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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미진 Mijin Baek Jan 26. 2016

재택근무와 공짜밥

과연 복지일까

어제 회사 게시판에 어떤 글이 게시되고 나서 지금까지 수많은 댓글이 달리는 중이다. 

여러 가지에 대한 내용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flexible 출퇴근제에 대한 요구가 꽤 많이 보였다. 다른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도 한다는데, 왜 우리는 flexible도 안 해주냐는 내용이다.  

더불어 점심 식사에 대한 이야기도 단골 주제다. 회사 식당에서 주는 밥은 맛이 있네 없네 늘 말이 많고, 최근 뜨고 있는 스타트업들에서는 비싼 레스토랑 음식 같은 식사를 직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택근무

실리콘밸리는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우며 재택근무가 생활화되어 있는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거주는 산호세에서, 출근은 샌프란시스코로 하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는 차가 엄청나게 막혀서 차가 막히는 러시 아워를 피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둔 장치가 재택근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호세 구간은 항상 차가 막히고 특히 퇴근 시간인 4시 이후부터 7시까진 거의 움직이지 않을 정도라서, 그 시간을 피해 3시쯤부터는 퇴근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온다. 그래서 아이가 있는 사람은 일찍 가서 아이를 케어하고 재운 후에 다시 일을 하기 때문에 밤이 되면 메일이 미친 듯이 쏟아진다고도 한다.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고 일을 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으니, 비교적 한가한 밤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공짜밥 


LinkedIn의 점심 식사

회사 식당이 없는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점심시간마다 고민한다. "오늘은 뭘 먹지?"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아.. 오늘은 또 뭘 먹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누군가는 사다리를 그리기도 하고 막내는 오늘 갈 식당을 고르기도 한다.  

해가 갈수록 회사 밥의 퀄리티가 떨어져서 밖에서 계속 먹었던 적도 있었다. 난 그저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 사람이라 매번 메뉴를 고르는 것이 부담스럽고 나가는 것도 귀찮아서 다시 회사 식당으로 돌아왔다. 회사 밥 정말 맛없다며 매일 도시락만 먹다가 최근엔 연구소 중 밥이 가장 맛있는 곳에 나와있다. 

살기 위해 먹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맛있는 음식을 주면 군말이 없어진다. 



사람은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 그 가짓수만큼 에너지가 분산된다. 

그래서 이 부분을 신경 쓴 회사들은 직원들이 핵심적인 일에 몰입하고 비교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신경 쓰지 않도록 정교하게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밖으로 나가서 밥 먹을 곳을 찾느라 버리는 시간과 고민과 노력을 아껴서 당신이 진짜로 해야 할 일에 몰입하라고. 


즉, 재택근무와 공짜밥은 그저 복지차원에서 직원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회사에서 당신이 수행해야 하는 핵심적인 과업에 쏟을 에너지가 다른 데로 분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이다. 

그 덕분에 직원들은 출퇴근 지옥에서 벗어나 도로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됐고, 일하다가 잠시 사무실에서 가까운 사내 식당에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돌아와 하던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다. 

회사와 직원 모두가 이득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시간이 흐르고 규모가 커지면 재택근무와 공짜밥의 취지가 뭐였는지 모르는 지경에 이를 수 있고 그저 복지라는 이름으로 불려질 수도 있다. 게다가 두 가지 모두 외적으로 드러나는 활동이다 보니 누구나 비교적 따라 하기가 쉽다. 돈을 발라서 그럴듯하게 꾸미기도 쉽다.


하지만 회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져서 무언가 줄여야 하는 시점이 되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게 복지라는 이름의 것들 아닌가? 

회사가 직원들에게 주는 것들을 통틀어 복지라는 이름으로 퉁치면, 직원들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사람이 된다. 회사는 내가 주는 것에 당연히 고마워해야 하는 것에 감사하지 않는 직원들이 괘씸하고, 직원들은 여태껏 주던 것을 안주면 왜 안 주냐며 불만을 갖는다. 

회사와 직원 모두 불만인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재택근무와 공짜밥은 그저 복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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