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love your style

Bonito!

by 가현


지난주 태풍처럼 날 집어삼킨 감기 탓에 일주일째 도통 기침이 낫질 않는다. 며칠을 침대 위를 벗어나지 못하다 어제부터 다시 헬스장으로 출근도장을 찍는다. 종종 새어 나오는 기침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아무도 뭐라 하는 이는 없지만 눈치껏 구석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싸움을 했다. 어깨와 가슴을 무자비하게 털어준 뒤 마지막 루틴인 코어를 앞두고 괜스레 플레이리스트를 만지작거렸다. 몰래 빠지고 싶지만 꾸역꾸역 했던 야간 자율학습 같다고 생각하던 와중, 누군가 앞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Olá, ••~?”


큰 음량 탓에 음성이 거의 들리지는 않았지만 수십 번의 경험 상 이건 필히 몇 세트 남았냐는 질문일 것이다. 질문을 채 듣지도 않고 준비한 라스트세트라는 대답은 “Fala inglês?(Do you speak english?)”라는 뜻밖의 문장에 그대로 막혔고 당황한 난 Yes와 Sim을 번갈아 대답했다.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동시에 공부하면 0개 국어가 되어버린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은 허둥대는 나를 더 고장 나게 만들었다.


“You’re so beautiful.”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고마움을 전한 뒤 우리는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파키스탄 사람이고 매일 아침 9시에 헬스장에 온다고 한다. 나도 대부분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한다고 조금 들떠서 말하니 이전에도 몇 번 나를 봤다며 한 번 더 나의 아웃핏에 대해 한번 더 칭찬하는 게 아닌가.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마음속 깊이 일종의 카타르시스 같은 게 느껴졌다.


이곳 포르투 헬스장에 처음 왔을 때 이건 뭐, 전부 타고난 근수저들만 있는 게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들로 머릿속에 가득했다. 선명한 근육을 위해 최근 식단을 시도해 봤지만 한 달이 채 안돼서 강박이 스멀스멀 느껴져 그마저도 관두고 늘 해왔듯이 꾸준히 중량을 늘리기를 목표로 다시 마음을 다잡았었다. 이 와중에 들은 이 말은 다음 스텝을 갈망하던 나에게 큰 보상과도 같았다. 운동을 하면서 몸은 죽을 맛이지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한편으로 운동복이 너무 멋있어서 구매처를 물어보고 싶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헬스장에서 타인에게 먼저 말을 거는 건 아직 나에겐 한참이나 쑥스러운 행위다. 오늘 그녀가 건넨 한마디가 문득 나에게 큰 용기가 되었고 마음속에 두 문장을 새겼다.


“Fala inglês? You’re so beautiful!”


그러고 일주일쯤 뒤, 길에서 마주친 멋쟁이 할머니에게 첫 걸음마를 하듯 더듬거리며 마음속에 새겼던 문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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