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in Porto
특출 난 점을 콕찝어 말하긴 어렵지만 그냥 이유 없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간이 있다. 발길이 길어질수록 두터워지는 친밀감에 이따금씩 별일 없어도 괜스레 들러 심심한 안부를 주고받는 곳. 어떤 이에게는 만남의 장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잡히지 않는 사색으로 채워지기도 하는 그런 사랑방 같은 공간 말이다. 포르투의 집 근처에도 흡사 그런 카페들이 몇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는 게 중에서도 엔틱 한 인테리어와 늘 친절한 시니어 직원분들로 항상 따뜻한 공기로 가득한 곳이다. 그리고 이건 아직 이곳의 생태계를 미처 알지 못했을 때의 일이다.
카페 한쪽 벽면에는 길게 소파가 있고 2인석 테이블들이 줄지어 있는데, 햇살이 잘 들어오고 구석 쪽이라 그 라인을 좋아했다. 어느 날 소파의 중앙 자리에 자리를 잡고 늘 그렇듯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번갈아 끄적거렸다. 문득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에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옆 테이블에 할아버지 두 분이 앉으셨고, 그러다 한분씩 추가되어 테이블 두 개를 붙여 서 네 분이 되었다. 그리고 조금 뒤 친구로 보이는 한 분이 더 오셨고 내 앞자리 의자를 써도 되는지 여쭤보셔서 흔쾌히 쓰셔도 된다고 했지만 정말 내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실지는 몰랐다. 자리를 옮겨야 하는 건지 조금 고민했지만 한 시간쯤 뒤에 일어날 예정이라 그냥 앉아있기로 결정했고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난 그 선택을 후회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를 제외하고 양, 옆, 앞 전부 일종을 크루(?)로 보이는 어르신들로 가득했다.
그렇다. 난 그들에게 완전히 포위된 것이다.
몇몇 어르신들의 찰나의 궁금한 눈빛을 알아챘지만 애써 모른척하며 어떻게 이 공간을 빠져나갈지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크나큰 결심 후 통화를 끊고 머쓱하게 노트를 뒤적거렸다. 그중 한 분(아마 가장 외향인이 아닐까 지레짐작해 본다.)이 먼저 말을 걸어왔고 자연스레 나는 그분들과 스몰톡을 이어나갔다. 그들의 짧은 영어와 나의 더 짧은 포르투갈어가 남발하는 괴상한 대화였다. 들은 바에 따르면, 어느 날은 여섯 명, 어느 날은 일곱 명, 날마다 다르지만 총 열두 명으로 거의 매일 이 카페는 그들의 사랑방이 된다. 아직 숫자 1부터 10까지만 외운 나를 위해 냅킨에 11부터 20까지 찬찬히 적어주며 알려주신 덕에 이날부로 내가 셀 수 있는 숫자는 열개가 더 늘어났다.
이렇게 그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어 마주칠 때마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비록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지만 늘 같은 장소에서 안부를 묻고 주말의 안녕을 말하는 나의 첫 동네친구들.
이 자리를 빌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