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보다Go! : 걱정만 하긴 꽤 젊은 교사들의 수업 에세이
≫ 정의진(강원 문막고)
편집자주] 2020 봄호의 김정호 선생님(충북역사교사모임)에 이어 2020 여름호에서는 초유의 전염병으로 온라인 개학을 마주하여, 수업과 생활지도에서 고군분투하는 정의진 선생님(강원역사교사모임)의 이야기가 다루어진다. ‘보이지 않는’ 학생들과 관계를 쌓아나가는 것에서부터 수업 도구를 선정하고 수업 내용을 구성해나가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신 선생님의 모습에서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교육 현장의 고뇌가 읽혀진다. 이미 단계적인 등교 수업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름호가 발간될 쯤이면 현장에서는 등교 수업과 관련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새로운 전염병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떠올리며, 2020년 봄의 기억 초석으로 펜더믹 이후의 교육의 모습에 대해 고민해보면 어떨까.
텅 빈 교실. 아이들이 없는 교실은 참으로 쓸쓸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학생, 교사 모두 처음 해보는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이제 아이들은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나 봅니다. 콜센터 직원처럼 매일 아침, 또 수업 시간마다 전화를 돌렸는데 이제는 몇몇 아이들 빼고는 스스로 잘하는 듯합니다. 사실 잘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서지만 아이들을 믿고, 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이들은 점차 적응해 가는데 교사인 저는 아이들보다 온라인 개학에 대한 적응이 한참 느린 것 같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고민이 한창 커진 요즘 김정호 선생님의 수업 에세이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선 학생들의 고정된 인식을 유연하게 해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계신 모습에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노력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정해진 답만을 찾으려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논쟁점이 많을수록 짚어가야 하고 학생들에게 다뤄주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여성사 수업을 준비하셨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었습니다. 김정호 선생님을 비롯하여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시는 전국의 역사 선생님들을 떠올리며 저 또한 힘을 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 수업 에세이 주제를 고민할 때는 이미 경험했던 수업 내용 중 하나를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개학 이후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정말 특별한? 수업 준비를 하게 되면서 별다른 내용은 없지만 온라인 수업 이야기를 해보자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
3월 31일. 온라인 개학이 실시된다는 사실을 처음 접하였습니다. 설마, 설마 했던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되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걱정만 하고 있기에는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당장 준비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쌍방향 수업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어서 일찌감치 포기하였습니다. 사실 잘 이루어진다고만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일 텐데 시도조차 해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쌍방향 수업의 대안으로 제가 선택한 방법은 영상을 업로드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EBS 강의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강력하게 고민하였습니다. “영상을 한 번도 찍어보지 않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서 영상을 찍는다고 한들 EBS 강의 영상보다 괜찮을까? 아니, 오히려 비교나 되지 않을까? 그럴 바에는 EBS 영상을 활용하고, 과제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가자!” 정말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동영상을 직접 찍는 방법으로 결정하게 된 이유는 학생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앞에서 수업해도 10분, 20분 이상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EBS 강의에 집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부족하고, 서툴더라도 가르치고 싶은 것을 직접 찍자고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EBS 강의를 활용하는 방법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영상을 찍겠다고 결정하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정말 막막했습니다.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듯한 저에게 구원의 손길이 되어준 것은 바로 전국에 계신 능력자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공유해주신 덕분에 컴맹이자 영상 문외한인 저도 조금씩 천천히 도전해볼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고 1~2주 정도는 정말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컴퓨터 앞에만 매달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 모르니까, 또 하다 보면 계속 막히니까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리더라고요. 그렇게 모든 에너지를 짜내서 영상 촬영 및 편집에 대한 기술을 익히고 있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수업 내용보다 기술적인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구나.”
정말 비효율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또 바꾸어 생각해보니 오프라인 수업 때도 아이들이 좀 더 재밌게,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는데 온라인 수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온라인이라는 특성상 아이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요소가 더 필요하고, 동영상 편집 기술이 그것을 보완해줄 수 있다면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동영상 편집에 투자한 시간이 불필요한 시간은 아니었다고 저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분 되지도 않는 첫 번째 영상을 만드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들었는데 또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부담되었습니다. 게다가 1학년 한국사, 2학년 세계사, 3학년 동아시아사 등 3개 학년의 3개 교과를 맡고 있기에 그 부담은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시작한 이상 도중에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피드백에 힘을 더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역사를 왜 배우는가?”를 주제로 다음 수업을 준비하였습니다. 일기 쓰기, 인생 3대 사건을 함께 작성해보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역사를 생각해보는 방향으로 구상하였습니다. 이 간단한 활동도 온라인 수업으로 준비하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아이들이 영상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 담긴 영상이라도 보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영상을 끝까지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였고, 그런 고민 속에서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함께 보여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외출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답답해할 아이들을 위해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수업하는 방법을 계획하였고, 학교 근처 벚꽃 구경도 시켜주면서 아이들이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찾았습니다. 또 재미난 오프닝과 클로징 영상을 따로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유튜버처럼 혼자 걸어 다니면서 영상을 찍었고, 아무런 지식 없이 무턱대고 야외에서 영상을 찍다 보니 주변 소음 때문에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영상을 계속 돌려보며 일일이 자막을 달기도 하였습니다.
벚꽃 구경, 오프닝 영상, 깔끔한 자막 등 이러한 부분들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렇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는데 그때마다 저를 잡아준 건 아이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서투른 솜씨로 촬영하고, 편집한 정말 간단한 영상이었지만 아이들이 좋았다고 말을 해주니 감사하였습니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영상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제가 노력한 부분을 아이들이 알아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시간 네이버 폼을 활용하여 과제 제출을 받고 있는데 영상만 보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활동이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훨씬 더 성의껏 과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고, 영상을 아예 보지도 않는 아이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상만 틀어놓고 게임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반대로 저의 노력이 담긴 영상을 보고 웃기도 하고, 함께 생각해보는 아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온라인 수업을 하니 아이들을 믿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직까지 저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 역사 교육의 본질을 다루지 못하였습니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영상을 찍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교사도 이 상황이 처음이기에 적응 기간은 필요한 것이겠죠? 영상이 끝날 즈음에 매번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우리가 됩시다.”
앞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아이들과 약속했고, 아이들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오늘도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네요. 건강한 모습의 아이들을 하루빨리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당분간은 온라인 수업에 매진해야겠습니다.
이제 마무리를 하려는데 내용이 두서없이 진행된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네요.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느꼈던 감정은 선생님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사상 초유의 사태에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셨다는 점은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항상 애쓰시는 전국에 계신 선생님들께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