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ll we dance?
포르투에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소셜 모임에 나가야 한다고 익히 들어와서, 시간이 날 때마다 어플에 들어가서 스크롤하며 이리저리 기회를 엿보곤 했다. 이왕 나가는 모임, 관심 있는 분야를 경험하고싶은 생각을 하던 와중에 집근처 예술학원에서 열리는 댄스 워크숍을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이거다’ 싶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했다.
신청할 때는 호기로웠지만,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긴장감이 몰려왔다. 수업을 포르투갈어로 하면 어떻게 하지, 못따라가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시간은 흐르고 디데이는 다가왔다. 이 날 내가 겪은 색다른 경험으로 인해 이후 두세달 가량 난 춤에 빠져들었다. 다같이 큰 원을 만들어 서서 작은 공을 서로 던지는 방식의 몸풀기로 수업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두 명씩 짝을 지었다. 음악이 흐르고, 한명이 먼저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춘다. 그럼 나머지 사람은 동시에 상대방의 동작을 따라한다. 그리고 역할을 바꿔서 진행한다. 처음 몇초간 어떻게 춰야할지 머릿속에 생각으로 가득 찼지만 그것도 잠시, 음악에 집중하고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전반적으로 춤의 스킬을 익히는것이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해석하는 과정이었다. 처음엔 어색하고 조심스러웠지만, 수업이 끝날 무렵엔 알 수 없는 동지애가 생겼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짝을 이뤘던 여성분이 인사를 건네며 근처에 비슷한 방식으로 수업이 열리는 곳이 있다고 알려줬다. 감사 인사를 건네며 집에 가는길에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매주 다른 댄서들이 4~5일간 워크숍을 진행하는 곳으로, 수업 하나당 가격은 단 3유로였다. 믿기 어려운 기회였다.
불과 몇주 뒤에 아프로 댄스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망설임 없이 티켓을 샀다. 예전부터 춤을 배우고 싶었지만, 학원 등록은 부담스럽고, 기초가 전혀 없었기에 워크숍은 나같은, 춤이라곤 허우적대는것 밖에 못하는, 보통사람은 갈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못하고 잘하는것에 대해 그 누구도 평가하지 않는 다는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게되었다. 나에게 또다른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것이다.
아프로 댄스 수업은 음악의 박자에 맞춰 동작을 배우고, 외우고, 연습하며, 배운 동작들을 음악과 함께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 주 수업에 매일 참석하며 원래 관심 있었던 락킹이나 힙합을 넘어 아프로라는 장르에 순식간에 빠져들었고, 이 후에도 기회가 된다면 더 배우고 싶은 열정과잉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중간중간 허리가 아플때도,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신나는 박자에 맞춰 다같이 춤을 추는 분위기는 나를 한껏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수업 후에도 몇 번 다양한 장르를 경험했다. 아프리카 전통 춤, 플라멩고 기반의 손을 활용한 수업, 내면 탐구 중심의 퍼포먼스까지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춤을 배우는 건 처음이었다. 그곳의 참여자 대부분은 현직 댄서 또는 댄서 지망생 이였다. 각자 음악을 이해하고 감정을 움직임으로 표현하며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을 눈 앞에서 볼 수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였다. 가끔 뼈가 없는게 의심스러운 그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춤추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기도 했다. 물론 이미 굳어버린 몸은 따라주지 않아 결국 욕심만 그득 남았지만, 그만큼 사람들과 함께 춤추는 시간은 행복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어릴적부터 발표라곤 죽기보다 싫었던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춤을 출 때 오히려 자유를 느꼈다는 것이다. 음악과 몸의 감각, 숨소리에만 집중하며 내 안의 감정을 표출하는 순간은 잊지못할 황홀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두세 달동안,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추던 시간은 나도 몰랐던 내면의 리듬이 깨어나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