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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립국 Oct 18. 2022

오늘의 서술, #51 독서모임의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의 페미니스트


 책을 잘 안읽어서 최근 독서모임을 하나 들어갔다. 본 모임이 끝나고, 책과 영화 등등 이런저런 재밌는 얘기를 하던 중 어떤 남자분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서 그쪽 이야기로 물꼬를 텄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성문제와 관련된 의제들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고, 그래서 더욱 더 많이 이야기를 해야하고 여성의 권리도 더 보장해야하고 더 나아가 여성이 권력을 쥐었으면 하는 이야기까지 하더라. 그래서 물어봤다. 현재 기울어져 있으니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소처럼 반대쪽에서 좀 더 세게 눌러야하는거고, 시간이 지나면 남녀가 평등하길 바라는거죠? 대답은 아니었다. 여성이 권력을 쥐었으면 한다는 말을 되돌려받았다.



 대게 여성주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남녀평등인데, 이 사람은 완전 급진적이다 못해 오히려 반대쪽으로부터 공격당할 논지를 펴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그건 현재 상황에서 성만 바꾼 권력구조의 재편이니까. 그렇게 내 생각도 전하고 몇 마디의 말을 더 듣다보니 언뜻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번 해보면 어떨까라는.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기보다는 낭만적 기대라고 해야하나.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하니 확률에 기대를 건다는 느낌으로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포함한 세계정세도 그렇고, 남자들이 지배해온 역사는 영화로 치면 피와 뼈요, 폭력의 역사요, 아이리시맨 그 자체다. 물론 좋은 일도 많이 했겠지. 그럼에도 여자가 남자보다 낫나? 혹은 여자들이 권력을 쥔다면 전쟁이나 참혹한 일들이 여전히 일어날까? 확답은 못하겠다. 다만, 한번 바꿔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까. 올해 초 선거가 생각났다. 나와 다른 후보를 뽑았던 사람들은, 그들은 신념으로 중무장했기때문에 앞뒤도 안보고 투표를 했던 것일까. 아니었을거다.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독서모임의 페미니스트와 같은 관점에서 다른 가능성에 대한 바람이 있어서 선택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바람은 아마도 나의, 너의 삶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을거다. 다른 후보를 선택했지만, 나와 같은 마음으로 지지하고 투표를 했을거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이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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