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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립국 Sep 04. 2024

오늘의 서술, #64 어떤 진심

또 나만 진심이었어


 '어떤 진심'은 '밤은 내가 가질게'에 수록된 단편작품이다. 유란이 이서를 자신이 속해 있는 종교단체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료과외를 통해 접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정이 있는 이서는 유란의 관심으로 점점 마음을 열고, 교회를 찾아간다. 유란의 교회는 황목사가 신도들을 가스라이팅해 재산을 축적하고 아이들을 열매라 지칭하며 착취하는 구조로 돌아간다. 유란은 어렸을 때 열매로 불린 피해자였지만, 지금은 이서를 열매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다. 그 이유는 친구였던 민주를 찾아오기 위해서다. 민주 역시 열매다. 많은 걸 나눴던 민주는 시간이 지나자 유란에 관심을 주기보다는 교회의 일에 더 몰두한다. 그래서 유란은 이서를 교회로 데려가면 민주를 돌려받을 있을 거란 기대로 열매를 만들기 위해 진심을 다한다. 이젠 누구도 진심이 아닌 곳에서 왜 오직 열매들만이 진심인 채로 남아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일요독서라는 독서모임을 운영해온 지 1년이 넘었다. 그간 적지 않은 사람이 다녀갔다. 남은 인생의 내 과제는 여러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이라 생각했기때문에 깐깐하게 제한을 두진 않았다. 무례하지 않은 이상 개성으로 존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모임장인 나에게 야속했을 사람들이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최근에 채팅창에서 혐오발언을 한 분이 나가고 나서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긴 했다. 이후엔 별 일이 없었고, 새로 오신 분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새로운 이슈가 생겼다. 모임 이후 추가적으로 조언을 얻고자 연락처를 받아 따로 만났는데, 제품 영업을 하더라는 내용을 제보로 알게 됐다. 초창기 멤버였고 독서모임에서도 나름 열의를 가지고 활동하고 참여했기때문에 당황스러웠다. 기억을 더듬어 따로 만났을 것 같은 분들에게 확인을 해보니 사실이었다. 적지도 않았다. 그때문에 나간 분들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이번 일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그리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왜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다.

말하지 않고 모임에 계속 남아있거나 나오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대화는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울거라 생각했다. 그 정도 에너지도 없다. 그래서 오늘 장본인에게 장문의 메세지를 보냈다. 선택지는 주지 않았고, 어떻게 할거냐고만 물어봤다. 비슷한 길이의 답이 왔다. 건강체크가 재능기부였다, 영업을 안해도 먹고 산다 등등 다른 문제는 해석의 영역이지만 제품을 유통하지 않았다는 거짓말이 들어있는 내용이었다. 그 부분을 확인하고 나의 선택을 했다. 내보냈다. 


 사실 그도 궁금하다. 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네트워크 마케팅 쪽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을까. 언제부턴가 작은 외삼촌이 애터미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집에 가면 자잘한 애터미 제품들이 있어서 얻어오곤 한다. 엄마에게 뭐라고 한 적은 없다. 엄마가 산 영양제나 생필품들을 아무 말 없이 일부러 가져간다. 여기엔 어떤 진심이 있을까. 막내 동생이 잘 되길 바라면서 사주는 엄마나 이모들의 마음, 싫은 소리 없이 제품을 가져가서 쓰는 나와 외가 친척들의 마음을 외삼촌은 알까. 짧지 않은 해명과 거짓말때문에 궁금증이 사라지긴 했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있다면 외삼촌이든 그든 대화해보고 싶긴 하다.


문제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을 했든,

거절하면 되는 일이라가 상관없었든,

곧 말할거였든,

감히 얘기해보면,

이면에는 그에 대한 기대 또한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난 그랬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독서모임에서 책을 통해 좋은 경험과 이야기를 나눴던 모습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 아쉽게도 나(우리)의 마음이 닿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다. 원효대사 해골물인지 모르겠지만, 회원들의 주저함, 그 '어떤 진심'을 보았기때문에 사람을 더 사랑하고 아낄 용기가 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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