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에 가길 원한다는 호링이의 선언 이후,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호링이는 대체로 의젓하고 성실한 아이지만 2년 뒤에 집을 떠날 살만큼 성숙한가? 청소년기에 동급생과 룸메이트를 하는 것이 아들의 인생에 득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한편으로는 고등학생일 때 집을 떠나면 부모님이 일일이 챙겨줄 수 없기에 스스로 일정을 관리하며 책임감이 강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소, 빨래, 정리 정돈 등을 하느라 안 그래도 바쁜 학창 시절에 시간 부족이 가중될 것이 분명했다. 당장 답을 내릴 필요는 없으니 중학교 3학년까지 지켜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 사이 호링이가 훌쩍 크기도 했고, 해당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불안이 줄었다. 학교가 집에서 15분 거리이니 무슨 일이 있으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말에 가족과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며 호링이의 도전을 응원하기로 했다.
미성년 자녀의 이른 독립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나 자신을 설득하는 일은 그럭저럭 할 만했지만, 마이스터고등학교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생각보다 따가웠다. 중학생 호링이는 선행학습을 위한 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호링이가 희망하는 고등학교를 알게 된 학원 원장님은 태도를 바꾸었다. 먼저 호링이에게 다른 학교를 추천해 주었고, 아들이 의견을 굽히지 않자 나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호링이의 성적이 아깝다며 내가 입시 제도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니 학원에 와서 제대로 상담받으라고 했다.
교사인 나의 친구는 한국에서 학벌이 얼마나 중요한데, 아이가 나중에 직장에서 고졸이라고 괄시를 받게 만드냐고 했다. 또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돈을 빨리 벌어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친구들이 그러면 옆에 있는 사람도 강제로 철들게 된다며, 애들이 일찍부터 고생해서 좋을 게 뭐냐고 되묻기도 했다.
시댁 어른 한 명은 인터넷에서 마이스터고등학교에 대해 찾아본 후 이렇게 말했다.
「너희 부부는 참 이해가 안 간다. 둘 다 강남에서 학교 다니고 좋은 대학을 나왔으면서, 자식은 어째서 험지에 몰아넣는지...」
이런 말을 듣는다고 내가 의견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지만 상처가 되긴 했다. 하지만 나보다 호링이가 상처를 받을까 걱정되었다.
한편 남편과 나는 주중에는 얼굴을 볼 수 없는 호링이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 학교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다. 상의 끝에 남편이 학교 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으로 섬기기로 하였다. 남편은 첫 회의에서 지역사회 위원으로 초대된 사람을 한 명 만났다. 본인을 은퇴한 교육자라고 소개한 그는 남편 명함을 보고 이같이 말했다.
「아니 국책연구소에 근무하는 이학박사가 아이를 이런 학교에 보내요?」
말투에서부터 그가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었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호링이는 세상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본인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간 사람답게 학교에서 하고 싶은 활동을 탐색하며 빠르게 적응했다. 하지만 학교 홍보를 위해서 자신이 졸업한 중학교에 다녀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 한 학기에 한 번 홍보 활동한다는데, 다음번엔 가지 않으려고. 학교 소개 책자를 가져가고 설명회도 했는데 애들이 관심이 없어. 선생님도 관심이 없고. 이 학교를 와보면 진짜 좋은 걸 아는데 좀 안타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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