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바꿀걸...

by 반고



이사한 다음 날, 싱크대에서 물을 틀었더니 세찬 물줄기가 나왔다. 버튼을 누르면 샤워로 바뀌는 기능이 망가진 것 같았다. 새 헤드를 사려고 온라인 주문 창을 살피는데 남편이 말했다. 욕실 샤워헤드 1+1로 사고 남은 것이 있으니 그걸 달아보자는 제안이었다.


어찌어찌 갈아 끼고 골고루 물이 분사되는 것을 확인했다. 뭘 또 사지 않아서 좋고, 택배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서 좋고, 대단히 쓸모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기뻤다.


하지만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욕실용이다 보니 물이 넓은 면적으로 퍼져서 옷이 젖었다. 실리콘으로 된 싱크대 물막이를 알아보다가 걸리적거릴 것 같아 방수 앞치마를 샀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빼면 괜찮았다.

이제 주방 환경에 적응한 나는 방수 앞치마를 입고 물을 약하게 틀어 놓고 설거지를 한다. 문제는 남편이나 아이들이 물을 확 틀고서 너무 튄다며 뒷걸음질 친다는 것이다. 원인과 해결법을 일러 주었는데도 그런다.


애초에 제대로 된 제품을 살 걸 그랬다 싶지만, 그간 달래서 쓴 게 억울해서 그냥 둔다. 괜히 돈 쓰지 말자, 일단 있는 걸로 써보고 안되면 다시 고치자, 샤워기가 다 거기서 거기다 등 딱 맞는 부품으로 교체하지 않을 이유는 많았다. 결국 수전보다 앞치마 사는 비용이 더 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 욕실 샤워 헤드와 주방 싱크대 샤워 헤드를 검색해 보니 두 제품의 휘어짐 정도가 다르다. 둘의 쓰임새가 따로 있는 거였다.


아휴, 이번엔 대충 살고, 다음에 이사 가면 초반에 고칠 것들 다 손봐버릴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귀찮 X 대충 =불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