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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ng Juha Jun 07. 2021

부모님이 헤어졌더라도, 너는 너를지켜야 한다.

부모님의 이혼 앞에 혼란스러운 너에게

너는 이제 막 부모의 이혼을 겪었거나, 부모의 이혼을 겪은 지 몇 년이 채 안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보다 나이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란스러웠던 그 시절을 마음 한편에 간직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 가족의 문제는 내밀하여 가족 이외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가벼워 보이거나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일 때가 많기에, 너는 너의 문제를 쉽게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지 못할 것이다. 그나마 너를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너와 가장 비슷한 상황에 놓인 너의 친구일 것이다. 어른들은 대체로 너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책임과 의무, 무엇보다도 스트레스가 있고 그것들의 무게가 이미 버거워 너를 돌볼 겨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너는 더욱 너를 지켜야 한다. 




먼저는 너의 마음을 지켜야 한다.


부모의 이혼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 사람은 언젠가는 어떤 연유로든 멀어지거나 헤어지기 마련이고, 이별의 과정은 늘 힘든 일이다. 아마 평생을 겪어도 적응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별에 대해 조금씩 덤덤해지거나 무뎌질 수는 있어도 이별은 언제나 알게 모르게 상처를 남긴다. 

너는 아마도 엄마나 아빠와 헤어지기를 원한 적이 없다. 그들은 너를 태어나게 했고 너의 세상을 둘러싼 첫 번째 세계였으므로, 주변의 화목하고 단란해 보이는 가족들처럼 너의 가족 또한 그러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도 결코 너의 잘못은 아니다. 네 탓이 아니다. 너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너 자신을 탓해서는 안된다. 가령, 아빠와 엄마가 심하게 다툴 때 어떻게든 네가 그 둘을 화해시키기 위해 애썼어야 했다든지, 혹은 집을 나가려는 엄마를 붙잡아 엄마의 마음이 모질어지지 못하도록 울고불고했어야 했다든지, 그런 생각은 하지 않도록 하자. 부모는 너 때문에 헤어진 게 아니다. 


네가 해야할 일은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 입고 불안해진 너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너는 아주 중요한 시기에 부모를 잃었다.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시기는 없지만, 너의 현재는 미래를 좌우할 많은 선택들을 해나가야하는 정말로 중요한 시기이다. 그 시기는 한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앞으로는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의 넉넉한 정서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으며 살아가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너에게는 너 자신을 돌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부모의 이혼과 상관없이 너는 귀한 아이이고 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당장은 너는 많은 혼란 가운데 있다. 아마도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많이 외로울 것이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남몰래 많이 울거나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친구들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배회하며 네 마음의 슬픔을 잊어보려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음악을 듣는 일로 슬픔을 달래보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나는 네가 어디에라도 너의 마음을 전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너의 이야기를 온전히 경청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혼 후 네가 함께 살고 있는 이가 아빠이든 엄마이든, 혹은 같이 살고 있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고 이야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학교의 상담 선생님이나, 지역마다 있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또는 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 1388로 전화)나, 복지관의 사회복지사 등 네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경청하고 상담해줄 수 있는 이들을 꼭 찾아가길 바란다. 아마도 처음에는 너무나도 어색하게 느껴져서, 쉽게 용기를 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네 주변에 정말 좋은 어른이 있다면, 네게 그런 어른을 알아보고 마음을 열 용기와 힘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네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아픔들에 대해 결코 혼자 갖고 있지 말고 꼭 어디에라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충분히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너의 마음은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만약 네가 너무 내성적인 사람이거나, 주변에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면 너만의 공간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보기를 추천한다. 네 기억 속에 잊히지 않는 장면과 말들, 생각들을 바깥으로 꺼내어 네 안에서 그것들이 너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처음에는 부모가 이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는 너무나도 충격을 받아 아무것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울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아무리 씩씩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씩씩한 척하기 힘든 순간이 있다. 그런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난 뒤에는 꼭 앞서 말한 이런저런 방식으로 (혹은 운동을 해도 되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때까지,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려도 된다.) 꼭 너의 복잡한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 아픈 게 있다면 꼭 꺼내놓아 괜찮아질 수 있을 때까지 마주하길 바란다. 쉽지 않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병들게 될지도 모르니까. 네 마음이 병들지 않도록 너는 꼭 너 자신을 지켜야 한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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