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똑똑하게 키우고 싶다면, 동화를 읽게 하세요. 더 똑똑해지길 원한다면, 더 많은 동화를 읽게 하세요."
아인슈타인은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유머러스하면서도 명료하게 언급하였다.
첫 아이를 낳고 우연한 계기로 푸름이아빠의 독서육아에 꽂혀 버렸다. 시작은딸아이가 3개월되었을 무렵 문화센터에서 하는 베이비사인 아이 오일 마사지 강좌에서 만난 엄마가 푸름이를 살짝 흘리며 이걸 모를 수 있냐는 식의 말을 듣고서부터였다. 그날 집에 와서 폭풍검색으로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버린 것이다. 일명 푸름이동사모 카페는 선풍적인 인기로 육아 트렌드를 독서로 이끄는 선봉주자였다. 카페에 가입하여 매일 올라오는 글들을 정독하고, 강의도 들으며 뭐 하나 놓치지 않으리라 꼼꼼히 살펴보았다. 독서로 육아를 하지 않으면 마치 우리 아이가 심하게 뒤처질 것만 같았다. 또 내가 독서에 대한 해소되지 않은 목마름이 있으니 더욱 꽂혔을 것이다. 금쪽같은 우리 아이 천재로 낳진 못했어도 영재로 키우고자 최소한 스카이는 보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백일도 안된 시절부터 초점책과 촉각책을 들이대었고 월령과 연령에 맞추어 소위말하는 또는 가이드된 이름만 대어도 알만한 브랜드별 필독서를 구비하여 책꽂이에 그득그득 꽂아두고 책을 읽어주었다. 남편에게도 나의 독서육아에 동참하여 줄 것을 강요했다. 만만치 않은 도서구입비에 살짝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마치 무슨 대단한 신념이라도 된 듯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며 타협 없이 남편을 설득시켜 전집들을 샀던 것 같다. 당시 독서육아 열풍이 얼마나 심했냐면 집집마다 방문판매로 책을 팔러 다니는 영업사원들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그당시 집에 현금을 쌓아두고 사는 주부가 몇이나 되랴? 영업사원들은 집에 있는 헌책을 매입하고 차액을 결재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금붙이든 뭐든 돈이 될만한 건 다 가져가서 환산하여 값을 쳐주고 남은 차액을 결재하는 식으로 책을 팔기도 했다. 남편은 아직도 모르지만 나도 처녀시절 끼던 14K 반지, 귀걸이를 내놓고 책과 바꾼 적도 있었다. 그래도 열심히 책을 읽어주고 활용하며 이 방법이 틀림이 없다고 나름 자부했었다.
많은 독서지도전문가들은 책 읽는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끊임없이·강조한다. 또 동시에 부모도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며 아이들에게 부모의 독서하는 모습의 노출, 또는 아이들과 같이 책 읽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하여 생각보다 꽤 오래 아이가 독서독립을 한 초등고학년이 될 때 까지도 부모가 옆에 끼고 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고 권면한다.
"이런 건 지켰던 것 같아요. 남주 씨랑 저는 아이들 보는 앞에서 항상 책이나 시나리오를 많이 읽었어요. 직업적으로 시나리오 볼 일도 많기도 했지만 의식적으로도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어요. 일이 바쁘고 늦은 촬영 후에 이어진 회식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셔서 다음날 아침 숙취로 괴로운 상황에서도 일어나서 아이들이 유치원 등원하기 전까지 거실에 앉아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고 학교에 보내고 난 후 다시 잠을 잤어요"
- KBS2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김승우 안제욱 편>>
우리가 잘 아는 김승우배우가 TV프로그램에 나와서 진행자가 아이들 독서육아를 성공적으로잘하였다는데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한 대답이었다. 이런 걸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까? 독서육아를 내가 원하는 데로 끝까지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을까?
큰아이의 독서육아는 3살 터울 초초 예민 에너자이저 아들의 출산으로 지속되지 못하였다. 내가 많이 부족해서였을까? 나는 교육은커녕 아주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누이고 재우는 것만으로도 벅찬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면서 큰아이는 책하고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런 큰아이를 지켜보는 내 마음도 불편했다. 고심 끝에 두 아이들에게 다시 책을 충분히 읽어주고 싶어 큰아이 2학년 생일 직전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당시 육아휴직 정부정책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자녀에게 육아휴직 미사용기간을 쓸 수 있었다. 직장에는좀 눈치가 보였지만 큰아이 생일이 10월이라 생일 전 9월 2학기를 시작하면서 육아휴직을 1년 신청하였다. 내가 바라는 건 오직 아이들이 독서의 바다에 푹 빠져 헤엄치는 것 하나였다. 다행히도 같이 근무하는 관리자 및 모든 분들이 이해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독려해 주어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지만 모두가 나에게 욕을 했어도 나는 감수하고 휴직을 했을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쓸 수 있는 휴직기간이 남아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휴직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매순간이 소중하지만 내가 필요를 느끼는 내 아이의 소중한 시절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주변의 눈치를 살피기보다 아이만 생각하는 게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가을이 들어서는 길목에 휴직을 했는데 금방 해가 점점 짧아지고 밤이 길어졌다. 막상 휴직을 하고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육아휴직 본질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데 시간만 축내는 듯싶기도 하고 나만 조바심이 났다. 독서육아라는 게 그 결과가 가시적으로 빨리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허락된 시간이지만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 나를 더욱 초조하고 동동거리게 했다. 하지만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잘한 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그 시기 목적을 갖고 했던 육아휴직이었음을 자부한다. 아이들과 읽었던 책 중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책은기탄철학동화였다. 마치 아침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긴긴 겨울밤 이른 저녁을 먹고 긴 쿠션을 등에 대고 양쪽에 한 명씩 아이들을 끼고누워 읽어 내려갔던 철학동화는 다 읽고 나서 아이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많아 좋았다. 나와딸과 아들 우리 셋 다 감성이 저 세상까지 발달한 지라 하루는 우정에 관한 철학동화 '빨강 도깨비 파랑 도깨비'를 읽고 우리 셋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용도 특별할 것 없었는데... 나도 그때는 아직 순수했었나 보다.
파랑이와 빨강이는 서로 좋아하는 친구이다. 빨강이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데 사람들은 번번이 빨강이를 피하고 무서워해서 매일 속상해한다. 그런 마음을 아는 파랑이는 자기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헤칠 테니 네가 사람 들앞에서 나를 때리고 물리쳐서 사람들과 친구가 되라고 한다. 빨강이가 난동 부리는 파랑이를 때리는 시늉을 하니 파랑이는 그러면 사람들이 믿지 않을 거라며 괜찮으니 세 개 때리라고 한다. 이 일이 있은 후 빨강이는 사람들과 친해져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한동안 파랑이가 안 보인다. 어느 날 문득 파랑이가 걱정되어 파랑이를 보러 갔는데 파랑이는 빨강이가 나를 만나는 걸 사람들이 본다면 또다시 사람들과 멀어질 거라며 빨강이를 위하는 마음이 담긴 편지 한 장 써놓고 떠났다. 여기서 미와 환이 그리고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목이 메어 계속 읽어 나갈 수가 없었다.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아이들과많은 대화와 질문들이 오갔다. 둘 다 책 읽어 주기가 끝나기도 전에 서로 먼저 할 이야기가있다며 손을 번쩍 들고 있다. 생각보다 여섯 살 아들 환이도 친구와 우정에 대해 정확한 나름의 개념이 있어 놀랐던 기억이다. 자연적으로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가 되었고 나는너무 행복했다. 그날은 나 또한 친구가 더 보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못 읽은 동화책 있다. 세계명작동화 성냥팔이소녀와 할미꽃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큰아이는 내 입을 막고, 작은 아이는 지 귀를 막고 우리 셋은 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른다. 나는 침 한번 꼴깍 삼키며 울음을 먹고 우리 그럼 이 책은 이다음에 커서 보자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커서도 이 책은 안 본단다. 마음이 아파서 도저히 볼 수가없단다. 끝이 뻔히 짐작되는 이야기 동화책 두 권은 아이들이 커서 다른명작동화시리즈를 다 정리하였지만 여전히 우리 집 서재 책장 구석에 먼지가 뽀얗게 싸여가며 꽂혀 있다. 영원히읽을 수 없는 동화책이 될 것 같다. 트리플 대문자 F 셋이서 슬픈 동화책 읽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감수성이 발달한 아이들을 키우는 집은 꼭 나처럼 한 두권 영원히 못 읽은 책이 분명 있을것이다. 다른 집에 읽지 못하는 동화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