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모호하거나, 궁금하면 "왜"냐고 꼭 물어보자.
몇 해 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사업자 대응을 하러 북미 출장을 갔다가 마지막에 서부에 있는 법인에 들렀다.
입사했을 때 옆 파트에 계시던 책임님이 주재원으로 나가 계셔서 인사하러 갔더니 반갑게 맞아주셨다.
함께 점심을 먹고 나서 우리 파트에 던져주셨던 이슈 얘기를 하면서 이게 뭐가 문젠지,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는지 이야기를 들었고, 이게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 말씀드렸다.
사실 기술을 다루는 개발자 입장에서 봤을 때 문제라고 말하는 그것은 문제는 아니었지만, 사용자가 볼 때는 문제라고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미 서울에서 논의한 후 고쳐서 어느 정도의 속도가 가장 좋을지 테스트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보여드리고는 피드백을 달라고 말씀드렸다.
훨씬 좋아졌다며 이런 식의 대응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가지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셨다.
"여기 이거 보여? File Explorer. 이게 얼마 전에 빠졌었어."
"엥? 그거 빠지면 큰일 나는데요?!"
"응. 그래서 출장 올 때 그림만 보는 사람 말고, 화면을 바꾸면 기술적으로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 오면 좋겠어."
사건의 경위는 이랬다.
화면이 어느 정도 구성되고 나면 사업자 미팅을 거치게 되어 있는데, 그때 관련된 한 명이 사업자 미팅을 갔다. 그때 사업자 측에서 File Explorer 아이콘이 보기 싫다며 아이콘을 없애달라고 했단다.
그 이야기는 연구소에 이렇게 전달됐다.
"사업자 측에서 File Explorer를 없애라고 했다."
즉시 File Explorer가 빠졌고, 빠진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됐다. 그 후 사업자에서 난리가 났다.
이메일 첨부파일로 온 압축 파일의 압축 해제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액션은 이랬다.
1. 압축 해제가 왜 안 되는지 이유를 찾았고,
2. 압축 해제를 하는 것은 File Explorer인 것을 알아냈으며,
3. File Explorer 앱이 빠져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4. 도대체 왜 File Explorer가 빠졌는지 히스토리를 찾아보니 사업자가 빼달라고 했다는 내용이 나왔고,
5. 사업자에게 "너희가 빼랬잖아."라고 하니 "우리가 언제 빼랬어? 보기 싫다고 했지!"
담당자의 입을 통해 연구소에 전달됐던 "아이콘이 보기 싫으니 없애 달라"는 사실 이런 뜻이었다.
"너희 스마트폰에 pre-loaded 앱이 너무나도 많아. 그래서 내가 쓰고 싶은 앱을 찾기가 어려워. 그러니 그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해줄래?"
누군가는 이것이 영어의 문제라고 말했다.
과연 이것이 언어의 차이에서 발생한 문제일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기술과 UX가 떨어지면 안 되는 이유가 왜 때문인지를 잘 보여주었고,
궁금하면서도 왜냐고 묻지 않는 분위기가 일을 얼마나 그르칠 수 있는지를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