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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미진 Mijin Baek Nov 12. 2016

쉬어갈 때를 안다는 것

장기 목표를 이루려면 순간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교에 들어갔고, 휴학 한 번 없이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석사를 마치고 곧바로 회사에 입사해 현재 8년 차 직장인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두 달간 휴직을 하는 중이고 일주일 뒤에는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사실 휴직을 하고자 했던 게 처음은 아니었다.

작년에도 쉬고 싶었고, 5년 전에도 쉬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직장을 쉬겠다는 말은,

부모에게는 자식의 책상이 없어진다는 말로 들리기도 했고, 직장 상사에게는 일하다 말고 가버리겠다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게 싫어서 항상 나와 내 마음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 같다.


그렇게 내 마음을 돌보지 않는 시간이 누적되면서 마음속에 차츰 여러 가지가 쌓였는데,

남들 놀 때 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화로 발전하기도 했고, 온갖 똥을 다 치웠는데 성과를 홀랑 훔쳐가고는 더 윗사람에게 날 말도 안 되는 쌍년으로 만든 상사가 꼴도 보기 싫게 화가 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이명과 청각 과민이 생긴 일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이고 본인이 겪어보지 못했다고 해서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커져갔다.


생각해 보면 처음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것들이었는데, 말로 표현 못한 서운함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아주 가끔. 저렇게 쌓인 화가 분노로 치밀어 오를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땐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혼자 한참을 울다가 '그래도 매 순간 내가 선택했던 일이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내가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힘들었고, 미안한 마음은 더 커졌다.

왠지 더 지나면 안 될 것 같았다.


여기까지가 지금이라도 휴직을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이다.




사실 휴직을 하고 쉰다고 해서 뭔가 엄청나게 더 나아진 것도 없다.

여전히 일하는 걸 좋아해서 쉬는 중에도 일처럼 보이는 여러 가지를 하며 지냈는데, 참 즐거웠다.


난 그저 스스로에게 휴식할 시간을 좀 주고 싶었고,

다른 어떤 외부 요인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아침에 9시쯤 일어나서 해를 보며 느긋하게 거실로 걸어 나오는 시간이,

아침 식사를 하고 오늘은 어떤 차를 마실지 고르며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오늘 점심은 뭐 먹지? 엄마랑 같이 대화하며 함께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날이 추워졌다며 귤나무에 열린 귤을 따서 씻고 썰며 청을 만드는 시간이,

커피 한 잔 내려서 책 한 권 들고 오롯이 한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집 앞 슈퍼에 가서 과자를 한 봉지 사면서 주인아주머니와 안부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저녁에 집 앞 공원에 운동하러 나가서 산책 나온 강아지를 보며 귀엽다고 쓰다듬어주는 시간이,

친구를 만나는 동안 회사에서 연락 올까 봐 긴장하지 않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난 그저 이 정도의 여유가 필요했을 뿐이다.


이렇게 누구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순간들을.

더 많이 느끼고, 더 잘 즐기면서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이 정도면 됐다.

두 달간의 휴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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