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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미진 Mijin Baek Dec 16. 2015

8회. HW Accelerator를 아시나요?

Maker Faire Shenzhen 2015, 첫 번째 이야기

Maker Faire Shenzhen 2015

기술만을 강조하다 보면 기술의 함정에 빠지기 쉽죠.

이미 나온 기술이더라도 UX 관점에서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나아가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Needs에 따라 BANG LAB.(www.banglab.com)에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을 UX 관점에서 토론해 보고 그 결과를 정리해서 공유합니다.

이번 여덟 번째 이야기에서는, 작은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고 팀이 회사로 자립할 수 있도록 전 과정을 돕는 Hardware Accelerator를 소개하며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에 대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UX로 마술을 부리는 그 여덟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요즘 TV를 틀면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중에서 심천(Shenzhen)은 하드웨어의 도시로 유명합니다.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Maker Faire Shenzhen 2015가 개최되어 다녀왔습니다.

Maker Faire(http://makerfaire.com/)는 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열리는 행사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 기술 애호가, crafter, 교육자, 취미, 엔지니어, 과학 클럽, 작가, 예술가, 학생, 상업 전시 작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행사이다. 그들은 서로를 메이커(maker)라고 부르며, 자신이 만든 산출물과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궈낸 성과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Maker Faire에 참여한다.


Maker Faire Shenzhen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심천에서 해마다 열리는 행사로 올해로 4회째를 맞이했습니다. 그 규모가 전 세계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해마다 몰려듭니다. 아마 심천이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낸다’는 특성 때문에 제품을 만들려는 사람이 모이는 것 같습니다.


 Hardware Accelerator를 아시나요?

Hardware Accelerator는 제품을 만들고 싶은 팀의 아이디어에 전문가들이 붙어서 3~4달 안에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주는 회사입니다. 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특히 심천에서 왕성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Hardware Accelerator는 제품의 하드웨어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디어가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아우릅니다. 그 과정에서는 프로토타입이 제품이 될 수 있도록 팀에게 제품 디자인, 제조, 엔지니어링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제공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제품 포지셔닝, 브랜딩, 제품 디자인 등 제품 출시와 제조에 필요한 방법도 포함되어 제품을 하나의 회사로 성장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회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고문, 프레스, 전략적 파트너, 투자자도 연결해줍니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프로세스로 구성되어 제품 출시를 돕습니다.


다음은 이 두 회사를 통해 배출된 스타트업들입니다. 2012년부터 시작해서 두 회사가 배출한 스타트업만 해도 50곳이 넘습니다.  

 

아이디어만 가지곤 안된다. 눈으로 볼 수 있는 프로토타입으로 얘기하자.

최근 대기업에서도 다양한 제도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양식은 PPT 한 장에 그림이나 몇 줄의 문장으로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Hardware Accelerator가 받는 지원서는 어떤 형식일까요? 우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아래는 한국에서도 제법 유명한 Hardware Accelerator인 HAX의 지원서 양식입니다.

굳이 목업(mock-up) 형태의 프로토타입이 아니더라도 제품의 콘셉트와 사용 시나리오를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을 제작하여 함께 제출합니다. 또, 이 제품을 통해 어떻게 시장에서 돈을 버는지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기재해야 합니다. 지원서 작성을 위해 직접 고민해야 할 것, 그리고 찾아봐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아래 그림은 또 다른 Hardware Accelerator인 Highway 1의 지원 조건입니다.

현재 지원 기간이 끝나서 지원서 양식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조건이 몇 가지 명시되어 있습니다. 역시 제품의 콘셉트와 가치(value)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요구하는 항목과 누가 이 제품을 원하는지 묻는 항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Hardware Accelerator에 조인하면 좀 더 판매하는 제품 같은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도록 일정한 금액의 투자금을 지원하고, 팀은 그 돈으로 3~4개월 안에 제품을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일 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새로운 팀을 선발하며, 새로운 팀을 뽑기 위해 1월과 6월에 정해진 기간에 지원서를 받습니다.

보통 400~500개 팀 정도가 지원하고, 그중에 15개 팀만 선정되어 전문가 집단이 투입됩니다.  

두 회사의 지원서 양식에서 봤듯이 15개 팀 안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Hardware Accelerator가 투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팀은 만들려고 하는 제품의 다방면을 구체화한 제안서를 직접 작성해야 하며 아래 내용이 필수로 들어갑니다.  

* 제품이 제공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그게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등 제품의 무형적인 것

* 외관 디자인, 사용할 소재와 재질 등 제품의 외관에 해당하는 것

* 이 제품이 어떻게 돈을 벌건지, 고객은 누구고 그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이처럼 아이디어 제안자는 본인이 만들려고 하는 제품에 대한 큰 틀과 구체적인 내용까지 전부 잡습니다. 이렇게 많은 고민을 담은 제안서가 통과해서 15개 팀 안에 들어야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팀이 가진 아이디어를 좀 더 수준 높은 제품으로써 시장에 소개할 수 있는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시장에서 고객들이 선택할만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함입니다. 단지 뛰어난 기술만이 전부인 제품이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 시장에서 팔릴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라도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실제 제품 형태일 때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Hardware Accelerator의 전문가 집단이 아무리 시장을 보는 눈이 뛰어나더라도 문장 몇 줄이나 그림 한두 개 정도로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아이디어가 메이커페어에 나오기까지

사진 속의 제품은 HAX를 통해 제품을 출시한 Voltera로, 프로토타입의 발전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건 2012년 8월입니다. 초반엔 아이디어의 기술적인 부분에 한계가 있어 창업자 4명이 1년간 실현 가능한 기술을 찾아냈고, 첫 프로토타입을 만든 것이 2013년 7월입니다. 그 후 수차례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2014년 7월에 심천으로 이동해 HAX에 조인한 후, 좀 더 제품 같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 HAX에 조인하기 위해 준비했던 프로토타입은 2014년 1월에 만들었던 제품입니다.

HAX에 조인하기 전에 만든 프로토타입들을 보면 ‘저게 어딜 봐서 Circuit Board Prototyping Machine이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양산제품 수준의 프로토타입을 원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하지만 Voltera가 2년에 걸쳐 많은 프로토타입을 시도했던 것처럼 처음의 프로토타입과 제품 출시 직전의 프로토타입은 분명히 다릅니다. 외관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에 수정이 가해져 처음 계획과 달라지기도 합니다.

프로토타입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최종 산출물이 개발되기 이전에 그것의 특징을 포함하는 간단한 형태의 중간 산출물’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즉, 초기 프로토타입은 제품의 콘셉트와 목적을 관련 인원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일을 시작하기 위해 의사결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큰 그림이니까요. 밑그림을 잘 그리고 시작했다면 디테일한 부분을 조금씩 채우며 계획했던 제품으로 완성할 수 있습니다.  

<메이커페어에 나온 다양한 프로토타입>


 과연 프로세스와 시스템 없이 제품이 나올 수 있을까?

아이디어 제품을 만드는 조직에서는 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존의 복잡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간소화하기도 합니다. 기존 환경에 어려움을 겪은 사람일수록 그런 자유로운 환경을 부러워합니다.

그렇다면 완전히 자율적인 곳에서는 더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을까요?

물론 자유로움이 주는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하드웨어의 성지라 불리는 심천에 다녀와 보니 현실은 좀 다른 것 같았습니다. ‘아이디어만 가져오면 우리가 만들어줄 테니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아이디어가 채택되기도 어려운데, 아이디어가 채택된 이후엔 절차에 따라 정해진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따라야 했습니다.


Hardware Accelerator는 팀이 가진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출시하고 그 제품을 통해 팀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 해에 30번 정도 수행합니다. 여러 번 반복되는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일들만 뽑아 프로세스로 만들고, 그에 맞춰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팀에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3개월에 한 번, 수백 팀씩 그 프로세스와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습니다. 잘 갖춰진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많은 사람이 환영했습니다.


아래 그림이 그렇게 만들어진 HAX의 프로세스입니다.  

요즘 제 업무는 프로세스 엔지니어이고 일이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주요 업무입니다. 업무를 하면서 회사의 구성원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회사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를 종종 접합니다.


과연 프로세스와 시스템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요?

HAX도 처음엔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던 작은 팀으로 시작해, 그 제품이 kickstarter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알려진 팀입니다. 이후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면서 자신들이 겪었던 과정을 프로세스로 엮어 제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로 제공하며 Hardware Accelerator로도 성공한 회사입니다.

그들이 Hardware Accelerator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들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겪었던 과정을 작은 단위로 쪼개는 일이었습니다. 그 중 꼭 필요한 일을 엮어 프로세스로 만들고, 만들어진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일이 잘 돌아가게 하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만드는 순서였다는 것을 HAX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HAX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었던 건, 그 전체 과정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경험해본 사람만이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알 수 있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 토로했던 어려움은 그들이 실제로 수행해야 하는 일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사람들이 맞추어 일해야만 하는 환경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제품이 되어 시장에 출시하기까지는,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잘 짜진 프로세스와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일이 잘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심천 방문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개발은 이렇게 하는 게 요즘 트렌드다!

과거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아이디어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게 숨기다가 완성되면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그 결과가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시장에 내놓기 전까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좀 다릅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은 한곳으로 모이는 것이 추세입니다.

제품을 만들려는 여러 팀이 한데 모여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 사항을 공유하고, 앞에 나가 우리 제품의 특장점에 대해 피칭(pitch)합니다. 보통 Demo day라고 부르는 이 자리에서는 지난번 데모에서 받은 피드백을 반영한 현재 상황에 대해 공유합니다. 이 시간이 반복될수록 점점 더 제품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내부에서 진행되는 Demo day에는 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실무자들끼리만 있어서 말하는 데 부담이 없습니다. 아직 시장에 내놓지 않았지만 내가 만든 제품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제품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본인의 제품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좀 더 빠르게 받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실무자들끼리 하는 내부 피치가 있고, 벤처 캐피털(VC), TechCrunch 같은 미디어가 참여하는 최종 피치도 있습니다. 누가 봐도 괜찮은 제품들은 이른 시기에 VC로부터 큰 자금을 투자받기도 하고, 미디어에 크게 기사가 나서 제품이 나오기도 훨씬 전에 대중에 소개되기도 합니다.

그 사례로 이전에 썼던 [Tech보다 UX 5번째 이야기]의 Podo는 프로토타입 제작 중에 VC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며 큰 관심을 받아 올해 10월에 판매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Hardware Accelerator가 제공하는 공간에 머물며 도움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정해진 시간은 석 달. 석 달이 지나면 Hardware Accelerator는 다음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이전 팀들을 방출합니다.

즉, 선택받은 아이디어는 석 달 동안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디테일한 부분을 채워 넣은 후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끝내는 방식입니다. 동시에 해당 팀에 필요한 교육, 전문가 멘토링, 업계 네트워크를 만들어주거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VC와 연결을 시켜주며, 그 제품을 만든 팀이 회사로 자립할 수 있도록 팀에 대한 코칭 또한 병행됩니다. 이런 다양한 도움은 결국 하나의 회사로 당당히 현실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HAX와 Highway 1과 같은 Hardware Accelerator를 통해 Kickstarter나 TechCrunch 등에서 엄청난 대중의 인기를 끈 제품들이 나올 수 있었던 건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조화를 잘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Hardware Accelerator는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은 모르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하나씩 뜯어보며 제조에 필요한 업체를 연결해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VC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일들이 별거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시작했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가능한 것인지 조차 몰라 헤맸을 일들은 3개월 안에 해내도록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 아홉 번째 이야기에서는 심천 탐방기 2편 <아이디어가 메이커페어에 나오기까지>라는 주제로 조직구성은 어떻게 했는지, 제품을 만드는데 얼만큼의 시간이 소요됐는지, 어떤 과정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이 자리에 나올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겠습니다.  



원본 : http://www.banglab.com/articles/techux-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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