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싸움 말싸움

by 반고

발에 땀이 많은 남편은 퇴근 후 구석구석 발을 닦는데, 가끔 씻기 귀찮다며 이를 미룬다. 어느 날, 남편과 나란히 소파에 앉아있다가 둘의 발바닥이 닿았다. 짝꿍의 체온이 반가우면서도 축축한 것 같아서 혹시나 하고 물어보았다. “당신 발 닦았어?” 남편은 아니라며 좀 나중에 하겠다고 말했다.


순간 옆에서 식초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하루 동안 수고한 발에도 양질의 휴식을 보장해 주면 좋으련만, 독특한 냄새를 풍기며 옆에 앉아 있는 게 별로였다.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집에 왔으니 그렇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씻겨줄까? 아주 간지럽게 잘 닦아줄게, 잠깐만 와봐.”라고 제안하면 보통 남편은 이렇게 대답한다. “알았어, 너무 귀찮아서 그랬어. 오 분만 있다가 닦을게.” 하면서 잠시 후 벌떡 일어나 발을 닦으러 간다.


웬일인지 그날은 내 발도 허점이 많다며 공격을 해왔다. 나는 겨울이 되면 발이 차갑고 거칠게 변한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내 발도 (관리 안 해서) 별로라고 한 것이다. 발냄새를 풍겨서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과 발이 차갑고 까슬거린 것은 다른 문제다. 아니, 내 발이 그 모양이라 자기한테 피해 준 거라도 있냐 말이다.

게다가 나는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발 관리 용품을 사용하는데, 이런 지적을 받으니 억울했다. 남편에게 아무튼 냄새나니까 좀 닦으라고 꼽을 주고 그 길로 달려가 30분간 화장실을 점령했다.


평소보다 오래, 박박 각질을 제거하며 ‘흥, 내가 나가나 봐. 발 닦고 싶어도 못 닦을걸?’하고 혼잣말했다. 내 딴에는 소심한 복수를 한 건데 남편은 최대한 발을 늦게 닦을 핑계가 생겨 좋았으려나 싶기도 하다.


-발싸움 말싸움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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