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 서평 : 「탈진실의 시대, 역사부정을 묻는다」
>>이은우(부산 하단중학교)
지난 5월 중 순경 교무실에서 내부 메일로 수신된 정의연 사태에 대한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성명서를 읽었다. 성명서 요지는 이번 정의연 사태를 왜곡되게 확대하여 위안부 피해자를 전면 부정하는 세력을 규탄하며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지지한다고 해석되었다. 메일은 읽은 직후 아쉬움이 컸다. 언제라도 공격받기 쉬운 역사적 ‘사실’(일본군 위안부 문제)을 풀어나가는 비영리법인으로서 정의연의 어려움이 컸겠지만, 연일 의혹이 보도되는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이었기에 역사부정을 규탄한다는 압축적인 대의만으로 지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총 3부로 이루어진 「탈진실의 시대, 역사부정을 묻는다」는 아쉬움이 컸던 찰나에 평화연수 참가를 위한 당위성으로 접하게 되었다.
평화연수는 부산역사교사 모임에서 동아시아 평화와 평화교육을 위해 기획한 공모형 연수로서, 그 첫 번째 시간으로 반일 종족주의론을 비판한 「탈진실의 시대, 역사부정을 묻는다」의 저자 강성현 교수님과 함께하는 북콘서트가 진행되었다. 강 교수님은 정의연 사태를 둘러싼 ‘진실’과 ‘탈진실’을 구분하며 책의 컨텍스트 context를 전달하셨다.
1부는 반일 종족주의가 무엇인지 맥락적으로 설명한다. 교과서 우파의 탄생 이후 결집된 역사부정 세력, 즉 반일 종족주의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반일 종족주의는 일본을 향한 왜곡된 한국 ‘종족’의 집단 미신이다. 그들은 스스로 ‘반일-공산주의(종북, 빨갱이)-매국’에 맞서서 ‘친일-자유주의-애국’을 한다고 믿는데, 이러한 논리는 정의연 사태에 적용한 듯하다. 윤미향 의원에 대한 의혹을 엉뚱한 방향으로 증폭시켜 일본군 위안부 지원단체 활동 자체를 사적이고 엉성한 반일 활동으로 단순화시킨다. 윤 의원의 소속 정당 출신의 현 정부는 '종북스럽다'고 한다.그들의 관점에서는 윤 의원과 현 정부는 이른바 新 매국노인 것이다.
2부는 「반일 종족주의」의 주장을 중점적으로 비판한다. 반일 종족주의론자들을 향한 2부의 비판은 에필로그에서 “그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성평등 및 페미니즘 교육은 애국심과 전통질서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되는 것이었다.”라는 구절에서 완성되는 듯하다.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 돈 잘 버는 ‘매춘부’였다 발화하는 백래시적 팩트주의자들은 혐오할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69세’를 향한 평점 테러와 웹툰작가 기안 84의 복학왕 사태를 다룬 어느 기사의 “무지가 폭력이 된다”는 구절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3부에서는 반일 종족주의론에 대응하여 역사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볼 수 있다. “때론 현미경으로, 때론 망원경으로 사료가 생산된 구조와 맥락을 읽어내는 것”이다. 이때 강성현 교수가 강조하는 “맥락화”는 양호환 교수가 강조하는 “역사화”라고 생각한다. “역사화”란 모든 종류의 과거에 대한 진술을 그 역사적 맥락에 위치시키는 것이며, 또한 모든 역사 연구가 그렇게 수행될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관심과 선입관을 반영하고 있는 정도를 검토하는 것이다. 즉 역사 교사는 역사 부정 세력의 조사 및 연구 의도를 맥락적으로 점검하는 수업을 구성해야 한다. 지식의 결과물보다는 지식을 생성하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유튜브, 커뮤니티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지식의 결과물을 손쉽게 습득하여 온 요즘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식 생성의 맥락 및 과정을 탐구해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렇지만 탈진실의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을 위해 포기할 수 없어야겠다.
연수를 마치고 며칠간 ‘지나치게 수비적인 자세로 정의연 사태에 대한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성명서를 받아들인게 아닐까’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아직은 강 교수님이 전달해주신 ‘진실’만으로 정의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곧바로 응원으로 바꿀 순 없다. 역사부정죄 입법은 다소 낯설다. 다만 정의연과 같은 시민단체가 “공공의대 들어가고 싶은데 정의연 가입하면 되는거죠” 라는 조롱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역사 부정 세력이 이번을 기회 삼는 것도 개탄스럽다. 코로나 상황에서 더욱 증폭되고 있는 진실 공방에서 상식과 진실이 힘내길 기도하며 2학기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