 눌러 담아 일을 했다. 자연스럽게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고, 의리라는 이유라면 이유들, 바쁜 와중에 급하게 수정할 게 있으면 내 일처럼 출근해 작업을 하고 사라졌다. 마치 홍길동처럼? 그전에 문제는 뒤로하고 2024년 새해부터는 내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하고 싶어 졌다. 그게 정당하니까. 시급인상을 요청했고 수락이 됐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주휴수당에 대해 일절 얘기가 없었고, 나는 다시 또 요청을 했다. 내가 요청해야지 움직였다. 그것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기다렸다. 어쨌거나 최대한 회사의 입장을 생각하면 갑자기 상당한 금액을 내 월급으로 지출이 되는 것이니까. 자주 만날 수 없고 연락이 잘 안 되는 책임자에게 메시지로 시급인상 때 빠진 부분이 있는 거 같다고 체크를 요청했다. 하루가 넘는 시간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하루를 넘겨 연락 온 답변은 다음 주 출근했을 때 다시 면담을 하자는 거였다. 그럴 수는 있는데, 내가 정말 화나는 것은 급여에 관련된 것을 "확인해 보겠다" 이런 말도 없이, 양해를 구하지 않은 점이다.


기존 2020년 2월에 계약 당시에는 15시간 이하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그동안 추가로 일한 시간은 주휴수당에 포함될 수 없다고 한다. 사용자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최대한 이해를 한다고 쳐서 없는 셈 치더라도, 이와 같은 반응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분명 내가 잘못한 게 없고, 주휴수당을 주기 아깝다면 먼저 제시를 하고 이런저런 방안을 생각했겠지. 내가 먼저 이 사태를 파악하고 제시를 하고, 에너지를 쏟아서 해야 할 일이 아닌데 참 마음이 울적해서 엊그제는 청소를 하고, 잘하지도 않던 낮잠까지 자고, 무기력하게 꾸역꾸역 저녁 6시에 작업실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 어차피 마주할 일이므로 생각을 비우고 해야 할 일들을 했다.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급여 조정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그게 서로 안 맞을 수 있지만 일단 문제가 되는 것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는 자리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작가로 조금 더 안정적이고 싶어 시작한 일이고, 오랫동안 일하면서 좋은 면도 많았기에 버틸 수 있었는데, 내가 해야 하는 일은 포스터나 각종 사인물을 디자인하는 것이지만, 오랫동안 이곳에 함께한 만큼 전화 업무나 각종 행정업무도 조금씩 도와주기도 했다. 디자인이란 게 각자 분야가 있는데, 웹디자인/편집디자인/출판디자인 등 디자인이란 디자인은 모조리 나에게 맡겼고, 관리자의 취향이 매번 달라져 현직 디자이너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시안을 만들어야 했다. 이곳에서의 규칙이 이렇다면 나는 그냥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평불만도 많았지만 익숙하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닐까. 면담에 앞서 그만둔다는 생각까지 한다. 좋지 않은 기분은 기록하는 것도 좋겠다 생각해서 솔직하게 적고 있다. 중간에 바뀌는 최저시급이나 주휴수당의 기준 등을 편하고 오래됐다는 이유로 사용자는 먼저 말해주지 않는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하나로만 밥 먹고 살기 어려운 작가님이라면 꼭 이런 부분을 챙기고 요청했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회사와 일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겠지? 우리 각자의 가치를 지키며 일하길.. 그만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적어도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다음 주 화요일이 평안하길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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