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페이스 논란 : 우리가 남길 알리바이, 성찰

특집 – 2020 블랙페이스 논란에 대한 역사교사 집담회

>> 편집부 정리

편집자주 / 어떤 일은 때때로 하나의 ‘전형(典型)’이 되기도 한다. ‘강남역 살인 사건’은 젠더 문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은 고문 없는 세상에 대한 논의, 고 김용균 씨 사망 사고는 비정규직 문제 및 산업재해 문제의 상징이 된 것처럼 말이다. ‘U고 졸업사진 블랙페이스 논란’ 1)은 인종주의 문제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가장 대중적인 논란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아마 이후의 역사가나 사회학자들이 이 사건을 지속해서 거명할지도 모를 일이다.

많은 역사교사들에게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인종주의를 세계사 수업에서 가르치며 민주시민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논하고 학생들과 어우러져 삶의 시공간을 함께하는 역사교사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해당 문제를 그저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많은 역사 교사들은 ‘성찰’이라는 알리바이를 남기고 싶어 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열린 랜선 집담회의 논의를 정리하여 다음과 같이 공유한다.

1) 이 글에서는 해당 사건의 주체가 되었던 고등학교를 ‘U고’라고 지칭하려 한다. 이미 미디어를 통해 수없이 해당 학교의 이름이 울려 펴졌음에도 ‘U고등학교’라고 부르려는 이유는 해당 학교 공동체의 학생/교사/학부모들을 대상화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우리 모두의 학교에서 일어났을 일이었으며 우리 모두가 언젠간 마주할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 편집자 주





2) 당대의 문화코드를 이루는 주요 유명 인사/캐릭터나 시사 이슈로 유명한 인물 등 패러디하여 코스프레하는 방식으로 졸업사진을 찍는 일종의 이벤트다. 이미 2000년대 초반 경부터 U고는 학생자치회 주관으로 이러한 문화를 자율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으로 유명했고 이러한 문화는 발랄하고 자율적인 청소년의 문화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언론 등 미디어에도 많이 보도된 바 있다.

3) 당시 샘 오취리는 개인 SNS에 U고 졸업 사진 중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컨셉의 사진(분장과 선글라스를 쓴 상태이긴 했지만 학생의 얼굴이 노출되었다), 그리고 해당 행위에 대한 유감을 담은 짧은 글을 한글과 영어로 함께 싣었다.

4) 논란의 당사자로서 관짝소년단에게 사과와 양해를 구하고 싶었던 U고 학생자치회 측은 관짝소년단의 리더인 벤저민 아이두에게 양해의 이메일을 보내고자 하였고 이는 학교 당국과 공유된 사안이었다. 해당 메시지가 SNS 게재되면서 여론 지형 상에서 논란은 사실상 종결되었다. 오취리의 문제제기를 비판하던 측에서는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는데 샘 오취리는 왜 문제를 삼는가’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5) 영국 언론사 BBC의 한국지국인 BBC 코리아가 요청한 취재 방식은 ‘당사자인 샘 오취리와 해당 사진을 찍은 학생들과의 만남과 대화의 자리를 가지자’는 취지였다고 전해진다. U고 학생자치회 측은 SNS 메시지로 이 의사를 전달받았고 학생자치회 임원이 학교 당국에 이 취재 요청을 전달하였다. 학교 측에서는 학부모 동의 및 학생들 개개인의 동의 등을 전제로 검토해보자고 하였으나 섣부른 공론화에 대한 우려로 인해 조심스럽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6) 2014년 EPL 우승을 두고 다투었던 리버풀과 첼시 간의 경기 중에 나타난 장면을 패러디 한 것으로 ‘제라드의 굴욕’이라는 ‘짤’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유명하다. 해당 사진에서는 블랙페이스 분장을 통해 흑인 선수로 분한 학생의 목에 목줄을 걸게 하고 기어다는 포즈를 취했다. 앞서 관짝소년단 패러디 영상과는 달리 과도한 패러디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7) SNS 계정을 비공개 상태로 바꾸고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던 샘 오취리는 8월 14일 오전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진행된 MBC 에브리원 '대한외국인' 녹화에 참석하며 공개적으로 사과인사를 했다. 당시 샘 오취리는 ‘대한민국’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기자들 앞에 섰다.

8) 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일본 도쿄대에서 「영국의 우생학 운동과 모성주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 <낙인 찍힌 몸>을 통해 인간의 몸을 매개로 비합리적인 차별을 정당화해온 인종주의의 역사를 시민들과 나누는 학자다.

9) 콘텐츠 크리에이터. JTBC 국제부 소속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일했으며 지금은 방송인 및 크리에이터 그리고 유튜버(계정명 : ‘낫코리안’)로도 활동 중이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TBS <신박한 벙커>에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다. ‘시사 코미디언’이라는 장르에 대해 고민하며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며 최근 온라인 상에서 U고 블랙페이스 패러디 졸업사진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10) U고 역사교사. 전국역사교사모임 및 해당 지역 모임, 역사교육연구소 등에서 활동 중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내부자로서 고민하고 문제제기 한 지점에 대해 나누고자 대화에 참여했다.

○ 행사명 : <랜선집담회-혐오를 성찰하고 폭력에 연대하는 아이들을 위한 역사교육>
○ 주관 : 전국역사교사모임(편집부)
○ 일시 : 2020년 8월 18일 (화) 늦은 9시
○ 장소 : 온라인 플랫폼 ‘줌’(ZOOM)
○ 패널 : 염운옥 교수, 이용주 크리에이터, 맹수용 교사
참가 교사 : 사전 신청자 41명(교사, 교육전문직 등)
○ 사회 및 진행 : 편집부장 문순창


1. 블랙페이스 : 혐오/차별의 역사적 누적 그리고 분출


역사교육 편집부 : 앞서 저희 편집부 차원에서 ‘U고 블랙페이스 졸업사진 사건(2020)’에 대한 전개과정을 브리핑해 드렸습니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모신 패널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이후 역사교육자로서 참가하신 모든 선생님들의 의견도 함께 나누어보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우선 ‘내부자’라고 할 수 있는 맹수용 선생님의 말씀부터 들어보고 싶습니다.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셨던 입장에서 곤란하신 부분도 있으실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여쭈어 보고 싶어요.


패널 ‘맹수용 선생님(U고 역사교사) :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공격적인 비판이 들어오는 상황이니 학교(U고등학교) 입장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 채로 학생들의 입장을 방어적으로 대변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학생들은 인종차별을 의도한 목적이 없었다’라는 게 주도니 방어 논리였습니다. 관계자 명의로 언론을 통해 그 입장이 나갔죠. 샘 오취리의 사과 이전이었어요.

샘 오취리의 사과가 나왔을 때 저는 ‘이것이 블랙페이스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한 사과는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샘 오취리가 사과를 할 지점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서 학생들의 초상권을 도용했다는 점, 한국교육에 대해서 비판적인 뉘앙스로 이야기를 했다는 점, 비판을 받을 학생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점 등 이런 문제에 대한 유감을 밝히는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와는 별개로 U고 학교 공동체가 잘못한 부분은 성찰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내부에서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까 사회자께서 브리핑 한 것 중에 BBC 특파원이 샘 오취리와 학생들 사이에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중재를 했다고 언급해주셨잖아요? 저나 일부 선생님들도 기회를 살려보고자 노력했었지만 어려웠습니다. 학생들도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학교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 상황이었으니 적극적으로 이어나가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여론도 빠르게 출렁이고 상황이 바뀌어 가지도 했죠.

학교에서는 이 일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나는 학생들과 이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샘 오취리와 함께 학생들의 상처를 같이 치유를 하는 방향, 다른 하나는 방어적으로 대처하면서 학생들의 ‘의도와 목적이 차별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 두 가지 방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후자로 기울었죠. 아마도 ‘적극적으로 풀든 소극적으로 방어하든 어찌 됐든 학생들이 공론의 장에서 오르내리고 하면 그들이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이외도 사건이 일어난 지 2주 내외로 여러 타이밍이 있었지만 2학기에 논의를 더 해보는 걸로 하자는 걸로 가고 넘어가게 된 것 같습니다.


역사교육 편집부 : 네. 같은 역사 교사의 입장에서 맹 선생님이 처하신 상황의 어려움이 이해가 되는 동시에 현 상황에 대한 선생님의 깊은 고민에 공감하게 됩니다. 지켜보시는 참가자 선생님들의 표정에서 충분히 느껴지고 있어요.

이용주 크리에이터님께 말씀을 좀 여쭤보려고 합니다, 이용주 님께서는 왜 이 문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셨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가 궁금합니다.


패널 ‘이용주(크리에이터)’ : 올해 U고의 졸업앨범 사진을 보고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학업 관계로 10년 정도 미국에서 살다온 입장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 한국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얼굴에다가 검은 분칠을 하고 사진을 찍네?”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놀랐습니다. 심지어 졸업사진이면 영원히 남는 사진 아니겠습니까. U고는 예전부터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발랄한 졸업사진 촬영으로 유명했던 곳이니 새삼 더 관심 있게 이 사건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역사 선생님들께서 이 자리에 계시니 다들 ‘블랙페이스(blackface)’의 역사에 대해서 충분히 많이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전 미국에서 익숙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의 경험입니다. 미국사(American History)를 강좌를 통해 배울 때 무조건 ‘블랙페이스’를 비롯한 인종주의 문제에 대해서는 일주일 정도 짚고 넘어갑니다. 많은 양을 체계적으로 다뤄요. 다른 경험은 미국에서 봉사활동을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한때 미국 LA(Los Angeles)에 거주했었는데요. ‘Community service(지역 사회 봉사활동)’라고 부르는 봉사활동을 갔었을 때 일입니다. 당시 ‘할리우드 역사 박물관’이라는 곳으로 봉사활동을 갔어요. 거기서 사전교육을 받을 때도 얼굴에 검은 분칠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 미국에서는 굉장히 금기시되어있는 행동이라는 것, 즉 ‘블랙페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해서 들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군입대를 하기 위해 귀국을 했었거든요. 훈련소에서 기초 군사훈련 받을 때 얼굴에다에 위장크림 바르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얼굴에 위장크림을 바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블랙페이스 문제에 대해 강하게 교육을 받았던 저는 그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웠죠. 검은색 위장크림을 얼굴에 바르는 그 순간에도 ‘어, 이거 발라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요. 어느 정도까지 강하게 교육을 받는지 아시겠죠? 하지만 당시에 생각해보니 ‘여기는 주변에 ’흑인’이 없구나. 발라도 되겠다. 여긴 한국이지’ 하고 발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용주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유튜브 계정 ‘낫코리안’의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영상명 : '의정부고 졸업사진과 함께 보는 블랙페이스의 역사


그랬던 제가 이 사건을 두고 강하게 충격을 받은 것은 두 지점입니다. 젊은 분들이 이렇게 블랙페이스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고 어찌 보면 하나의 코스프레 문화처럼 여기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 이것이 첫 번째 놀라운 부분이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네티즌들의 반응에서 놀랐습니다. 이번 문제에 대한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더라고요. “자기가 좋아하는 세계적인 스타 ‘관짝소년단’이 ‘흑인’이기 때문에 흑인의 얼굴뿐만이 아니라 흑인 11)의 그 모든 것들을 따라하고 싶은 마음에 좋아서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은데 그게 왜 문제냐?”는 댓글이요. 다시 한 번 컬쳐쇼크(culture shock)를 받았습니다. “으아니(일동 웃음) 이래도 되는건가? 이렇게 무턱대고 흑인 분장해도 되는 거야? 한국에서는?”

저는 때때로 스스로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일정 기간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것 때문에 ‘나의 정체성은 태평양에 건너에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 했던 거죠. 그래서 지금 이 사건이 저를 다시 태평양 한 가운데로 이끌지 않았나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자께서 제가 ‘문제제기’를 했다고 하셨는데 그 정도 활동을 한 것은 아니고요(웃음). 저도 한국 사회에서 또 살아가야 되니까요 방송도 해야하고(일동 웃음) 좀 눈치를 보면서 페이스북에 글도 올리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해당 이슈를 공유하고 사람들 생각도 들어보고 제 이야기를 하고 그랬던 것 같네요.


11) ‘흑인’, ‘백인’, ‘인종’이라는 단어들 자체가 인종주의적 관점에 기반 것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본 집담회에서는 원할한 논의를 위해 해당 단어들을 사용했다. 일일이 인용구를 붙이지 않은 것에 대한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편집자 주




역사교육 편집부 : 네. 인종주의 갈등으로 첨예한 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으신 이용주 님의 이야기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올해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씨 사망사건이 있으면서 소위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있었죠? 1960년대 흑인 민권 운동 이래 오늘날인 2020년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는 인종주의 문제를 연구하시는 역사학자, 염운옥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패널 ‘염운옥 교수’(인종주의 연구자) : ‘블랙페이스’는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이는 흑인에 대한 비하’라는 일종의 합의가 있다고 저는 봅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점이 충분히 교육이 되지 않았고 실제 시민들이 겪을 기회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죠.

‘블랙페이스’에 대한 유래를 말할 때 180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 13)를 꼭 언급하게 됩니다. ‘엔터테인먼트 쇼 비즈니스(Entertainment Show Business)’에서 백인들이 전부 다 연기를 할 때 당시에는 ‘흑인’은 무대에 세워서 연기를 시킨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죠. 노예제가 여전히 존재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결국 백인이 흑인 분장을 해서 연극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는 단지 한 캐릭터를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흑인을 굉장히 비하하고, 흑인에 대한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행위였어요. 당시 백인 관객들은 이들을 보고 깔깔 웃으면서 “역시 흑인들은 저러니까 안 돼!”와 같은 마음로 임했고, 이는 일종의 장르로 굳어졌던 거죠.

미국에서 오래 사시고 교육을 받으셨던 이용주 선생님께서는 당연히 놀라실 수밖에 없으셨을 겁니다. 그런 역사적/문화적인 맥락이 있는 거니까요. 상대적으로 이를 겪지 못한 한국에서는 이에 대해서 무지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미국에서도 이 블랙페이스에 대해 인권감수성의 측면에서 합의하기까지는 긴 과정이 있었잖아요.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이 일어나고 많은 과정을 겪으면서 합의가 된 것었어요.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아니었던 거죠.

그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에 시민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교육된 것인데 한국은 그 과정을 겪지 않았으니 이 사안에 대해 온도 차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이 부분도 타당한 지적이라고 봐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한국만 따로 살고 있는 독자적인 세계가 아니잖아요. 세계화의 한복판에서 살고 있는데 ‘한국만 한국의 맥락이 있으니 이것을 다른 나라에서 온 인종적인 타자들이 이를 수긍하고 납득해야 된다’고 이야기할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요. 전 세계적인 보편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우리가 고민한다면 ‘인종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다’라는 기준을 갖는 게 타당할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U고 학생들이 뭔가 ‘관짝소년단’ 12)를 패러디하는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검게 칠했다는 것 자체가 차별로 오해 받을 수 밖에 없는 맥락이 주어진 측면이 있습니다.저는 ‘학생들이 조금만 더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이것을 왜 못 걸러냈을까?, 나아가서 ‘학교에서 이런 졸업사진을 찍을 때 학생들 간의 논의 혹은 선생님들하고의 대화가 한 번만 있었어도 무심하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의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12) ‘Coffin dance’라고도 불린다. 아프리카 가나의 한 장례식에서 관을 든 상여꾼들이 운구 도중 춤을 추는 영상이 퍼지면서 장례식에서 유쾌한 춤을 추는 이색적인 문화에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해당 영상에 출연한 ‘벤자민 아이두’ 등 맴버들은 세계적 스타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이들에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팀명을 따와 ‘관짝소년단’이라고 이름 붙였다. 일종의 밈(meme·모방의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유행 콘텐츠)으로서 일종의 문화적 아이콘이 된 셈이다.

13) 19세기 중・후반 미국에서 유행했던 코미디 풍의 쇼. 백인이 얼굴을 검게 분장하고 흑인 풍의 노래와 춤을 선보이며, 흑인노예의 삶을 희화화했다. 이 쇼의 창안자인 백인가수 토머스 D.라이스는 자신의 춤과 노래에 ‘짐크로(Jim Crow)’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 단어는 민스트럴 쇼에 등장하는 중요 인물의 명칭으로 굳혀졌다. 이후 흑인 일반을 지칭하는 차별적 언어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19세기에서 20세기까지 이어졌던 미국의 대표적인 인종분리법인 ‘짐크로 법’의 명칭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역사교육 편집부 : 네 교수님. 사전에 보내주신 강의 자료 PPT를 보면서 함께 이야기해봐도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패널 ‘염운옥 교수’(인종주의 연구자) : 네. 이 사진은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 라는 미국의 랩퍼가 짐 크로우(Jim Crow)를 희화화하여 만든 포스터입니다. 차일디쉬 감비노라는 ‘흑인’ 랩퍼는 ‘This is America’라는 곡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미국사회의 현재를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흑 인에 대한 비하 그리고 인종 차별의 현실이 아직 존재하는 것에 대한 항변이었죠.

역시 ‘짐 크로우’에 대한 이런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지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해서 “교육에서 차별하면 안 돼”, “블랙페이스하면 안 돼” 이런 얘기는 미국 사회에서는 매일 나오는 상식같은 것이죠. 그렇다고 지금 미국 사회가 인종 차별이 지금 없는 사회인가요? 그 오히려 저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짐 크로우 포스터와 차일디쉬 감비노의This is America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2020년에 “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이런 구호가 나오는 현실이죠. 세계적인 운동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만연한 상태에서 이번 U고 블랙페이스 사건은 한다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는 거죠. 이 사건과 관련해서 회피적인 반응도 있고 백래시적 반응도 있다고 보여져요. 미국도 마찬가지에요. ‘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에 대해서 ‘블랙페이스’를 한 백인이 이렇게 외치거든요? “All Lives Matter(모든 생명이 소중하다, ‘흑인 생명만 맨날 중요하지 않고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요.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 이 말 자체는 맥락 없이 이야기 했을 때는 굉장히 좋은 말이지만, 방금 말씀드린 미국 사회의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는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아’라는 의미로 발화되는 겁니다. 심지어 백인이 블랙페이스를 한 채로 하는 말이고요. 혐오 발언이라고 봐야 되겠죠.

블랙페이스 BLM vs. ALM

저는 선생님들께서 우리 학생들과 이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실 때 우리에게 돌려지는 화살, ‘한국인이 누군가를 차별할 수 있고, 인종차별을 할 수도 있다’라는 가능성을 설명해주시는 것도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능성이라는 것 역시 한국인도 차별받을 수 있으며, 그런 폭력의 문제가 돌아온다는 얘기를 해주시는 것도 덧붙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례로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블랙페이스’만 있는 것 아니라 ‘옐로우페이스(yellowface)’도 존재합니다.

2019년 3월, 독일 호른바흐 사 광고: 인종차별과 여성차별 코드가 섞여 있다

많이 접하셨겠지만 ‘동양인’들을 비하할 때 ‘눈 쭉 찢어진 사람들’이라는 걸 강조하곤 합니다. 이렇게 옐로우페이스가 인종 차별에 속하는 것처럼 그와 같은 맥락에서 행위로서의 블랙페이스의 역시 안 되는 것이겠지요. 좀 더 나아가면 이슬람에 대해서 ‘아랍인들이나 무슬림들은 무조건 다 테러리스트와 관련 있다’는 식의 ‘이슬람포비아’를 조장하는 것도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문제들은 좀 더 종합적으로―한국이 놓여있는 맥락, 미국의 맥락, 전체 국제 사회의 맥락―이런 것들을 함께 제기하는 교육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2. 질문을 하다 : 사건을 둘러싼 복잡미묘한 지점


역사교육 편집부 : 네. 지금부터는 채팅창으로 말씀 주시는 다양한 역사교사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인종주의가 나쁘다’는 점에 대해서는 집담회에 참석하신 많은 역사교사들이 공감을 하실 것 같아요. 우리들의 구체적인 이야기에 아마도 이 사건과 관련된 복잡한 지점들이 숨어있을 듯 합니다. 이○○(고등학교, 부산)의 말씀부터 우선 들어보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볼까요? 14)


14)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이루어진 대화에서는 채팅방이나 적극적 참여를 통해 많은 역사교사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일부 교사들이 자신의 신원을 밝히는 것을 원치 않고, 민감한 수위의 발언을 최대한 공유해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하 본 녹취록에 등장하는 교사들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독자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편집자 주



이○○(고등학교, 부산) : 네. 저는 우선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샘 오취리 씨의 문제제기 태도와 관련해 아쉬운 지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샘 오취리씨가 U고 학생들이 미성년으로서 언행에 미성숙한 면도 있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인종차별 문제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지점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터뜨리는 식’로 임한 것이 문제였다고 봅니다. 일종의 분노 유발을 먼저 촉발시킨 잘못이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우리 공론장 속에서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논리 그 자체를 따지기 보다는 감정적인 태도로 과거 오취리의 잘못으로 추측되는 행동을 문제화해 본질을 흐리거나, 현 논쟁과 관련 없는 인신공격에 매몰되 일종의 ‘자격 논란’으로 흐르게 했던 점은 굉장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이 논란이 학교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나 분노 표출로 흐를지도 모른다는 문제입니다. 마치 우리가 일본 극우 정치 세력에 대한 비판을 할 때랑 상당히 유사하다고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일본에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 많은데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일본이라는 공동체 시민 전반에 대한 비난으로 흐를 경우에 생기는 문제 같은 것 말입니다. 정치적으로 관심이 희박한 사람들을 우리가 건전하게 안내해 주지 않거나 존중해주지 않고 무작정 몰아붙이면서 비난할 경우 그들의 반감을 사게 될 수 있잖아요.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논란과 논쟁이 소비되는 방식이 이런 식이 많은 것 같아서 여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 전제 위해서야 블랙페이스 문제에 대해 건전하고 건설적인 대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비판이기 보단 비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패널 ‘이용주(크리에이터)’: 제가 이○○(고등학교, 부산) 선생님께 질문이 하나 해도 될까요? 만약에 선생님께서 ‘흑인’이자 당사자인 샘 오취리의 입장의 입장이라고 하신다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고등학교, 부산) : 일단은 제가 샘 오취리였다면 U고에 먼저 따로 연락을 해봤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 그 학생들을 따로 만나 이야기를 하는 과정을 통해 그 대화에서 깨달은 것들 종합해서 정제된 것을 올릴 것 같아요. 일방적으로 방식으로 상대방의 의도를 확인하지 않고 일단 터트리고 보는 것의 전형적인 한국식의 나쁜 언론 문화잖아요. ‘기레기’라고 욕도 많이 하는데 기자든 일반 개인이든 그런 식의 문제제기 과정에 대해서는 성찰이 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패널 ‘이용주(크리에이터)’ : 사실은 저는 그래요. 제가 샘 오취리와 친구여서 드리는 말씀은 아니고요. 현실적으로 그냥 보통 대한민국의 시민의 입장에서 개인이 고등학교에다가 연락을 취하고 학생들과 만남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시도하는 건 현실적으로 좀 어려울 수가 있거든요. 한 개인이 단지 뭔가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고 이 점에 있어서 내가 먼저 이렇게 생각한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일까요? 저는 오취리가 크게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고등학교, 부산) : ‘화법’을 좀 바꿀 수가 있었다는 것이죠. “지금 블랙페이스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혹시 U고 학생들이 생각하는 지점에 대해 내가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설명을 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화법이 있었어야 했는데, 전 오취리가 일방적으로 비난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논란이 이렇게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패널 ‘염운옥 교수’(인종주의 연구자) : 샘 오취리의 문제 제기방식이 100% 잘했다고는 생각을 안 하는데요. 다만 샘 오취리의 문제 제기가 왜 그런 방식으로 나왔어야 했을 것인가 라는 점은 한 번 짚어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사려 깊게 생각을 해서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샘 오취리 글의 뉘앙스를 살펴보면 그는 일단 굉장히 ‘화’가 났거든요. 그럼 그 ‘화’는 어디서 온 것이었을까요? 저는 이 블랙페이스로 보이는 분장을 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한국 사회에서의 이 사람이 느껴왔던 온갖 종류의 차별에 대한 분노라고 생각해요. 지하철에서 ‘흑인’이 타면 옆에 잘 안 앉으려고 경향이 흔히 있잖아요. 그들은 더욱 민감하게 그것을 느낄 것이고요. 그들에게 우리가 보내는 낯선 시선도 그렇고요. 그런 것들을 늘 일상으로 느껴왔던 사람으로서의 분노가 폭발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샘 오취리가 사려 깊게 학생들을 배려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이 사람의 행동 자체를 ‘왜 그렇게 못했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생각을 더 해보게 됩니다. 한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인종적인 ‘타자’들에게 어떻게 대해왔는지 문제로 질문의 방향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패널 ‘이용주(크리에이터)’ : 이○○(고등학교, 부산) 선생님의 의견에서 동의하고 존중할 수 있는 지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말이 ‘어’ 다르고, ‘아’ 다르고 하는 게 있잖습니까. 같은 말을 해도 좀 더 부드럽게 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샘이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문제제기 글을 올리면서 지금처럼 딱딱하게 문단을 나누어 약간 정색하듯 문제제기하는 것, 그리고 한국어로 쓴 글 아래에 영어로 쓴 글을 적으면서 뭔가 ‘포멀(formal)’하고 공격적인 문제제기처럼 이야기했어야 했나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굉장히 친근한 형 같이―오취리를 국민들이 바라보는 건 사실 좀 막내아들 같은 느낌이잖아요. 외국에서 온 막내아들 같은 느낌― 그동안에 구축한 이미지를 살려서 ‘애들아 이건 좀 아니지 않니?’ 이렇게 부드럽게 나갈 수 있었는데 굉장히 강하게 주장을 한 것 아쉬운 지점이긴 합니다.


패널 ‘염운옥 교수’(인종주의 연구자) : 이번 문제와 관련하여 경향신문에서 Q&A 형태의 기사를 냈죠. 15) 해당 기자 분이 저에게 질문을 많이 하셔가지고 이런 저런 답을 했는데, 자꾸 그런 얘기들을 하세요. ‘몰랐다’, ‘(이 문제에 대해) 무지하다’ 등등. 한국이 인종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살아온 역사가 너무 짧기 때문에 우리도/학생들도 몰랐죠. “그래서 이제 배우면 되지 않나?”. 물론 맞습니다. 한국의 경험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단일민족으로 국가를 이뤄온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어요. 그럼에도 한국은 적어도 해방된 이후에 한국전쟁, 산업화를 하는 과정에서 ‘흑인에 대한 비하나 흑인에 대한 차별이 없었나’ 이 점은 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그러냐 면 흔히 다문화 가정/다문화 가족―민족이 다른 결혼 이주 여성이 와서 한국인 남성의 아이들을 낳고 그 스스로가 한국 국민이 되고―이런 과정을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겪고 있다고 하잖아요. 새로운 현상인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전쟁 시기에 태어났던 상당히 많은 수의 혼혈인들, 혼혈아들도 있거든요. 이 사람들 중에서 백인과의 혼혈도 있고 흑인과의 혼혈도 있지요. 흑인 혼혈인 경우는 특히 더 차별받았고 많은 수는 해외로 입양됐거든요. 물론 혼혈이 아닌 아이들도 많이 입양을 간 케이스가 있었어서 한국 해외 입양의 역사에 부끄러움을 남겼지만, 혼혈이라고 하는 경우는 어김없이 입양을 보냈단 말이죠. 여기서 우린 “한국 사회는 단일민족의 순혈의 사회를 지금까지 유지해왔다고 하는데 그것은 어떤 인위적인 행위와 노력을 통해서 가능했던 게 아닌가?”하는 의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지 않냐는 거에요. 피부색이 다르고 다르게 생긴 사람들에 대해 우린 한국인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잘 넣어주지 않았던 거죠. 그것은 배제이고 차별이 아니었을까요? 인종주의를 연구하는 입장인 저는 그렇게 보이는 거에요.

하지만 이번 사태를 놓고 “한국 사람들은 살아온 역사가 다르고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단지 인종주의에 우리가 무지했을 뿐이야”라고 하는 말에 대해서 저는 100% 찬성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부분 한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들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제가 과도하게 연구를 하다 보니까 지나치게 몰입을 한 것인지, 아니면 이런 문제의식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인지를 여쭙고 싶어요.


15) 심윤지, 「[Q&A]U고 관짝소년단이 왜 인종차별인지 헷갈리는 당신에게」 <경향신문>, 2020.08.14.자



역사교육 편집부 : 저희가 염 교수님을 섭외하면서 드렸던 첫 마디가 “선생님도 이 문제에 대해 가슴 굉장히 아프지 않으세요?” 였던 것 같습니다. 인종주의 연구자 입장에서 남다른 마음이셨을 것 같아요. 이 자리에 모인 저희 역사교사들도 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수업을 나누는 입장에서 더욱 몰입되는 지점이 큰 것 같고요.

패널 ‘염운옥 교수’(인종주의 연구자) : 심란하죠. 굉장히 심란합니다.


역사교육 편집부 : 지금 이○○(고등학교, 부산) 선생님이 지적해주신 부분과 연결되는 의견이 채팅방에 올라와서 말씀을 연결해서 이어가고 싶습니다. 송○○(고등학교, 경기) 선생님,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송○○(고등학교, 경기) : 지금 논의가 되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 블랙페이스의 유래 등의 이슈에 대해서 저희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여기 역사 선생님들은 대략적으로는 다 공감하고 그 역사적 연원에 대해 이해하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사실은 교사 입장에서 샘 오취리 씨가 이런 문제 제기를 했을 때 ‘아차’ 싶었어요. “내가 너무 이런 부분에 무지하게 굴었구나”하고요.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하나의 ‘밈’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하는 일이니 그냥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굉장히 반성하고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지점도 좀 짚고 싶어요. 청소년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요. 지금까지 우리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 제가 역사교사로서 앞으로의 교육이 어떤 방향까지 생각해야 되는지도 다 알겠는데 걱정이 되요. 지금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비난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청소년이라는 계층에 대한 혐오로 연결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생들은 학생들이고 애들은 애들이니까’, 이 관점이 제가 교사라서 그런지 몰라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태도일 수 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우리의 사회의 맥락과 경험이라는 게 있잖아요. 블랙페이스의 유래나 그 행동이 직접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학생들이 교육에 제대로 겪을 수 때가 없었잖아요. 아이들이 삶 속에서 이 문제를 피부로 느끼기 어려웠던 점도 분명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아이들이 흑인 분장을 했던 그 행동 자체는 실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마치 그 아이들의 실수를 계기로 삼아서 ‘아 이것 봐라. 너네들 잘 걸렸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형태로 나아가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이러니까 요즘 아이들이 문제다’와 같은 태도나 ‘요즘 청소년들은 인권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던지, ‘고등학생들의 인터넷 문화와 같은 것들이 굉장히 인종차별이 만연해 있어 문제다’는 식의 흐름으로 논의가 이어지는데 그 과정 자체가 전 너무 좀 불편한 거에요. 또 다른 혐오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건데도 ‘일단 이 사안과 관련해서 아이들이 잘못한 것이니 받아들여야 해’라고 여기고 끝내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들었었습니다.


역사교육 편집부 : 네.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송 선생님의 말씀이 인상 깊네요. 역설적으로 그 말씀에서 이 문제의 교육적 해결을 더 모색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논란의 지점을 어떻게 인식할까라는 차원에서 지금의 논의들은 논쟁적인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염 교수님은 어떤 생각이신가요?


패널 ‘염운옥 교수’(인종주의 연구자) : 송○○(고등학교, 경기) 선생님 말씀에 저도 너무 공감하고요. 사실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라 굉장히 책임감을 많이 느꼈어요. “고등학교 포함하여 대학에서도 이와 같은 경우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했나?”. 성찰하게 되는 계기였거든요.

하지만 저는 이런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날의 인종차별 이슈가 가진 문제점이라고 할까요? 어떤 이슈에 대해 차별인지 아닌지 굉장히 애매모호한 선을 타는 듯한 속성이 있다는 겁니다. 과거 노예제는 오늘의 기준으로 보면 너무나도 명확한 차별이고,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정당화 하거나 그런 폭력을 반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인종차별 문제는 대체로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 ‘미묘하고 사소한 공격’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누군가를 막 놀려요. 그럼 상대방이 “가만 있어보자, 이게 날 욕하는 것 아냐?”고 긴가민가해 하다가 집에 가서 더 고민해보니 기분이 나빠서 문제 제기를 하면 이런 이야기가 돌아오는 거죠. “아니 웃자고 농담하는데 코미디를 왜 다큐로 받니?”와 같은 말이요. 미묘한 선을 타고 다니는 차별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볼 때 저는 이번의 논란도 이런 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U고 건에서 학생들이 완전히 블랙페이스를 한 것은 아니잖아요. 예전에 명품 브랜드 ‘구찌’가 모델의 입술을 빨갛게 칠하고 온통 검은 옷으로 얼굴을 이렇게 감싸는 스웨터를 내놨다가 바로 여론의 몰매를 맞고 들어갔잖아요. 그런 식의 노골적인 블랙페이스는 아니거든요. “그럼 이게 과연 패러디냐? 블랙 페이스냐?”라는 논쟁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미묘한 선을 타는 것이라는 거죠.

이 경우 가르치는 입장이라면 “이렇게 미묘한 지점 역시 받아들이는 당사자들에게 아픈 역사를 확 끌어낼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흑인들에게 노예제 및 차별의 역사는 유대인에게 홀로코스트랑 똑같은 것일 테니까요. 그렇기에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칸 홀로코스트’라는 표현을 쓰며 크게 강조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유대인은 배상을 받았지만 ‘흑인’의 노예제라는 차별과 억압은 한 번도 배상을 받은 적이 없으니까요. 실제로 2013년에 카리브해 국가들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한테 배상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16) 이렇게 흑인들에게 그것이 아픈 역사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것이 설사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미묘한 일, 즉 ‘마이크로-어그레션’의 영역으로 간다하더라도 우린 또 돌아보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는거지요.


16) 자메이카・아이티・수리남 등 중남미 카리브 해 14개국이 17~19세기 노예무역과 식민통치를 통해 자신들을 지배했던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 당시 제국주의 국가를 상대로 사과와 함께 금전적인 배상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카리브공동체 배상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기도 하였다. 결국 정부 차원의 배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신 일부 해당국의 금융기업이 노예 무역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하였다. 조지 플루이드 사망 사건이 일어나고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일어난 2020년에 다시 이 문제가 다시 의제로 떠올랐다.




패널 ‘이용주(크리에이터)’ : 이런 비유는 과할까요? 어린 아이들이 물가에 나가서 논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우리는 당연스럽게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하겠죠. 그런데 아이들이 “구명조끼 답답해요, 입기 싫어요”하면서 무조건 물에 들어가서 놀려고 한다면 부모님 입장이라면 우리는 강제로라도 구명조끼를 입게 해서 놀게 하겠죠. 만약 블랙 페이스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나 교양 없이 미국에 아이가 나가서 유사한 행위를 하게 된다면 아이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요? (조금 과장을 보태면) 죽을 확률이 굉장히 높을지도 모릅니다.

제 경험이기도 하거든요.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에 개인적으로 흑인 랩을 엄청 많이 들었어요. 그 흑인 랩을 들으면 ‘N워드(Nword)’ 17)같은 표현들이 대놓고 나오기도 합니다. 그 의미나 맥락을 잘 몰랐던 저는 미국에 가서 직접 그런 표현을 하고 다니기도 했어요.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있는 ‘오클랜드’는 우범 지대로 손꼽히는 곳이고 치안이 위험하기로 유명하거든요. 그런데 작은 ‘동양인’인 제가 그 동네에 가서 흑인 친구들 앞에서 ‘N워드’를 쓰고 했던 겁니다. 같이 놀러갔던 형이 “너 아까 죽을 뻔 했던 거 아냐”고 그런 얘기를 했던 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충격적이었던 경험이었죠. 결과적으로 제가 모욕을 주었던 흑인 친구들을 싫어하고 미워했던 건 아니었어요.. 저 그 친구들을 몹시 진짜 친근하게 느꼈고 친구가 되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했던 거 였잖아요. 그 행동의 ‘의도’는 좋았고 게다가 전 사전 정보는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하지만 그런 행위는 결과적으로 엄청나게 모욕을 주는 행위였고 심지어 큰 갈등을 일으켜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행위기도 했던 거예요. 그런 점에서 전 이 문제에 관해서는 강력하게 호통을 쳐서라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17) 흑인을 비하하는 ‘검둥이(nigger)’를 완곡하게 표현하는 표현이다. 노예제 및 흑인 차별의 폐해가 심각했던 미국 사회에서 ‘nigger’는 단순한 멸칭 이상의 의미로 사회적 금기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흑인 래퍼들이 ‘힙합’이라는 장르를 구축하며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힙합 가사에 되려 노골적인 ‘N워드’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는 ‘흑인들의 인권을 신장시키고 주체성을 세운다는 차원에서 백인으로 인한 억압의 언어인 ‘N워드’를 되찾아 쓰는 것이 오히려 백인에 대한 자신들의 승리를 상징하는 자랑스러운 행위가 아니냐‘는 취지의 일어난 경향으로 읽혀진다. 물론 이러한 풍토나 경향을 둘러싼 논쟁도 많이 이뤄졌다.




3. 무엇을 할 것인가 : 회피와 비난을 넘어선 새로운 모색

역사교육 편집부 : 여기서 사실 저희 패널 '맹수용(U고 역사교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당사자로서 내부자로서,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동료들을 만나는 교사로서 어떤 생각이신지 궁금해요.


패널 ‘맹수용 선생님(U고 역사교사) : 실은 송○○(고등학교, 경기)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던 부분이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가장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부분이기도 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 정말 많이 공감하고 아이들이 실제로 심리적으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자신이 생전 처음으로 언론의 도마에 올랐기 때문에 정말 불안에 떨었던 거죠. 사회의 지탄을 받는 대상이 됐다고 생각을 해보면 충분히 학생들의 입장에 공감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일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은 의도와 목적이 없었다는 것’은 서로가 충분히 공유하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학교 공동체 내에서 어떻게 공론화 과정에서 대화를 나누고, 그 의견들을 조정하는 식으로 관리해나갔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요. 그렇기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 과정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왜 그러냐면, 어찌 보면 결과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학생들은 사회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채 단절되었다고 하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거든요.

이를테면 올해 졸업 사진에서 유럽의 축구선수인 제라드-뎀바를 패러디 하면서 노골적인 블랙페이스를 한 것, 그리고 언론을 통해 추가적으로 드러나게 2014년도 졸업사진 촬영 시에 있었던 유사한 건이 문제가 되었을 때 학생들이 학생자치회의 입장을 통해서 사과문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잖아요?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잘못을 외부로부터 비판을 받은 이후 단절적인 과정을 통해 이 사건을 종결시켜 버린 것처럼 되었던 거에요. 만약에 이걸 하나의 교육적 계기로 삼아서 회복적으로 이끌 수는 없었을까요? 저는 이것이 ‘학생을 보호’하는 것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과문 게재도 학생들을 위한 의도였겠죠. 하지만 학생들에게 발언권을 더 많이 주고 이 문제를 더 활발히 논의 하고 그 과정에서 짚을 부분이 있다면 같이 짚어보는 식으로 공론장에서 더 많이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컸어요. “그 논의의 과정에서 학생이 또 다른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점은 물론 저도 걱정하는 바입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에 대해 선생님들과 더 많이 나눠보고 싶고요.


역사교육 편집부 : 네. 방금 채팅방에 의견 주신 김○○(중­고등학교, 교감) 선생님 이야기도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교육 전문직을 경험하셨고 학교 관리자를 하시고 계신 입장에서 다양한 고민을 해보셨을 것 같아요.

김○○(중­고등학교, 교감) : 저는 오취리가 쓴 게시물 중 한글로 된 부분만 봤어요. 18) 제일 밑에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라는 문구가 있었죠? 그게 희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 요걸 하나의 기회로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장학사로 근무하던 경험이 있다 보니 “이 문제에 관해서 교육청에서 빨리 나서주면 좋겠다.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겠다. 안 그러면 아이들이 정말 엄청난 비난에만 노출되고 말 것 같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불안했고요.

적극적인 해결 방식이 몹시 중요하지만 사실 학교 관리자들은 이 문제에 달려들기는 어렵거든요. 교육청과 같은 교육 당국이 나서서 교육적인 계기로 풀어볼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다 놓쳤어요. 제가 정말 아쉽고 화가 났던 지점이기도 합니다. 학교 내에서 일부 선생님들도 논의하셨다고 맹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들었지만 선뜻 나서기는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신(오취리)가 뭔데 그런 얘기를 하느냐’는 반대 여론이 들끓었을 때 누구도 반대 의견을 얘기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때 너무너무 의아했어요. 사회학자들이나 역사학자들이 블랙페이스에 대해 항상 많이 얘기하시는데 이상하게 그 얘기가 전혀 없었던 것이요. 선생님들도 이 문제에 관해 별로 발언은 없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페친’이 선생님들이 많은데요. 거의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잘 안하세요. 물론 선생님들 마음은 이해를 했어요. 이게 계속 언급되면 결국 애들한테 화살이 가는 걸 알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좀 참으셨던 것 같긴 합니다.

어른들이 충분히 사회적으로 발언을 하고 공론화 과정을 했었어야 아이들에 대해서 여러 측면의 시각을 볼 수 있는데 글이 나오는 게 정말 없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샘 오취리가 사과하고 나니 칼럼들이 아이들과 한국교육을 비난하기 시작하는 것을 봤어요. 그런 식으로 논의의 방향이 왜 이렇게 한쪽으로만 쏠렸을까에 대해 문제의식을 좀 가졌었습니다.

U고등학교 아이들의 졸업 사진 문화는 사실 무척 자율적이면서 학생자치의 발랄함을 보여준 좋은 것이었잖아요. 다만 그 과정에 교육적인 시각이나 교육적인 역할을 학교나 선생님들이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많이 했습니다. 학생들의 자율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너무 좋은데, 그 활발해지는 ‘겉모습’에 너무 만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학생 자치 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의 여러 모습들도 다시 봐야 하고 “교사의 교육적 역할이 어느 시점에서 들어가야 하는가 또 교육청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야죠.

블랙페이스 문제는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문제의식을 그렇게 깊게 가지지 못했을 것이거든요. 학교 교육을 넘어 사회적인 교육을 할 계기로도 삼을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엉망이 돼 버렸다는 생각 때문에 매우 안타깝습니다. 더 걱정되는 것은 제가 머물고 있는 학교 공동체에서 아이들과 이것을 어떻게 나눌까에 대한 것이에요. 여론을 통해서는 완전 판정승이 나 버렸잖아요? 이 행동 자체가 문제가 없고 문제제기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요. “이제 애들에게 뭐라고 해도 먹히지 않겠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너무 절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18) 샘 오취리의 개인 SNS(인스타그램)에 8월 3일 자로 게재된 한글로 된 입장문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참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퍼요. 웃기지 않습니다!!!! 저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입니다. 제발 하지 마세요!!!! 문화를 따라하는 것 알겠는데 구지(굳이) 얼굴 색칠 까지 해야 되요????? 한국에서 이런 행동들 없었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 번 같이 이야기 하고 싶어요”



역사교육 편집부 : 네, 우○○(중학교, 경기) 선생님이 지금 채팅방에서 말씀을 주셨어요. “U고의 졸업앨범은 하나의 브랜드화 된 졸업앨범이기 때문에 점점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학생들이 유튜브상의 유행을 별다른 생각 없이 코스프레한 것 같다”라고 하시네요. 보여지는 것에 대한 별다른 성찰 없는 부분을 어떻게 교육으로 승화시킬 것인가의 문제를 말씀해주셨어요.

이야기를 죽 들어보면서 생각한 건, 이런 논란이 벌어지면 학교답게(?) 이 논의를 끝내는 방식이 있어요. 내년부터 U고 졸업사진 패러디 이벤트 자체를 안 하면 되는 거거든요.(일동 탄식) 그야말로 관료적인 방식이죠. 김◇◇(고등학교, 경기) 선생님께서는 채팅으로 “학생들에게도 발언의 기회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하셨어요. 패널 '맹수용(U고 역사교사)' 선생님께서 살피고 인지하시는 바가 있으실 것 같거든요?


패널 ‘맹수용 선생님(U고 역사교사) : 학생들의 생각이나 마음 상태를 전적으로 알고 있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얘기하기 좀 조심스러울 것 같아요. 다만 ‘관짝소년단’ 패러디를 했던 학생들이 대화했던 것은 다음부터 이런 표현을 하더라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말하는 “조심”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우리가 좀 성찰할 지점으로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지점으로서 볼 것인지 아니면 이게 이슈가 됐으니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어요. 학생들의 생각이나 마음을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고요.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꼭 들어봐야 하고 나눠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까 교육적 계기라고 표현하셨는데 늦었지만, 우○○(중학교, 경기)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졸업앨범 문화가 매년 언론 보도를 타다 보니까 이슈를 생각하면서 패러디를 하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이 졸업앨범 문화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나를 두고 우리가 꼭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왜 그러냐 하면 방금 사회자께서도 잠깐 얘기하셨는데 선생님들의 입장에서는 “아 이런 방식 촬영은 내년도에는 못하겠네”라는 얘기가 실제로 들리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되려 그런 끝맺음 방식이 또 다른 단절과 상처를 만드는 것이라 저는 생각하거든요. 공론화 하는 자리를 꼭 마련해야겠다고 하는 생각을 좀 하고 있습니다.

제가 걱정되는 것은 ‘남고’ 아이들의 특유의 감수성입니다. 당사자 아이들이 성찰을 하고 있더라도 그 옆에서 이 사태를 지켜보는 다수의 학생들에 보일 반응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좀 커요. 학생들을 보호하면서도 이 문제를 꼭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데요, 그 접근 방식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입니다. 아이들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졸업사진 촬영 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같이 나눠볼 수는 없을까 고민이 됩니다.


역사교육 편집부 : 연구자 입장이신 염 교수님께서도 저희 교사들이 처한 학교라는 공동체나 공간에 대해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말씀 해주실 수 있을까요?


패널 ‘맹수용 선생님(U고 역사교사) : 뭔가 책임감이랄까 저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사안에 대해서 김○○ 교감 선생님 말씀해주신 것처럼 교육청이 개입해서 이 문제를 풀어갔으면 상당히 좋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그 점이 저도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무엇을 했나?’고 생각해봤어요. 제가 이 문제에 대해 조기에 의견을 표시하지 않았던 이유는 학생들 때문이었어요. 자칫하면 학생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막 쏟아질까 싶어서 너무 조심스럽더라고요.

앞서 말씀드린 기사를 쓴 경향신문 기자 저에게 8월 11일에 전화를 주면서 문의를 했어요. 그 다음날 오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전역모 편집부장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셨거든요. 그리고 기자 분께 서로 간의 대화에서 실수한 것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기사 원고를 일부러 달라고 했어요. 제가 한 말을 어떻게 썼는지 다 체크를 하고 큰 문제가 없어 나가도 된다고 했거든요. 이게 질문드린 지점과 연결되는데요. 학교현장을 제가 잘 모르다 보니까 이게 발언을 어떻게 수위를 맞추어야 할지가 저로서는 굉장히 고민이 되더라고요.

앞서 다들 말씀 주신 것처럼 교육적 해결을 위한 중요한 타이밍을 이미 놓친 것일까요? 시간은 지나갔고 우리에게 놓인 상황에서 최선이 뭘까 그걸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그것에 대해서 선생님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이 되어 버렸군요.


역사교육 편집부 : 염 교수님의 질문과 연결되는 이야기를 김□□(고등학교, 광주) 선생님께서 지금 채팅방에 남겨주셨어요. “지금 늦은 것 같긴 하지만 좀 씩씩하고 적극적으로 바꾸고 발언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을까요?”라는 말씀이요. 더 말씀 청해도 될까요?


김□□(고등학교, 광주) : 조금 다른 결 같지만 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체육대회 ‘반티’ 콘테스트 같은 행사가 있었는데 저희 반 학생들에게 학급회의를 맡겨 정하게 했거든요. 아이들은 약간 일본풍 의상을 정했어요. 그런데 학교 안에서 약간의 비난/비판이 있었어요. “학생들이 어떻게 왜색의 풍의 옷을 할 수 있느냐? 그것도 역사 선생님이 담임인 학급에서….”라는 비판이었어요.(일동 웃음) 아이들과 저는 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를 더 길게 했던 것 같아요. 결국엔 제가 체육대회 동안 한복을 입고 일본풍 옷을 입은 학생들과 화해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어요(일동 웃음). 수준이 낮은 대처이긴 한데 너무 심각해서 좀 웃으시라고 말씀드린 거예요(웃음).

우리가 논의 중인 블랙페이스 문제 같은 경우는 사회적 이슈인 만큼 더 큰 일이잖아요. 정말로 잘못한 것이라면 아이들이 좀 더 ‘씩씩하게’ 사과하고 책임질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것이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라는 생각에서 들으면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논의가 흐지부지 끝나고 마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이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우리가 얼마만큼 민감하게 생각하느냐’의 일이니까요.


패널 ‘맹수용 선생님(U고 역사교사) : 저도 그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학생자치회장 아이랑 대화해보고 그랬는데요. 그 학생도 자신의 친구들이 처한 문제다 보니까 참 조심스러워 보였어요. 선생님들과도 이야기해보면 대략 의견이 반반으로 나뉜다고 느꼈어요. 본질적인 문제는 이 문제를 단지 ‘아이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 혹은 없다’로 의견이 양분된 사안이라고 보는 접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뭔가 이야기를 했을 때 조심스러워하시고 적극적인 해결에 대해 방어적으로 대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칫하면 학생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뭔가 아주 많이 얽혀 있는 것 같아요(한숨). 참 혼란스럽습니다.

역사교육 편집부 : 새삼 걱정되는 지점이 있는데요. 결국 이 사진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앨범에 실리는 거죠? ‘제라드의 굴욕’을 패러디한 사진, 그리고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블랙페이스 사진은 결국 게재되고 마는 걸까요?


패널 ‘맹수용 선생님(U고 역사교사) : 학교에서도 그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과정이라고 알고 있는데, 학교 측 입장에서는 졸업사진을 다시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왜 그러냐면 아이들이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졸업앨범 문화를 가꾸어온 것인데, 이것을 다시 찍게 했을 때, 학생 관점에서 다시 찍자는 것이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텐데, 그러한 것 없이 진행되면 학생들의 문화가 소멸하거나 크게 위축되어서 이어지지 않을까 봐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이 있긴 한데, 저는 이것은 선생님들이 좀 더 많이 설득하고 이야기를 나누어봐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상황이라…. 아직 결정은 나지 않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역사교육 편집부 : 교육부, 교육청 등 교육 당국은 왜 손 놓고 있는 걸까요?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민주시민교육을 처음으로 공론화하고 실천하려 노력한 교육자치단체이고요. 최근에는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화두도 던지고 하는 걸 봤거든요. 방임하는 것 같아 참 아쉽네요.


김○○(중­고등학교, 교감) : 교육청은 관료조직이다 보니 아무래도 관료적으로 일을 처리해요. 민원을 방지하고 잡음을 방지하고, 언론에 잘못 나오지 않는 것이 교육보다 앞설 때도 많아요. 그래서 이게 삐걱거릴 때가 있는 것이고요. 지금 이 사태만 봐도 그래요, 교육청이 어떻게 대처했으면 좋았을 생각해보았을 때 제 생각은 이래요. 우선 경기도교육청 차원에서 일단 ‘막’을 쳤을 것에요. 아이들을 일단 보호해야 하니까요. “이번 일은 우리 교육청의 교육취지와 맞지 않는 것이 분명히 있다. 우리가 아이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적으로 풀어가 보겠다”고 입장을 정하고 막을 치는 거죠. 그 다음에 학교와 연계 해서 당사자들인 샘 오취리와 학생들 간의 만남의 자리를 만드는 것에요. 서로를 이해하고 배울 기회를 공개적으로 만들고자 했을 것 같아요. 그런 상황―아이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비난받지 않고 나중에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이 되면 선생님들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임하세요. 그렇게 진행이 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쉽죠.

아이들이 제일 걱정이에요. 당사자를 포함한 U고 학생들이 상처를 받은 채로 이 문제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하고 졸업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어떤 아이들은 왜곡된 반응을 보고 “이거 괜찮은 거네”라는 식으로 생각해버리고 말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현실적으로 이제는 수업 차원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역사 선생님이 맡아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아까 염운옥 교수님이 말씀하시기도 했지만 흑인 노예의 역사와 홀로코스트는 비극의 크기로 따지면 정말 비등하거든요, 하지만 흑인 노예무역의 역사는 대다수의 서구 강국들이 연루가 되어있어서 그런지 우리 교과서에도 그다지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홀로코스트 문제의 경우 정말 열심히 가르치게끔 제시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두 문제는 결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거든요. 역사 선생님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기교육’, ‘세계시민교육’ 등 필수로 해야하는 교육들은 교육과정 상 엄청 많잖아요. 그 주제들을 하루 한 두 시간 정도 경험시킨다고 해서 무슨 효과가 있을까요? 그래서 역사교사들의 수업에서 어떻게 녹여내야 할 것인가로 물음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4.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며 : 위로의 언어들, 연대의 공론장


패널 ‘염운옥 교수’(인종주의 연구자) : 아, 여기 채팅방에 정○○ 선생님께서 “샘 오취리와 애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순 없을까요, 물론 기회는 많이 지나갔지만 그래도 뭔가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이 방법이 정말 늦은 걸까요? 정말 불가능한가요? 한번 생각을 듣고 싶어요.

정○○ 선생님(중고등학교, 베트남) : 저는 베트남에 있는 한인 국제학교에서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고 있어요. 저는 그래서 지금 한국 분위기에서 좀 심하게 논쟁이 되는 사건이긴 해서 저희도 논쟁다루기로 지금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한데, 한국 분위기가 지금 어떤지는 피부로 느끼진 못하고 있고요. 저희는 수업할 때 국제학교 특성상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3명, 4명, 15명 단위로 이렇게 수업하는데, 처음에는 ‘(이 문제는) 패러디로 봐야 한다’라는 친구들이 70~80퍼센트를 차지하면서 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블랙페이스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안 이후에 많은 아이는 뭐라고 얘기했냐면 “그 학생들은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이건 차별이 아니다. 다만 지금 그것을 알았을 때는 이것이 문제인 만큼 그 다음부터는 조심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는 쪽으로 얘기가 되더군요. 수업하면서 아이들의 의견이 조금씩 달라지는 지점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이게 좀 선생님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수업을 통해서 판단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해요. 만약 가능하다면 온라인으로든 아니면 자리를 만들어서 당사자 간에 서로 이야기를 하고 샘 오취리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 대면하여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면 오해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모를 수 있고 그렇기에 실수할 수 있는데, 그 마음이 “몰랐으니까 어쩔 거야?”가 아니라 “아, 내가 몰랐구나. 이제 아니까 조심할게”하는 걸로 나아가게 할 수 없을까 싶습니다. 저희 학생들도 이 수업 과정에서 사안이 복잡하다 보니까 호주계 원어민 영어선생님한테 이걸 여쭤봤대요. 그분 말씀도 “의도가 없는데 그걸 블랙페이스라고 해서 혐오라고 볼 수 없다. 다만 그렇다는 걸 알고 안 하고 조심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문화적 배경에도 혐오와 차별에 대한 감수성은 지녔으면 하는 마음에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신○○ 선생님(고등학교, 경기) : 덧붙여 제안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번 계기로 ‘반혐오’라고 하는 코드를 역사교육이 가지고 가야할 하나의 소재라고 생각하고 같이 머리를 맞대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사 각자가 ‘각개격파’하기 보다는 전역모 차원에서 전반적으로 그런 수업 사례를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지금 블랙페이스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소수자에 대한 차별도 되게 많잖아요. 젠더이슈 그렇고, 이주민, 조선족, 최근에는 중국에 대한 혐오 등이 우리 역사의 맥락 위에서 살펴볼 지점도 있는 것이고요. 아이들이 생각을 넓히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교육 편집부 : 네, 그런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면 혹시 지금 말씀하시지 않았거나 좀 이 얘기를 하고 싶다 하는 선생님들 계시면 패널 분들에게 질문해도 좋고, 이야기를 던져주셔도 좋을 것 같은데 혹시 계실까요?


강○○ 선생님(고등학교, 부산) :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요. 저는 U고 학교 공동체에 있는 사람들이 한 번 더 이 논의를 꼭 나눴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까 졸업앨범에 최종적으로 이 사진을 실을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아주 작은 그 희망의 끈으로 삼아서 그걸 가지고 학교공동체에 있는 교사와 학생들이 다시 얘기를 해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해요.

왜냐하면 이 문제가 이런 방식으로 그냥 해결되지 않은 채로 끝나 버리는 것이 너무 걱정스럽기도 하고요. 또 일부 다른 분들 말씀처럼 “이제 더 이상 안 되니까 수업의 측면에서 우리가 좀 더 접근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도 물론 인종차별적 시선을 주제로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게 교육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계속 성찰할 수 있도록 했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샘 오취리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아이들로 하여금 “아 우리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우리의 행위를 그렇게 불편해하는 당사자가 있네”라고 조금만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

맹 선생님이 이야기하신 ‘공론장’을 열고 얘기하는 게 부담스럽겠지만 어쨌든 모여앉아서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전 보거든요. 이 졸업앨범에 최종적으로 사진을 실을지 여부, 이걸 가지고 한 번 더 논의의 불꽃을 살려보면 어떨까라고 생각은 합니다. 물론 그것이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요.

사실 전 누구보다도 당사자이신 맹 선생님이 좀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학교 공동체에 건강한 민주적인 공론장이 열려있었더라면 언론이나 외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소비하는 것과 별개로 그 안에서 어떻게 주체적으로 교육적으로 성찰해 나갈 것인지에 논의가 있었을 텐데 그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마음이 매우 아프네요. 맹 선생님이 오늘의 자리에서 치유를 받으셨으면 하는 마음이고 선생님께서 계속 고군분투하시는 것에 대해서 응원의 메시지를 드림과 동시에 맹 선생님의 생각이 좀 궁금하고 그렇습니다.


역사교육 편집부 : 응원과 부담을 동시에 드린 말씀이었는데(일동 웃음), 맹 선생님, 말씀 부탁드립니다.


패널 ‘맹수용 선생님(U고 역사교사) : 실은 학교에서 이야기를 선생님들과 나누면서 스스로 ‘소외되고 있다’ 도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아 내가 학교에서 분란을 일으킨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용기를 많이 얻은 것 같아요.

그런데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교사 2년 차 때 담임했던 학생 중에 네팔 국적인 아이가 있었어요.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프리카계는 아니지만 검은 피부라 ‘유색 인종’인 이 학생, “그 친구가 이 이슈를 봤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짜 좀 더 용기를 내야 하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책임감도 더 크게 느끼고요.

2학기이라도, 아니 지금 방학 중에라도 선생님들이랑 빨리 더 뭔가 학교에서 ‘분란’을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일동 미소)


패널 ‘이용주(크리에이터)’ : 선생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일동 웃음) 선생님 직장이잖아요. 평생 거기서 일도 하시고 은퇴도 하셔야 할 텐데….


패널 ‘맹수용 선생님(U고 역사교사) : (웃음) 내신서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해야 하나(일동 웃음)

역사교육 편집부 : 이렇게 비장하면서도 같이 웃을 수도 있군요. 연대와 위로의 말씀들이 인상 깊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말씀도 이어 들어볼게요.

이○○ 선생님(경기, 고등학교) : 맹 선생님의 용기에 지지를 표합니다. 제가 인근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요. 맹 선생님이 처한 상황과 환경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어서 걱정이 좀 듭니다. 용기 있는 교사의 소신 있는 행동에 대해 학교 공동체가 크게 공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 문화를 바꾸어가는 초석을 두어야 하는데 말이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아 많이 걱정스럽습니다.

제가 믿고 있는 것은 맹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들이 합심하여서 수업을 전개하시거나 학생자치를 바탕으로 한 기회를 마련하시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 블랙페이스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토론회나 공론의 자리는 모두 부담스러워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더 나아가서 학교의 졸업앨범 이벤트 문화에 대한 논의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언론으로부터 계속 노출이 되고 있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우리 학생들이 좀 바꿔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 내부적으로 토론하게 하는 거죠. 이를 바탕으로 패러디를 할 때 우리만의 원칙을 스스로 세우고 하는 논의를 마련하게 해주면 어떨까요? 좀 더 소프트하지만, 본질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섣부른 충돌보다는 용기를 내겠다는 마음을 마음속에 간직하시고 좀 더 수업 안에서 접근하되, 조금 더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좀 더 구체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맹 선생님이 좀 더 고민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마음과 지지를 보냅니다.


역사교육 편집부 : 지금 댓글들 보니까 “맹 선생님, 충분히 했어요. 그만해도 돼요”라는 이야기도 많네요. 아마 모두 굉장히 내부에서 많이 ‘깨져보신’ 분들의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일동 웃음) 염운옥 교수님도 “혼자 짐 지고 가지 말아요”라고 위로를 해주셨거든요, 마음이 울컥해 하는 분도 계시고요. 다른 분들 이야기도 이어 들어볼게요.


박○○ 선생님(고등학교, 경기) : 고등학교에서 근무합니다. 민주시민교육의 차원에서 혐오 표현을 주제로 수업을 꾸려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캐스퍼’라고 하는 래퍼가 자신이 받았던 혐오표현을 이야기하는 영상을 봤어요. 자신이 받았든 혹은 했든 혐오표현을 다루었더라고요. 아이들이 캐스퍼 영상을 보면서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표현들이 상대에게는 혐오와 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이해해서, 샘 오취리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을 하더라고요.

저도 사실 처음에는 이 사안을 혐오로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어요.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이걸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했어요. 두루두루 입장과 자료를 검토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이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혐오 표현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아이들이 냈으면 했죠. 나중에 샘 오취리를 둘러싼 그 논란 자체를 주제로 짧은 글쓰기를 통해 샘 오취리가 차별을 느낀 것에 공감을 하더라고요. 제 생각보다 더 깊이 공감하면서요. 막상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오히려 더 생각하고 더 조심하게 되는 거 같아요.

이번 건은 정작 어른들이 방치하면서 학생들이 상처를 받는 현상을 만든 게 아닌가 싶은 안타까움이 듭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혐오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교육적으로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역사교육 편집부 : 염운옥 교수님이 채팅방에 “역사는 길게 봐야 합니다. 꼬불꼬불하지만 앞으로 갑니다”라고 남겨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세 분 정도 사회자 권한으로 소감 들어보고 마치면 좋겠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생각해서(일동 웃음) 비수도권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죠.


양○○(고등학교, 전남) : 이 이슈가 나왔을 때 사실 크게 자신이 이걸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거 같아요. 워낙 ‘관짝 밈’이 유행이었고 저 자신도 인터넷 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로서 ‘아 아이들이 유행하는 걸 따라 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오늘 들으면서 반성도 많이 되었고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민감하게 생각해야겠구나, 나도 여기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맹 선생님 정말 응원합니다.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역모 차원에서 함께 지혜를 모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 자체로 좋은 수업 사례가 될 거 같아요. 다음 주에 개학을 하면 이 주제로 저도 아이들과 같이 이야기하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정말 잘 들었습니다.


김○○ 선생님(중학교, 경북) : 예전에 수업 시간에 우리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에 대해 아이들에게 물었어요. 그런데 저 스스로도 답을 잘 몰랐어요. 당시에는 장애인이나 여성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수업이었는데 묻고 나서는 저도 답할 말이 궁하고 뻔한 거에요. 나중에 불현 듯 한 생각은 “우리가 언제고 사회적 강자일 수는 없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어요.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었고요.

어떤 댓글을 보니까 “우리가 어디 가서 흑인이 백인에게 인종차별 당하는 건 문제시하면서 ‘동양인’이 ‘흑인’을 차별하는 건 차별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오히려 우리가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을 샘 오취리라는 방송인이 일깨워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가 꼭 가르쳐야 할 거 같아요. 논란이 된 사진은 앨범에서는 꼭 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건 앞으로 계속 회자될 것이기 때문이죠. 과거에 호주제 주장 논리가 지금 굉장히 비판받고 있는 것처럼요. 지금 보면 웃기잖아요. U고 학생들의 사진도 좋지 않은 맥락으로 길이길이 남을까 걱정이 됩니다.


박○○ 선생님(중학교, 경기) : 개인적으로 염운옥 선생님 너무 팬입니다. <낙인찍힌 몸>(염운옥, 2019), 그 책을 제가 몇 번째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기회에 팬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서 좋아요.

이번에 역사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에서 사례를 발표드릴 일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선생님들께 “해당 학교 학생들, 샘 오취리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댓글들, 언론, 샘 오취리, 교육계가 지금 상황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면 좋을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모둠 별로 생각을 모으는 활동을 했어요. 대부분 선생님들께서는 언론이나 지나친 악플에 대해서는 탓을 많이 하셨고 학생들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의견이 많았어요. 오늘 이 집담회를 참여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나 비판은 답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너무 풀이 죽거나 기가 죽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경험을 꼭 하면 좋겠어요.


역사교육 편집부 : 마지막으로 패널분들 선생님들 말씀 듣겠습니다.


패널 ‘이용주(크리에이터)’ : 여기 계신 선생님들이 많이 ‘진보적’이시고,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학생들을 키우시는 중요한 역할을 하실 분들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진보를 실천하는 모델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흑인운동을 하던 ‘말콤 엑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요. 또 다르게는 ‘마틴 루터 킹’처럼 할 수도 있겠죠? 선생님들께서 마틴 루터 킹들을 더 많이 키워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급진적인 일부 운동가들을 보면 ‘말콤 엑스’ 같은 분들이 좀 있으시잖아요. 제가 인터넷 공론장을 좀 살펴본 경험으로는 우리나라 20대가 반PC(Anti-political) 정서가 굉장히 강합니다. 이런 흐름이 일부 청년들을 극우주의자를 따라가는 안 좋은 방향으로 가기도 하거든요. 제가 앞서 말한 ‘말콤 엑스’형 실천에 대한 반감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께서 ‘마틴 루터 킹’ 많이 키워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불러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패널 ‘염운옥 교수’(인종주의 연구자) : 불러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는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인종주의의 역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한국 사회에서 문제점을 비판하려는 눈만 가지고 이 사안을 보면 풀리지 않는 지점이 너무 많거든요. 처음부터 학생들이 받을 상처를 걱정한 것이 너무 다행이었다고 생각했어요.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가 모두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입을 모았지만, 아직 하나가 남아있는 거 같아요. 결국 이 사진을 앨범에 넣을지를 결정해야 하는 거죠. “앨범에 이걸 실을 거니?”에 대해 아이들한테 한번 물어보면 좋겠어요. 아래로부터 의견 수렴을 하는 거죠. 이걸 길이길이 남기면 어떻게 될지 아이들 차원에서 생각해보게 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하나, 이 상황을 둘러싼 제일 나쁜 ‘빌런’을 찍자면 저는 언론이라고 봅니다. 싸움을 부추기는 식으로 역할을 했어요. 언론은 그 상황에서 젊은 차별주의자들이 한국에 태어난 것처럼 칼럼을 쏟아낸 것이 악의적이었어요. 그런 언론들의 프레임에 휘둘리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더불어 조급하게 당장 뭘 어떻게 하려는 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미디어나 인터넷 공간의 댓글들을 보니 학생들에 대한 비난도 많아 그들의 상처가 걱정이 되었는데, 그런 것들을 과감히 무시할 수 있는 내공을 길러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너무 많이 배웠어요. 감사합니다.


패널 ‘맹수용 선생님(U고 역사교사) : “지금 내가 그리고 학교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사실 이 일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과정에서 아이들과의 소통도 쉽지 않아서 더 괴로웠습니다. 저희 아이들 중 상당수는 지금 우리가 하는 것(졸업사진 이벤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거든요. 언론에서도 그러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도 했고, 이번에 임시정부 요인을 코스프레한 친구들은 광복회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었고요. ‘굳이 이 이야기를 키울 필요가 있어요?’라는 일부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힘들었었는데 생각 정리가 되고 마음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말씀 감사했습니다. 학교 돌아가서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 생각하면서, 해보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19) 2020년 U고 졸업사진 이벤트에 대한 학생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백범 김구와 독립운동가들’ 컨셉 사진이었다(2위는 논란이 된 관짝소년단 패러디 사진이다). 해당 사진을 기획하고 촬영에 임한 대표 학생 1인과 학생자치회장은 광복회로부터 표창장을 수여 받았으며, 국가보훈처는 해당 사진 촬영에 임한 학생 9명과 함께 광복절을 맞아 홍보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블랙페이스 논란이 진행되는 중에 진행되던 일로 우리에게 이 사안과 관련한 또 다른 고민을 남긴다.



역사교육 편집부 : 예상 종료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 마지막까지 36분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오늘의 대화로 해결책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역사교사들 간에 공론화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미 우리 안에 답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최근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기념’ 지하철역 광고가 훼손되자 이에 대해 지지 대응하는 광고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지요? 우리가 가르친 아이들이 그런 멋진 대응을 할 수 있는 상상력과 용기를 가진 친구들이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런 불의에 대해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도와야겠어”하는 마음을 먹기만 해도 참 좋겠습니다. 부끄럽고 안타까운 시대에 우리가 남긴 오늘의 ‘알리바이’를 함께 기억했으면 합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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