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마다 글감이 넘치는 원격맘의 일상
고등학생이 된 호링이는 배구에 빠졌다. 틈틈이 손가락 운동 밴드로 악력을 키우고 학교 동아리 부원들과 시합을 한다. 금요일 저녁, 호링이를 만나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요즘도 배구 재밌어?라고 안부를 물었다. 아들은 대답 대신 체육 선생님께 꾸중 들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 일주일간 체육관 정지 먹었어. 연습하고 뒷정리를 잘 안 해서 샘이 화나셨거든. 내가 배구부 부장이라서, 혼났지」
「오잉, 정지? 잠깐, 부장? 동아리 가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언제부터 부장이었어?」
「크게 하는 일은 없어. 일주일에 공지 한 개, 투표 올리기 정도? 이게 임명제거든. 부장을 하던 3학년 선배가 내가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거절하기도 좀 애매하니까 알았다고 했지. 근데 부장의 임무가 연습 후에 마무리 상태를 확인하는 거더라고」
「그렇겠지」
「원래 사제배구가 있는 날인데 샘들이 출장을 많이 가셔서 학생들끼리 연습했거든. 공 다 치웠으니까 이 정도면 됐겠지, 하고 나오는데, 어떤 선배가 체육관 문을 닫지 말라고 그러는 거야. 체육관에 있는 스피커를 쓰고 반납 후에 잠그고 가겠다면서. 그러라고 하고 나왔지. 근데 샘이 다음 날 와보니 화장실 불이 켜있고 쓰레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대. 배구부가 빌려서 사용하고 이런 상태로 놔두었다고 한 주간 사용금지가 떨어졌어」
「근데, 누가 그런 상태로 놔둔 건지 분명하지 않아. 앞으로는 다른 사람이 마무리할 테니 나 보러 먼저 가라고 해도 남아서 문 닫는 걸 지켜볼 거야. 그렇게 해야 책임지고 정리했다고 말할 수 있겠어. 남이 한 일 때문에 억울하게 당하면 기분이 별로야」
「지금은 조금 나아졌어?」
「어. 어차피 다음 주에 시험 기간이라 연습할 시간도 없어. 큰 지장은 없어. 생각해 보니까 내가 부장이란 타이틀만 받은 거지, 아무도 나한테 부장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다라고 말해주질 않았어. 연습 전에 준비할 일, 연습 후에 챙길 일을 선배들이 알려줬으면 그대로 했을 건데」
「다들 알잘딱 했나 봐?」
「공간을 썼으면 정돈하는 게 기본이긴 하지만, 각자의 기준이 다르니까 미리 가르쳐줬으면 좋았겠다 싶었어」
「인수인계가 없었구나. 근데 신입생한테 리더 역할을 주는 게 의외인데?」
「리더라기보다는 관리에 가깝지. 주장은 나이가 제일 많거나 운동 실력이 좋아서 통솔할 수 있는 사람이고, 부장은 일정 조율이나 청소 같은 걸 하는 사람인 거 같아. 내가 빠지지 않고 배구부 연습에 나오니까 맡긴 거겠지」
「그렇구나」
「학교에 스포츠 클럽 운영 규칙 같은 게 있으면 좋겠어. 누가 언제 체육관을 쓰는지 학생회에서 신청을 받아서 결정하거든. 근데 이용 순서를 정해서 통보만 해주지, 아무 안내가 없어. 내 친구랑 나랑 한 얘기가 우리가 2학년 때 학생회를 해서 체육관 사용 가이드를 만들자 그랬지. 체육관 쓸 때는 이런 걸 지켜라, 안 하면 다음번에 사용금지다 이런 거」
「그것도 방법이네. 호링이 내년에 학생회 하는 거야?」
「일단 생각만 해봤어」
호링은 이번 일을 통해 동아리 부장으로서 자신의 책임에 대해 고민했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본인은 체육관 이용 금지라는 벌을 받아 속상했겠지만, 나는 호링이가 학교생활을 잘 헤쳐나가고 있는 것 같아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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