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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소고기 스튜 굴라쉬 토마토 해물 파스타

토마토 소비 多多 익선 우리 집 버전

by 지언 방혜린

올여름 [대한영양사협회]에서는 양파, 토마토 농가 돕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토마토 소비 多多 익선’이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펼치며 가정과 단체급식소에서 토마토 소비 촉진을 장려했다.

누군가 의사 선생님에게 이 세상 모든 야채 과일이 사라진다고 했을 때 꼭 하나 먹을 수 있다면 무엇을 추천하겠냐는 질문에 단연 '토마토'라고 했을 정도로 토마토의 영양학적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특히나 토마토는 여름철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식품 중 하나로 여름에 더욱 빛나는 재료이다.

비타민 B, C, 칼륨, 구연산, 사과산 등이 풍부하여 피로를 빨리 회복하고, 체력 보강에 도움이 된다.

또한 몸을 차게 해주는 효능이 있어 더위 먹었을 때 효과를 빨리 발휘하는 식품이기도 하다.

나는 어린이집 영양사로 한 달에 두 번 아이들과 만나 영양, 위생교육을 한다. 이번 달 주제는 토마토였다.

방울토마토는 가끔 먹지만 ‘큰 토마토’는 낯설어하던 아이들이 껍질과 씨, 향을 하나씩 알아가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뿌듯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연습으로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토마토와 그릭요거트, 바질페스토, 꿀의 환상적인 조합.

매년 햇 토마토가 나오기 시작하면 나는 아예 박스째 들여와 잘 익은 것부터 추려 냉동실에 그득그득 얼려놓고 1년 내 두고두고 먹는다.


싱싱할 때는 샐러드로, 때로는 설탕에 살짝 재워 생으로 먹고, 그릭요거트와 바질 페스토, 꿀을 곁들여 디저트로 즐기기도 한다. 무수분 카레를 할 때 토마토를 넣으면 깊은 맛을 내어 주고, 된장찌개를 할 때도 토마토를 활용하면 국물이 한층 감칠맛이 나니 꼭 한번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아침에는 토마토 에그 스크램블로 간단히, 생각보다 응용처가 끝이 없다.

사실 내가 토마토를 박스로 사는 데에는 더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헝가리 토마토 스튜, 굴라쉬(Goulash)이다. 토마토 스튜를 먹으면서도 꼭 아이처럼 “나는 토마토 스튜가 정말 좋아!”라고 할 정도이다. “굴라쉬 먹으러 헝가리에 가고 싶다”는 말이 농담 같지 않게 느껴진다.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도 결국 토마토 수프와 토마토 파스타로 배를 채우는 사람.

소고기 듬뿍 마녀 수프

나는 기쁨 주고 사랑받는 아내를 자처하여 기꺼이 토마토 수프를 끓인다. 사실 표면적인 이유는 그렇지만 남편에게 좋아하는 토마토요리를 해주고 나면 그다음은 내가 더 편해진다. 만드는데 크게 어렵지도 않다. 한번 큰 냄비에 끓여 두면 며칠은 든든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은 남편에게 모든 집안일에 지체없이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며, 그 효과도 제법 오래 지속된다.

처음엔 정통 레시피대로 진득한 굴라쉬를 만들었다. 그러다 몇 해 전부터 유행한 ‘마녀수프’를 응용해 내 식대로 변주한 토마토 수프를 끓인다. 사실 어떻게 해도 맛은 좋아 만들어 두면 아이들도 한 그릇씩 퍼먹고 또 없냐고 찾는다. 몸은 조금 고단하지만, 집 안 가득 퍼지는 기운은 든든하고 기분은 묘하게 가벼워진다.


마녀수프는 몸속 독소 배출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서 체중감량을 하려는 다이어터들에게도 인기 있고, 고혈압이나 당뇨병환자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어려운 레시피도 없이 각종 채소와 질 좋은 고기를 듬뿍 넣고 푹 끓이면 되니 냉장고에 소진되지 않는 야채를 활용하기에도 좋은 최고의 음식이라 생각한다.

주말엔 한 끼쯤 토마토 파스타를 고정 메뉴로 정한다. 메뉴 고민을 덜 수 있어 편하고, 푸짐한 비주얼에 비해 만들기는 어렵지 않지만 식구들 모두 좋아해서 목에 잔뜩 힘 좀 줄 수 있는 음식이다. 나는 스튜나 수프는 소고기를 주로 사용하지만, 파스타에는 싱싱한 해물을 듬뿍 넣고 만든다. 사실 다 비슷해 보여도 각각의 맛의 특징이 있어 비슷한 토마토 베이스의 음식도 전혀 다른 요리를 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고등학생 아들은 이 해물 토마토 스파게티에 직접 구운 마늘빵을 곁들여 먹는 걸 유난히 좋아한다.

소스를 찍어 먹고, 남은 소스에는 밥까지 비벼 마무리한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오늘도 만족스러운 식사였다”는 한마디를 남긴다. 그 말 한 줄이 긴 하루를 정리해 준다.

토마토 한 상자에 여름의 영양과 누군가의 땀, 그리고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다.

농가를 돕는데 일조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다. 토마토를 썰고, 끓이고, 나누어 담는 동안, 우리는 제 각기의 속도로 하루를 살아내고 서로의 기운을 나눈다. 그게 토마토가 여름마다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이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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