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출근길에 매일 음악 한곡씩 골라 듣기로 했다. 음악 듣는 것은 좋아하지만 클래식도 재즈도 대중가요도 제대로 모른다. 그냥 음악에 대한 감상만 할 뿐이다. 아마추어지만 출근길의 음악을 하루의 양식으로 삼는 과정을 기록해보고 싶다. 첫날인 12월 22일 고른 노래는 Somewhere only we know. 영국 그룹 Keane가 부른 노래다.
제목은 낯설더라도 첫 소절만 들어보면 '아 ~' 하고 어디선가 들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들으면 아는 수많은 노래 중 하나'였던 이 노래를 일주일 전 넷플릭스에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를 보면서 다시 접했다. 연애에 눈치라곤 없는 여주인공 지지가 맘에 들어했던 남성 알렉스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이 노래가 딱 등장한다.
나에겐 전형적인 영국 록밴드 남성 보컬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Somewhere only we know는 기타 연주와 함께 음악이 전개될수록 가슴 벅찬 장면들을 떠오르게 한다.
마치 감동적인 영화의 엔딩 장면에 나올 법하다. 예를 들면 성적이 부진했던 운동선수가 인내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좋은 성적을 거둔다거나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연인이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서로의 빈자리를 깨닫고 달려서 재회를 한다거나 하는 극적인 클리셰 장면들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존재했을 것 같은 익숙한 길, 내 몸처럼 스며들어 버린 주변 상황에서 나 홀로 남겨진 느낌을 그린 노래인데, 내가 받아들인 감정은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라니...
조용히 낮게 시작했다가 점점 감정을 끌어올리는 곡이라 그런 것 같다.
참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의 초반에는 지지의 착각 또는 '금사빠'를 보며 답답하고 민망해했다. '에휴, 그냥 자기 좋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지. 저게 뭐야. 쉽게 착각하고, 쉽게 고백하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관계에서 수동적인 내가 그렇지 않은 지지를 보며 느낀 당혹함이라 여겨진다.
상대방의 말, 행동 하나하나를 해석해서 나를 좋아한다는 신호라고 확신하며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먼저 좋아할 수도 표현할 수도 있는 건데..
반면 영국 여가수 Lily allen이 부른 버전은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눈 오는 창밖을 배경으로 따뜻한 난로 앞에서 디즈니 영화를 보며 단꿈에 젖는 듯하다. 가수의 목소리, 외모가 한몫한 점도 있고 특히 사랑스러운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면 눈의 요정과 함께 somewhere를 날아가고 싶어 진다.
앗 더 찾아보니 실제로 릴리 앨런의 뮤직비디오는 미국 디즈니 만화영화 제작기를 담은 영상에 노래를 넣은 게 맞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