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pa de día
포르투갈어로 수프는 Sopa다. 활자 그대로 소파.
유튜브로 포르투갈어로 된 콘텐츠를 찾아보던 중 포르투갈 전통 음식들을 요리하는 과정을 담은 채널을 발견했다. 채널 주인은 중년여성이다. 동네를 오가며 본 분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만큼 익숙했지만 스타터인 수프부터 고기, 생선을 활용한 메인디쉬, 그리고 보기만 해도 달큼함으로 입안이 행복해지는 디저트류까지 그녀가 업로드한 수많은 레시피들은 가히 대단했다.
여러 가지 레시피 중 늦은 밤에 가장 위가 반응하지 않을 것 같은 게 뭘까 생각하다 결국 수프를 선택했다.
내가 여태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경험한 수프는 태초의 단단한 고체인 야채들을 곱게 갈아서 액체화 시킨 모양새였다. 하나 재생목록에 줄지어 보이는 수프는 내가 생각한 수프의 형태들이 아니었다. 급속도로 흥미가 치솟았고 더 이상 언어공부가 아닌 포르투갈 수프에 대한 궁금증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집 근처 카페에서 몇몇 사람들이 수프를 먹던 장면이 생각났다. 머지않은 미래에 꼭 로컬카페에서 수프를 먹어봐야겠다고 자정이 넘은 늦은 밤 결심했다.
포르투의 카페에서는 빵과 수프, 토스트, 샌드위치 등 간단한 스낵류를 같이 제공한다. 오늘의 수프는 대부분 2유로대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동네 카페 몇 군데를 돌며 도전해 본 결과 내가 유튜브에서 본 레시피들은 조금 특이한 게 맞았고 익숙한 모양새에 가까웠다. 이름 모를 해초류는 꼭 들어가 있고 때에 따라 콩, 양파, 파프리카 등등이 건더기로 들어가 있다. 재료 본연의 맛들이 어우러져 자극적이지 않은 맛에 숟가락을 들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보인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자꾸만 생각이 나서 한동안 카페에 가면 수프를 꼭 같이 시키곤 했다. 특히 장염에 시달리거나 감기기운이 있을 때 수프의 효능은 의외로 강력하다.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겠지만 유독 수프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볶고, 갈고, 저으며 끓이는 기나긴 시간만큼의 정성이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온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줬던, 냉장고에 남아있는 야채를 잘게 다져 만들어줬던 투박한 야채죽의 그리움을 달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