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립국 Apr 23. 2021

오늘의 서술, #42 내성발톱

#42 내성발톱


 언제부턴가 적폐 청산이라는 말이 많이 나돈다. 선거를 앞둔 정치판에서 특히 많이 쓰는 것 같다. 여도 야도 모두가 적폐 청산을 외친다. 그런데 폐단을 쌓는 적은 어디에 있나. 타도할 수 있는 대상인가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부동산을 잡겠다던 정부 측 인사는 집을 포기 못해 관직을 내려놓기도 하고, 공사의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 야도 마찬가지다. 어느 의원은 가족 회사를 동원해 막대한 공사를 수주하는 등 이쪽이고 저쪽이고 심각하다. 적폐를 청산하려면 자기 팔이고 다리고 다 잘라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할까.  

 

 그럼 멀찍이 지켜보면서 손가락질하고 있는, 내 집 마련의 꿈이 난도질당한,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가. 우리는 적폐 청산을 외칠 수 있을까. 뉴스 인터뷰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좀 잡아달라고 간곡하게 이야기한다. 시장이든 대통령이든 가장 전면적인 정책은 부동산 대책이다. 근데 참 웃기는 일이다. 영끌이다 뭐다 모두가 집을 사고 싶어 하는데 집값이 오르지 않을 수가 있나. 마치 자기는 이 판에 속해 있지 않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처럼 정부 욕을 하고 있는 게 너무 웃기다. 경제법칙에 따라 수요가 많으면 자연스레 값이 올라간다. 투기 자산으로 인식해 재테크하려는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많아서 오르는 거다. 갭투자같은 시세차익을 노린 소액투자자들은 정책의 실패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과연 정말 순수하게 내 집을 갖는 것에 머무를까.

 

 전세나 월세를 전전하던 사람이 늘상 하는 말이 있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한다. 이사를 안 다녔으면 좋겠다는 바람. 하지만 집을 갖게 된다고 치자. 그럼 지금 소유한 집이 재테크의 대상이 된다. 말뚝 박고 살고 싶던 욕망은 언제든 수익이 나면 팔아야 하는 경제 논리에 복속된다. 더 좋은 곳으로 갈지는 몰라도 결국 마찬가지로 떠돌게 되지 않을까. 거주가 아닌 소유의 대상으로 집을 생각하게 되면 떠돌이의 운명을 피할 길이 없다.


 내성 발톱은 발톱이 자기 살을 파고드는 염증이다. 안 맞는 신발을 신거나 발톱을 압박하면 생긴다. 나를 아프게 하는 병의 대부분은 내 안에서부터 생긴다. 적폐가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을 수 있다. 폐단을 스스로 쌓는 것이다. 부정부패, 권력형 범죄 등 그 사람만 처벌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LH 투기 사건의 당사자들은 평범한 가장이었을 것이고, 오늘도 어디에선가 대단하게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부터의 갑질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대통령을 바꾼다고, 시장을 바꾼다고, 위정자를 바꾼다고 세상이 갑작스레 바뀌지 않는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악한 것들은 이미 우리 안에도 있다. 나를 잘 살펴야 적폐를 청산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나부터-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서술, #41 부천손대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