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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립국 Apr 23. 2021

오늘의 서술, #27 주식

#27 주식


 요즘 주식을 하고 있다. 적은 돈도 아니다. 큰돈을 단숨에 사고팔고 반복하다 보니 무감각해진다. 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애간장이 탄다. 시드 머니가 많으면 우량주에 모른 척 넣어두겠지만 그러지 못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단타로 승부를 보고 있다. 수익률이 떨어져 지표상 손실 금액이 100만 원을 넘어가기도 하고, 100만 원 수익이 넘어갔는데 팔 타이밍을 못 잡아 다시 꼬꾸라지는 일도 있었다. 오늘 그랬다.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 이때 팔았어야지! 그때 사뒀어야지! 마음속에 사무친다. 해보니까 쉽지 않다.

 

 일전에 기획 관련된 일로 어떤 분을 만나게 됐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맥락 없이 자리에 있던 다른 분과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좀 부족하지만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이고 내 주위는 모두 못 사는 상황, 부족함 없이 풍족하지만 내 주위는 나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이 있을 때 어느 걸 택하느냐가 질문이었다. 요지는 이렇다. 전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상대적으로 풍족한 상황이고, 후자는 절대적으로 풍족하지만 상대적으로 빈곤한 상황이다. 셋이서 대화를 했는데, 나와 다른 분은 후자를 택했고 질문을 한 사람은 이상하다는 듯이 본인은 전자라고 하면서 이유를 물어보더라. 후자라면 시기와 질투도 없을 테고, 내가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으니 그쪽을 택했다고 이유를 말했다. 나도 수긍했고, 내가 못 사는 것도 아니고 주위 사람들이 슬픈 상황이 아니면 좋겠다는 이유로 후자를 택했다고 말했다.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뭐 대충 이런 흐름이었다.  

 

 당시에는 나랑 다른 사람이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그분이 직접 말하길 본인은 전업 투자자라고 하더라. 주식을 하는 사람. 주가지수가 계속해서 상승하지 않는 이상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이 주식판인 것 같다. 내가 수익을 보기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거다. 주식을 계속하다 보면 마인드 세팅도 그리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들지는 않지만 내가 수익이 나면 남들이 손해를 보는 시스템이다. 이 판에 들어왔으니 뒤늦게 대답을 번복하게 된 셈인 것 같다.

 

 한 달 전에 주식을 시작했다. 주로 내가 하고 있는 게임 주식을 산다. 아닌 적도 있지만. 오늘까지의 수익은 45만 원이다. 당분간은 살 떨리는 매수/매도를 반복할 것 같다. 영화 “언컷 젬스”에서 아담 샌들러는 충분히 풍족해 보이지만 계속해 자신을 나락으로 빠뜨린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불법 도박에 들이붓는다. 그러다 파국을 맞이한다. 제 발로 구렁텅이에 들어가는 걸 보면 진이 다 빠진다. 왜 저러나 싶은데, 남 일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하는 주식이 도박이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다. 어디쯤에서 끝날지,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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