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사된기획자 Feb 13. 2024

직장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퇴사한다.

나도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언젠가는 퇴사할 예정이었다. 그때를 대비해서 철저히 계획을 세우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했다. 하지만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다. 이번에도 그랬다. 나는 곧 퇴사할 예정이다.


그동안 "프로 이직러"라 불릴 만큼 여러 회사를 퇴사하고 입사한 경험이 있다.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를 발급하면 무려 12개의 회사가 줄줄이 딸려 나온다. 스타트업, 중소, 중견, 대기업 등 여러 형태의 회사를 모두 다녀봤다. 그런데도 이번 퇴사는 이전과는 달랐다. 나의  비자발적 퇴사이기 때문이었다.


나를 이 회사로 이끌었던 임원이 방을 빼면서 물갈이가 진행되는 중이다. 내 팀원들이 나도 모르게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났고 내 역할은 관리자에서 실무자로 변경됐다. 내가 들어가는 회의는 인사팀이 참석하기 시작했고, 일반적인 회의 발언에도 의도가 무엇인지 압박 면접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딱히 억울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지금 자리도 전 임원과 멤버들이 밀려나면서 만들어진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내가 입사 전에 기존 멤버들의 정리가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생각보다 일이 늦어지면서 그 과정의 일부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회사와 직원 간에 합의된 순조로운 퇴사인 줄 알았는데 과정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한겨울 새벽 공기처럼 차가웠다. 덕분에 저 차가운 칼날이 언젠가 내 목을 겨눌 때가 오리라는 것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직을 확정하고 나서 퇴사 과정이 원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미리 알았다면 이직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무려 12번째 퇴사지만 막상 마음의 결정을 내리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두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내 감정을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아이도 있고 당장 직장을 못 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핵심은 그것이 아니었다. 타인에 의해 내 인생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난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방 안의 코끼리처럼 감당할 사실이 버거워서 모른 척하고 있었었을 뿐이었다.

방 안의 코끼리 현상 : 명백한 문제나 중요한 이슈를 모두가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언급하지 않는 상황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모든 것이 위태로워 보였다. 다시 취업하는 것은 전혀 대안이 되지 못했다. 이직은 인생의 결정권을 A회사에서 B회사로 옮기는 것뿐이었다.

회사에 취직하고 부모님의 도움없이 살아가는 것이 독립이라고 배웠는데, 의존하는 대상만 바뀌었을 뿐 돌이켜 보니 진정한 의미의 독립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라는 울타리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회사를 나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다듬어 제출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퇴사하는 순간 기획자라는 잡 타이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진짜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메타인지의 정의를 알고 나서 여렴풋이 알고 있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는 버릇이 생겨 

'독립' 사전적 의미를 먼저 확인해 봤다.

독립, 獨立 (출처 : Oxford Languages)
- 남의 도움이나 속박을 받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일을 해 나가는 상태가 되는 것. 자립(自立).


문장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의미를 수정해 봤다.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내 의지대로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상태"


의미를 파악했으니 이제 독립하기 위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봤다.

하지만 막상 무엇을 하면 좋을지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때 나는 빗대어 생각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독립을 떠올리면 '국가'라는 단어가 떠올라 이를 대입해 보았다. 국가가 독립하려면 정치/사회적 의지와 국제적 인정을 제외하면 '군사적 능력'과 '경제적 자립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독립을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역량 강화'와 '재정적 기반 마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역량 강화를 위해서 먼저 내가 가진 장점과 약점을 솔직하게 평가했다. 기획자로 일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아 온 것은 장점이지만 경험의 폭이 너무 좁았다. 일개 기획자로 기획서나 보고서 등 문서 작성을 제외하고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킬을 배우며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정적 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머니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했다. 직장 생활을 한동안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세우고 영역에 들어오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머니 파이프라인 기본 원칙


1. 자체 실행 가능성

- 필요한 역량을 스스로 학습하여 1인 기업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함


2. 비대면 고객 관리

- 영업이나 CS 대응이 운영에 절대적이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3. 시간 및 장소 독립성

- 시간이나 장소와 상관없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하며, 직장 재직 중에도 운영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함


4. 효율화 가능성

-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규격화, 자동화 등으로 인한 효율성이 높은 일이어야 함


5. 낮은 초기 투자 비용

투자 비용을 낮춤으로써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관리에 부담이 낮아야 함


6. 장기적 지속 가능성

- 관심이 있는 분야를 선택함으로써 중도 포기 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야 함


기준을 정리하니 역량 강화는 머니 파이프라인을 위해 필요한 능력으로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고민하는 과정을 생략했더라면 아마 나는 무작정 코딩이나 SQL 아니면 영어를 공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당장 유튜브나 구글에 '무자본 창업', '1인 기업', '머니 파이프라인' 등을 검색해 봤다. 영상의 수는 많았지만 일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대부분 비싼 유료 강의로 연결되는 미끼 영상인 경우도 상당수 확인할 수 있었다. 유료 강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행착오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오랜 기간 IT 업계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봤을 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남는 강의들도 다수 보여 주의는 필요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머니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은 일단 해보기로 했다. 된장일지 똥일지 모르지만 둘을 구분하려면 똥도 먹어 보고 데이터베이스가 쌓여야 피할 수 있을 테니까. 


앞으로 에피소드에서는 어떤 아이템을 선정해서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험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나 단계별 가이드, 그리고 실제 예시 등에 대해서 기록하고 경험을 나누려고 한다. 

동물원 밖으로 방사된 기획자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친구로서, 조언자로서 독립의 여정을 함께해 주시길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독자께 드리는 질문]

- 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생각과 계획을 공유해 주세요. 이야기를 나누며 더 나은 방향을 함께 고민해 봐요!

Q1. 여러분이 생각하는 '진정한 독립'은 무엇인가요?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삶에서 독립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Q2. 지금까지 외면해 온 내 삶의 '방 안의 코끼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문제에 직면하기 위해 오늘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지 작은 결정이 무엇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