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부터 16일까지 SNS와 포털 댓글을 끊기로 결심했다. 온라인 어디서나 서로 공방을 벌이는 게 다반사지만 선거나 정치적 이슈가 클 때마다 나오는 각종 소음을 듣고 싶지 않았다.
SNS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까 하다가 , 늘 구독하는 몇몇 유튜브 계정은 제외했다.
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계정은 있지만 거의 들어가질 않는다. 페이스북은 1년 넘게 접속하지 않았고, 인스타그램은 한 달에 한두 번 들어가 쓱 훑어보기만 한다.
내가 가장 시간을 많이 쏟는 곳은 트위터다.
그냥 습관처럼 트위터 앱을 켜는 것 같다. 포털에 나오는 뉴스가 보기 싫어서 트위터에서 올라오는 뉴스를 보기도 하고, 지금 이 시간에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 있는지도 트위터를 통해 접한다. 카페 앉아 있을 때나 이동할때도 그냥 핸드폰에서 앱을 연다. 가만히 있질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주로 남의 트윗 보는 것을 즐긴다. 구독을 하는 셈인데, 동감하는 글을 리트윗 하는 정도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글귀나 사진, 정보 등을 저장한다.
트위터는 번뜩이는 재치가 돋보이는 글들이 많아 재미도 있지만, 반대되는 의견이나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정보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인식될 때는 힘들다. "아니에요"라고 의견을 쓰기도 뭣하고 그대로 보고 있기도 괴롭고.
과거에는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 사이트를 오래 이용했다. 돌이켜보니 그 두 사이트도 4,5년씩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생각이 변해서 탈퇴해버렸다. 온라인 카페는 회원을 더 이상 받지 않아 탈퇴 이후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 처음 몇 달간은 금단현상이 생겨서 어떻게든 재가입해보려고 했으나 되지 않았다.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는 눈팅도 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들어갈 수 있으나 갈 때마다 여전히 회원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니 정이 떨어졌다. 지금은 그 사이트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거리를 두다 보니 이제는 저 두 사이트에서 밤새가며 활동(?)했던 게 어이없게 느껴진다. 그땐 참 젊었구나, 열정이 넘쳤구나.
이번 일주일간의 sns 금지는 나름 성공했다. 일단 스마트폰에서 트위터 앱을 지웠다.
포털 댓글도 접근을 금지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미 경험하셨겠지만, 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받는 욕들이 난무한다. 그럼에도 중독처럼 댓글을 누르게 된다.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1주일간 이 습관적 트위터 보기를 중단하는 대신에 대안이 있어야 한다. 시간이 남아 잠깐 기다릴 때 그저 열어보는 트위터 앱. 자기 전에 잠깐 열어보았다가 순식간에 몇십 분씩 보고 있는 습관.
그럴 때마다 책을 펼치기로 했다. 단 한 줄이라도 문장을 보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집중하는 이슈 말고, 과거에 누군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보리라. 머릿속에 들어오건 말건, 재미가 있건 없건 그냥 한 문장만이라도 정독하리라.
그래서 사무실과 침실 곁에 책을 여러 권 두었다. 가벼운 에세이나 짧은 소설류로.
마침 이 기간 주말에 지방에 갈 일이 생겨서 기차를 탔다. 나는 핸드폰은 가방에 넣어두고 소설 '싯다르타'를 꺼냈다. 고등학교 때 읽었지만 상세 줄거리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책이었다. 몇 달 전에 갑자기 서점에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보다가 읽고 싶어 져서 사두었다.
한두 페이지 읽다가 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2시간 가까이 책을 읽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더군다나 불교, 수양, 수행, 깨달음 등이 주제이다 보니 심취해 읽었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종교에 귀의한다더니 나도 그럴 때가 왔나 보다.
요 근래 책을 앉은자리에서 순식간에 읽기는 처음이었다.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감동했다. 눈이 피곤해서 책 못 읽겠다는 것도 핑계였나.
주말 동안 SNS 안 보기는 어느 정도 실천했다. 그러나 다시 월요일이 돼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포털에서 검색하다 보면 , 자연스레 또 트위터로 흘러들어 가게 됐다. 일단 재빨리 나왔으나 PC는 앱이란 게 없으니 더 자연스레 접근됐다.
사실 1주일 앱을 열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 당연하다. 내가 이슈를 따라가고 싶지 않아도 어디선가는 나한테 들어온다. 그리고 뉴스 앵커도 아니고 뭐 그렇게 소소한 뉴스들을 알아야 할까.
짧은 시간이지만 안 하다 보니 1주일 후 다시 열었을 때 낯선 느낌이 들었다. 재미도 없어졌다. ' 뭐 이런 걸로 싸우나' '이 사람 또 이런 걸로 시비 거네. 그냥 그렇게 사세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트위터에 빠져있을 때 그렇게 내 신경을 긁던 주제들이 조금 멀리 떨어져보니, 남의 일이었다. 아수라장에 굳이 내가 발을 들여놓을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리고 이전에 저장해놓은 목록을 보니 3년전이나 4년전이나 내용도 비슷했다. 사람 참 안변하지.
요즘은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이 분리돼있지 않고, 거의 동일한 공간이 됐다. 여론도, 사회적 행동도, 법 개정도, 돈벌이도 온라인에서 시작한다.
그래도 시작은 온라인이지만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바꾸는 건 결국 현실의 행동이라고 믿고 있다.
내가 의미있는 무언가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나설때는 현실 공간에서 내 말과 몸짓과 표정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고 생각하면 매일 온라인상에서 내 감정을 쏟아내고, 남의 감정을 받아들이며 사는 것은 이제 정말 피곤해졌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서로의 감정 배설은 멀리 하고 싶다.
그럼에도 트위터를 아예 삭제하지 않은 이유는?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의 취향, 기호는 여전히 나랑 참 잘 맞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은 무조건 트위터에서 검색한다. 거기서 보물로 건져 올린 작품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 사람들의 문화취향은 따로 모아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