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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gitarius Jan 06. 2021

다들 달리고 계신가요?

2021년 1월, 달리기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마라톤대회가 사라진 지 1년. 헬스클럽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 지 1년.


전국의 러너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계신지?


나처럼 달리기에 입문한 사람도 몸이 근질근질한데 달리기 고수들은 어떤지 궁금하다.


밖에서 달리면 되지 무슨 걱정이냐고?


내 경우엔 그게 참 쉽지 않았다. 근처 공원 같은 게 없다 보니 아침 일찍 또는 저녁에 달릴 만한 장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복장을 갖춰 입고 나가기까지 긴 시간과 결심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영하의 맹추위인 지금은 야외에서 달리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 근심이 한가득이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몸을 움직여보려고 분투 중이다. 길게 걷기라도, 또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등산이라도.


서울 종로에 사는 나로서는 지난해 경복궁 둘레 달리기를 처음 시도했다. 3km 정도 나온다. 원래는 관광객이 득시글거리는 곳이지만, 코로나 이후 아주 한적한 곳으로 바뀌었다. 가을까지만 해도 저녁 8시쯤 경복궁 길에는 젊은 러닝 크루들이 많았다. 비슷한 복장을 갖춰 있고, 페이스메이커 한 명의 격려 속에 달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사진 출처 ; Ahnu님 블로그


지난주 달릴 때 러닝 크루는 보이지 않았고, 나 홀로 달리는 사람들 두세 명을 목격했다. 비록 말을 걸진 않지만, 스쳐 지나갈 때마다 속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먼저 경복궁 정문을 바라보고 왼쪽에서 출발한다. 1km 이상 달리다 보면 청와대가 가까워진다. 여기서부터 시위대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요즘은 추워서 없는 것 같다. 청와대가 가까워 경찰들이 20~30미터마다 서 있고, 어떤 경우에는 물어보기도 한다. "어디 가시냐"라고.


아무튼 경복궁 후문, 청와대 앞을 지나 삼청동을 바라보며 내려올 때는 길도 확 넓어지고 경찰들도 없어서 속도를 좀 높인다.  한여름에는 경복궁 서문 바로 건너편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서 마시기도 했다. 이제 광화문 광장을 왼쪽에 두고, 오른쪽에 광화문을 끼고 뛰면 3km를 완성한다.


광야를 달리는 느낌이다. 밤이면 밤대로 가로등과 차량의 불빛 속에 달리는 게 신나고, 아침이면 어느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서울의 한가운데에서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벅차다. 이 구간이 조금 더 길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럴 땐 한 바퀴 더 돌면 되지.


겨울 달리기에는 복장이 중요한 것 같다. 제대로 된 영하 속 러닝 복장은 갖추지 못했다. 하의는 얇은 내복에 기모가 있는 트레이닝팬츠, 상의는 얇은 내복에 겨울용 트레이닝 상의, 그 위에 등산용 점퍼를 입는다.(아직 러닝용 패딩이 없다) 모자를 쓰고, 겨울용 아웃도어 장갑을 끼고 뛴다. 뛰다가 땀이 나고 답답하면 점퍼의 지퍼를 여는데 장거리를 달릴 때는 그것도 무겁고 더울 때가 있다. 그럴 땐 벗어서 배낭 같은데 걸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 주처럼 영하 10도를 내려가면 망설여진다. 아무리 껴입는다고 해도 불안하다.


춥기도 하지만 영하의 온도에 야외 달리기 할 때는 심장을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이후 사실 꺼려진다.


그냥 롱 패딩을 입고 천천히 달려볼까.


어떻게 보면 이런 내 고민은 사치로 느껴지기도 한다. 몇 달째 문을 열지 못하는 전국의 헬스장 업주들은 시위까지 나섰다. 당장 내가 다니던 곳의 강사들 얼굴도 떠오른다. 헬스장은 면적이 넓을 수밖에 없으니 임대료도 만만치 않을 테고, 지원금으로는 턱도 없을 듯하다. 강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다른 생계 거리를 찾아야 한다. 코로나 감염 우려는 공평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생계 영향은 고르지 않다. 어떤 계층, 어떤 업종은 생사의 담을 걸어가게 만들고 있다.


조금만 더 버텨주시길, 그리고 합리적인 대책이 나오길 바란다.


https://youtu.be/CCYhRwUH1NE

헬스장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튜버 심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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