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과 선다형 평가,
무엇을 물을 것인가

수업이야기 – 연재 : 역사과 평가 혁신 A to Z ② 선다형 평가

①화(봄호) – 과정중심 평가, 어떻게 할까

②화(여름호) – 역사과 선다형 평가, 무엇을 물을 것인가

③화(가을호) - 역사과 서・논술형 평가, 어떻게 물을 것인가

④화(겨울호) - 수행평가를 다시 생각한다




>> 윤종배 (서울 명일중)



1. 역사과 평가의 목적을 묻는다


평가는 교사에게 교수 행위의 마지막 단계로서 의미가 있지만, 학생에게는 결과가 궁금하고 걱정되는 행위이며, 학부모들은 기대와 불만이 교차하는 일이기에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도 있고, 출제와 채점, 결과 분석에 있어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신중함이 지나쳐 오류나 민원이 안 생기는 데 신경을 쓰다 보면 원래 목적과 달리 시험을 위한 시험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떤 일이든 매너리즘에 빠져 무심히 반복하거나 본질을 놓치고 적당히 넘어가는 행태를 보이지 않으려면, 그 일을 왜 하는지 수시로 되물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펼쳐야 할지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역사과 평가에서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평가의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평가의 목적은 8가지 정도로 꼽고 있다. ① 교육 목표나 학습 목표의 달성 여부를 판정하는 것, ② 평가 결과를 토대로 교수·학습 활동의 전 과정을 개선하는 것, ③ 학생들의 선수학습이나 출발점 행동을 진단하는 것, ④ 학생들의 학습 부진이나 교수·학습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 ⑤ 학생들의 역사학습 성취도를 제고하는 것, ⑥ 학생의 학습수준을 확인하고 서열화하는 것, ⑦ 입학시험 등에서 수험생을 선발하는 것, ⑧ 학생들의 역사학습 의욕을 고취시키거나 사고력을 신장시키는 것 등이다.


목적과 관련하여 평가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평가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평가로 잴 수 있는 것은 수업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면, 교사와 학생의 정신적 교감, 교사-학생, 학생-학생의 상호작용이 있을 것이고, 수업을 풀어가는 다양한 경로가 있을 것이며, 학생의 다양한 사고와 반응도 있을 것이고, 그 결과는 금세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가르친 내용이 입력된 모습대로 답안지에 그대로 표출된다거나 가르침의 성과를 시험지 하나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은 단견이다.


둘째, 평가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평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진단평가, 형성평가, 총괄평가, 수행평가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진단평가는 학생들의 선수학습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주로 학년 초에 실시하며, 형성평가는 일상적인 수업에서 학습 여부를 판별하거나 피드백하기 위해 하는 평가방식이다. 총괄평가는 흔히 지필평가라고 부르며,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의 시기를 정해서 학습한 내용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는데, 크게 선다형과 서·논술형으로 진행된다. 선다형은 지식의 양과 폭, 정확성을 측정하기 좋고, 서·논술형은 역사 지식의 깊이와 역사적 사고력(탐구, 판단 등)을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수행평가는 글쓰기나 토의·토론, 극화학습 등 학생 활동과 연계하여 실시하며 지식 외에도 기능과 태도까지 측정하는 장점이 있다.


이 대목에서 평가 시 흔하게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교과서의 절대화이다. 한 학년을 여러 교사가 나누어 맡을 경우, 서로 긴밀히 협조하지 않으면 평가 장면에서 자주 이견이 생기며, 이를 해결할 잣대로 교과서가 등장한다. 민원과 시비를 정리할 근거가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교과서 위주로 평가하다보면 평소 활동 수업을 하던 내용들도 어차피 외워야 할 몫이 되며, 외우면 될 일을 굳이 활동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일 이유가 없어진다. 교과서 해설 수업과 암기 결과를 묻는 평가의 연쇄는 수업을 더 왜소하게 하고, 노력하는 교사들을 허무하게 만든다. 역사적 사실과 지식을 다루는 선다형, 과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는 서·논술형, 따로 또 같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수행평가를 고루 배합하여 역사과 평가의 목적에 걸맞은 방안을 부단히 모색해야 한다.


셋째, 평가의 원칙도 고려 대상이다. 평가에서 주요하게 고려할 원칙은 타당성, 신뢰성, 다양성, 완결성, 효율성이다. 타당성은 과연 낼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를 냈는가 하는 관점이다.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있고, 교사가 학습 목표로 설정하였으며, 실제로 수업하면서 강조했거나 학생들이 활동했던 내용을 제대로 정리해서 물었는가의 관점이다.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라고도 할 수 있다. 신뢰성은 평가 결과를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가의 관점이다. 채점자 자신도 채점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져서는 안 되고, 복수의 채점자가 채점하더라도 서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아야 신뢰성 있는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다양성은 비슷한 패턴과 질문 방식을 반복하지 않고, 여러 가지 접근법과 자료를 제시하는 관점이다. 객관식과 주관식을 균형 있게 출제하면서 객관식에서도 선다형, 연결형, 합답형을 배합하거나 주관식에서도 서술형과 논술형을 적당히 섞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료도 문서 자료 외에 그림, 사진, 그래프, 지도, 연표 등을 두루 활용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힌트가 되면서도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매개를 제공하는 것이다. 완결성은 문제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선다형의 경우, 형식면에서 문두와 제시문과 답지에서 오류가 없도록 하고, 내용면에서 출제 의도를 잘 알 수 있게 단순 명쾌하게 진술해야 한다. 서·논술형의 경우, 수렴적인 답을 원하면 글자 수나 영역에 제한을 두고, 주관적인 답을 허용한다면, 논란이 없되 자유로운 의견 진술이 가능한 방식을 고안해야 한다.


효율성은 평가 이론서에 잘 등장하지 않지만, 교사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원칙이다. 평가에 있어서 교사의 노고를 덜기 위한 관점으로서 출제와 채점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좋은 평가가 있어야 좋은 수업의 완성이 가능하지만, 채점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우면, 교사가 좋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내기가 어렵다. 이는 다양성과도 연관이 되는데, 비교적 수월하게 측정하는 문제와 공을 들여 채점하는 문제로 나누고, 후자에 집중하여 채점하면서 교사 스스로 난이도와 다양성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2. 역사다운 평가를 위해 고려할 점


이제 실제 출제 단계로 가보자. 역사과에서는 대략 6개의 목표와 행동영역을 고려하면서 다양한 평가를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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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탕으로 교사가 어느 영역에서 무엇을 물어야 할지, 어떻게 다양한 영역에 걸쳐 균형 있게, 다양한 방식으로 출제할지를 고려하기 위해 표를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교무부에 제출하는 이원목적분류표(혹은 문항분석표)에서 담기 어려운 내용들로서 수업과 평가가 긴밀히 연관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 문항 구성표(예시) - 고등학교 한국사 1학기 중간고사 총 15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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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필평가의 대명사, 선다형 톺아보기


선다형은 흔히 객관식이라 불릴 정도로 지필평가의 대명사로 기능해 왔다. 교사들이 출제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늘 정답이 있고, 이를 OMR 카드에 답을 기입하면 채점이 전산으로 진행되기에 뒷마무리가 수월한 편이다. 채점에 오류도 거의 없고, 학생들 또한 명쾌한 결과에 수긍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선호하고 있다. 과거에 강의식 수업이 주를 이룰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도 수학능력시험이나 각종 선발 시험에 선다형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객관적이며, 공정하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


그러나 선다형의 문제는 수업 혁신의 바람이 불 때마다 그 지위를 위협받는다. 일회적인 평가에 지나치게 많은 권위와 비중을 둔다는 점, 대체로 얼마나 많이, 잘 기억하는지를 측정한다는 점, 학습과정의 다양한 변수를 알기 어렵다는 점, 무엇보다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해답으로 미래 역량을 키우는 교육 기조와 맞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은 출발점일 뿐, 지식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에 과연 선다형이 어울리는 방식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고 평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다형 출제 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다양한 자료와 다양한 방식으로 출제하여 학생들의 사고력을 제고한다. 다양한 자료는 제시문을 만들면서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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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교수·학습 상황의 경우, 실제로 수업했던 장면을 적절히 재구성하여 수업에 잘 참여한 학생이 잘 풀 수 있도록 하면, 이후의 수업에는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질문 방식도 발문과 답지만 있는 단순한 선다형만 고수하지 않고, 연결형, 합답형을 배합하거나 답이 2개 이상 되는 것도 출제하면서 문항의 다양성을 더하여 학생들이 기계적으로 다섯 개 중에 하나를 고르는 데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문항 자체의 완성도를 높여 선다형 문항에서 취할 수 있는 최대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출제 시 크게 4가지 정도를 따져 봐야 한다.


① 문항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평가 목표와 일치하는가?
② 문항이 모호하지 않고 구조화될 수 있으며, 문항의 발문과 답지의 내용이 간결하고 명확한가?
③ 상대평가의 경우, 문항의 난이도를 적절히 조절하고 있는가?
④ 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참신한가?


선다형 문제의 경우, 위의 사항을 구체화하여 문항 내용과 형식면으로 나뉘어 출제 시 검토사항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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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다형 문제에 관한 한, 다양한 사고력과 문항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시도 단위에서 실시하는 학력평가 등에 출제된 기출 문항을 찾아보면 효율적이다. 각계의 전문성을 지닌 연구자와 교사가 꽤 긴 시간 출제하고 검토한 것이기 때문에 출제의 내용과 형식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


그 문항에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① 명확한 정답이 반드시 있다.
② 정답 못지않게 그럴 듯한 오답이 있다.
③ 가급적 긍정문의 형태로 문장을 구사한다.
④ 부정문의 경우, 부정문에 밑줄을 긋는다.
⑤ 모두 맞거나 틀리는 문제는 삼간다.
⑥ 정답이 2개 이상인 경우, 해당 부분에 밑줄을 긋는다.
⑦ 문장 안에 인용된 문장은 “”, 인용 어구는 ‘ ’로 표시한다.
⑧ ‘다음’보다는 그림, 표, 보기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⑨ 문항별 배점은 문항 끝에 표시한다.


문항의 내용과 접근법도 다양한 역사적 사고를 진작시키기 위해 10가지 유형으로 제시되어 있다.


①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 알기
② 역사에서 중요한 용어나 개념 이해하기
③ 역사적 사건의 흐름 파악하기
④ 역사적 상황 인식하기
⑤ 역사적 시대 상황 비교하기
⑥ 역사 탐구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 수행하기
⑦ 역사 자료에 담긴 내용 분석하기
⑧ 자료 분석을 통해 역사적 사실 추론하기
⑨ 역사 자료를 토대로 개연성 있는 상황 상상하기
⑩ 역사 속에 나타난 주장이나 행위의 적절성 판단하기


4. 사례로 보는 선다형 평가


지금부터 소개할 문항들은 어느 중학교 정기고사에서 선다형으로 출제된 것이다. 과연 앞서 제시한 여러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완성도가 높은지는 미지수이지만, 몇 가지 다양한 문제 형식을 소개하기 위해 제시하려 한다.


먼저, 요즘 학생들이 많이 찾는 검색 창이 대화방의 모습을 빌어 와 주요 내용을 파악하고 답을 구하는 문항이다. 발문과 선지로만 구성되는 단순함을 벗어나고, 학생들이 주어진 자료를 통해 더 많이 생각하게 하되 형식면에서도 학생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문항으로 골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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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자료도 좀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게끔 재구성하는 방법이 있다. 주로 인터뷰 형태로 논지를 정리하거나 그림 이미지를 덧붙여 대화체로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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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많은 사고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문두와 답지만이 아니라 가운데 보기를 두고 많은 자료를 제시하는 방식도 있다. 아울러 보기에 여러 요소를 넣고,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요소 간의 관계와 진위 등을 살펴 답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보기에는 위에 제시한 다양한 형태의 자료와 사진과 그림, 문서 자료 등을 두루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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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한 교수·학습 상황을 가정한 문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아래 내용은 비교적 간단한 발문과 대답인데, 얼마든지 다양한 교실 상황을 구현할 수 있다. 또 수행평가를 하면서 역사신문이나 탐구 보고서 같은 문서에 제목을 다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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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에 답 하나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제시한 자료에 여러 요소를 질문으로 담아 연결되는 문항을 만들 수도 있다. 대개 2-3개 정도를 하나의 학습 요소를 엮은 문항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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