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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미진 Mijin Baek Jul 22. 2016

Go to World Maker Faires!!

Tokyo , Shenzhen, Berlin & Bay Area

* 본 내용은 허브줌에 기고한 글입니다. 

Go to World Maker Faire 1. Tokyo & Shenzhen : http://hub.zum.com/banglab/4881 

Go to World Maker Faire 2. Berlin & Bay Area : http://hub.zum.com/banglab/4882


요즘은 집에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소이 캔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이후 디퓨저나 석고 방향제 같은 관련 상품도 같이 만들고 판매도 한다. 가끔은 재봉틀을 돌려 옷을 만들거나 아빠와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두이노 보드를 이용해 트리를 만들거나 전자 기기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활동은 각종 SNS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이제 너무 흔해졌다. 

이렇게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을 업계에서는 메이커라 부르고 이런 움직임을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이라고 한다. 지난 5월 전 세계의 메이커들이 한데 모여 본인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또 그 과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행사인 메이커페어(maker faire)가 열려서 다녀왔다. 


메이커페어가 뭐예요? 

메이커페어(Maker Faire)를 직역하면 ‘자기가 만든 것을 전시하는 박람회'라는 뜻이다. 2006년 미국의 베이 에어리어(Bay Area)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해마다 열리며,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 기술 애호가, crafter, 교육자, 취미, 엔지니어, 과학 클럽, 작가, 예술가, 학생, 상업 전시 작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그들은 서로를 메이커(maker)라고 부르며, 자신이 만든 산출물과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궈낸 성과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메이커 페어에 참여한다. 


메이커페어는 지도에 찍힌 점이 있는 전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개최된다.             

최근 3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메이커페어를 다니면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동안 다녀온 메이커페어를 소개하여 도시별 특징을 알아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부터 그동안 다녀온 여러 국가의 메이커페어와 각각의 특징을 소개하려고 한다.

각 도시별로 작성한 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worldmakerfaire 



메이커 문화에 눈을 뜨게 해준 2014 Maker Faire Tokyo

도쿄 메이커페어는 ‘역시 덕후의 나라!’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참 쓸모없어 보이고,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많았다. 심지어 ‘뭐 저런 걸 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어 그냥 지나쳤던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 시점에서 주목받던 특정 기술들을 활용한 작품들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본인들의 정서와 가장 잘 맞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전통문화 같은 것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사실은 이 때문에 스쳐 지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외관은 시각을 활용한 것이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거나 외면하게 만드는 힘이 가장 큰데, 일본 특유의 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본 메이커페어를 통해 한 나라의 특정 도시에서 열리는 메이커페어는 그 나라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므로 문화적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드론이다. 다만 그냥 비행기가 아니고 잠자리나 나비처럼 생겼다. 디테일함이 눈에 띈다.


목에 착용한 나비 모양 인형이 맞은편에 사람의 움직임을 인지해서 LED가 켜진다.


불이 켜지는 칼. 어두운 곳에서도 잘 썰 수 있다.


오른쪽의 카메라로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인지해서 갑자기 귀신 머리가 훅! 하고 튀어나온다. 눈에 불도 들어온다. 귀신의 나라 일본…



하드웨어의 성지 2015 Maker Faire Shenzhen


아시아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메이커페어가 열리는 곳, 바로 심천이다. 

선전 혹은 쉔젠(Shenzhen)이라고 부르는 심천은 흔히 짝퉁을 만드는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하드웨어의 도시답게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본인의 아이디어를 팔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 복잡한데, 그 과정을 도와 아이디어 제안자/팀이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가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다.

(참고 글 :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를 아시나요? )

심천에는 화창베이(우리나라 용산 전자상가 같은)라는 곳이 있어서 가격이 싸고, 빨리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인 도시라서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가 자리 잡기에 좋은 곳이다. 제조업에 강한 중국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제조업에 닥쳤다는 위기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규모가 큰 만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칩 업체에서도 많이 참여했다. 개인이 직접 칩을 사서 쓰진 않지만, 요즘엔 유수 칩 업체에서도 라즈베리파이나 아두이노 같은 개발 키트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그런 개발 키트를 활용해서 만든 제품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또, 하드웨어 도시의 장점을 십분 살린 다양한 아두이노와 각종 주변 장치들을 함께 판매하기도 했다. 

심천 메이커페어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완전하게 기술 쪽으로 치우쳤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적인 메이커 활동을 보면 기술로 국한하지 않고 있는데, 유독 심천은 기술 분야에 치우쳐져 있었다. 아마도 하드웨어 강국이 되려는 국가적 정책과 심천이라는 도시의 특성이 부합하여 나타난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을 포함하여 일본과 중국의 메이커페어에는 다른 무엇보다 기술에 집중한 제품이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2015 Maker Faire Berlin

베를린 메이커페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아이들이 관객의 메인이라는 점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에 대한 철학이 깊은 나라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만큼 그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결혼해서 아이가 생긴다면 교육은 독일에서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과학 단체, 학교 등에서 전시장의 꽤 넓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아이들이 주요 참석자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은반지를 만드는 워크숍부터 작은 기판에 납땜하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했다. 아주 근본적인 것에 대한 것부터 교육이 시작되기 때문에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기구들이 많았다.


이처럼 비즈니스적인 것보다 교육과 관련된 혹은 교육의 연장선인 곳에서 많이 출품했다. 학교에서 학생과 선생님이 같이 참여한 프로젝트 혹은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많았다.             

아이들이 관객의 메인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아이들을 위한 워크숍 프로그램이 다양했고, 부모들은 아이가 더 많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 인상 깊었던 심천이나 우리나라는 어른이 메인인 곳임과 동시에 기술 쪽으로 많이 치우쳤고, 아이들에겐 전자기기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워크숍이 가끔 보일 정도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곤 했다. 


이전 다른 메이커페어에 다닐 땐 별 관심 없었는데, 독일 메이커페어를 보면서 교육에 대한 생각이 매우 강해졌다. 근본적인 것에 대한 궁금증에서 교육이 시작되는 곳이며, 대학이나 취업만이 전부라는 생각을 절대 심어주지 않는 나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때문에 그만큼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는 게 아닐까?



어린이 메이커가 많은 2016 Maker Faire Bay Area

메이커페어 베이 에어리어에서는 다른 때보다 유독 눈에 띈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어린이 메이커가 많고, 아빠 손을 잡고 메이커페어를 구경하러 오는 아이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에 장기 출장으로 몇 달씩 살아보기도 했고, 미국의 회사들을 둘러보며 기업문화와 그들의 행동방식을 관찰할 일도 종종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메이커페어와 미국의 가정집에서 지내면서 그동안 경험한 모든 것을 바탕으로 끌어낸 키워드는 이렇다.


어릴 때부터, 교육, 아빠의 퇴근 시간, 가족과 함께, 차고 


베이 에어리어에서는 유독 어린 메이커가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또,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하러 온 학생들과 선생님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지금까지 메이커페어에 다니면서 이렇게 어린이와 청소년 메이커가 많은 곳이 있었던가?             

어린이와 아빠가 함께 메이커로 참여한 곳도 있었고, 학교에서 수행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온 청소년 메이커도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누군가 그들의 작품 앞에 가서 서면 적극적으로 본인이 만든 작품을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어린이라도 해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보단 본인이 주도적으로 설명하고 본인의 작품 앞에 선 사람의 피드백을 받으려는 모습이 처음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위한 제품이나 워크숍을 준비한 메이커와 회사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어린이와 청소년 메이커의 비율이 높다는 건 미국이란 나라의 문화적인 부분과도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의사 표현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아마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 성인이 되면 다시 자기 자식에게 그렇게 교육을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퇴근 이후엔 대부분 집으로 간다. 중간에 어디 딴데로 샐 데도 없고, 심지어 놀아줄 다른 동료도 없다. 그들도 집으로 간다. 이처럼 퇴근 이후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고, 그 시간 동안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부모 간에 대화가 많아진다. 눈을 맞추는 시간이 많으니 아이들이 했던 어떤 시도에 대한 피드백도 더 많아지고,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게 아닐까?  





지난 3년간 세계의 크고 작은 메이커페어를 다니면서 그해에는 어떤 기술이 유행하는지, 어떤 제품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지를 두루 보고, 듣고, 느꼈다. 한 해에 여러 곳을 다니면서 같은 기술을 다른 나라에서 어떤 서비스로 승화시켰는지 비교하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또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 나라에서 왜 이런 제품과 서비스가 나왔는지 궁금해하며 그 동네 사람들을 만나 더 깊이 알아보기도 했다. 

메이커페어에 가면 메이커들은 본인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요즘 유행하는 기술이나 기기를 이용해 만들고, 그것을 메이커페어에 나와서 과정과 결과물을 보여주러 나온다. 이 행사에 참석하면 나는 기술과 UX에 대한 부분을 함께 둘러볼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외국의 개발자 친구들을 사귈 수도 있다. 


일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취미생활도 한다는 것, 그게 뭐 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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