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 뒷담회 : 회보 읽는 독자간담회(2020 여름호, 129)
편집부의 에디터들은 갓 발간된 회보를 읽어주신 독자 선생님들과 직접 만나고 싶었습니다. 상호성이 부족한 의견 청취, 책상 위에만 앉고 머리에만 머무르는 기획력과는 결별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장 속 다양한 역사 선생님들의 소망과 고민과 만나고 싶었습니다. 독자들과 편집부 에디터들이 직접 만나 이전 회보에 대한 품평회를 가지는 평등한 대화의 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부터 ‘뒷담회-회보 읽는 독자 간담회’ 코너가 신설된 이유입니다.
지난 번 첫 뒷담회에 이어 뒷담회 2회에서는 130호(2020년 가을호)를 다루었습니다. 초대된 독자 선생님들은 130호(2020년 가을호)부터 편집부 소속 에디터로 합류하게 되신 김진아-박지란-오지원 선생님이십니다.
박지란(舊독자, 現에디터) : “사는 이야기” 첫 글이었던 "생초보 역사교사, 역사교사의 길을 묻다"를 써 주신 송미균 선생님의 글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 역시 거의 신규 교사이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신규 선생님들께서는 어떤 상황인지 궁금했었는데 “이런 막막한 상황에서 멋진 연수를 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저경력 교사한테 도움이 되는 연수였다”는 것을 글로 잘 풀어주셔서, 이러한 연수에 참여해본 적 없는 저 역시 내년 연수에는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김진아(舊독자, 現에디터) : 제가 읽으면서 이걸 처음 정독을 해 봤는데 재밌는 글이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보다가 “와 이거 너무 좋아”라며 제가 따로 메모를 해놨어요. 그랬는데, 뒤를 또 보니 이것도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1개만 고르라 하시면 좀 쉽지 않은 것 같아요(일동 웃음). 지란샘이 초보교사 연수 후기를 이야기 하셔서 재미있게 읽었던 직무연수 후기가 생각이 났어요. 고동민 선생님께서 써주신 상반기 직무연수 “한국전쟁의 가려진 이야기들, 어떻게 가르칠까” 후기 말이에요. 정리를 너무 꼼곰히 잘하셔서 마치 연수를 지면으로 요약해 듣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렇게 흥미로운 강의를 전역모에서 하고 있다고?’라는 생각도 들었고요(웃음). 너무 재밌게 봤어요.
아울러 안민영 선생님 <소소한 미술사 이야기>, 너무 재밌는 것 같습니다. 마치 신문 속 격있는 만평을 읽는 것 같아요. 굉장히 전문적인 내용을 너무 쉽고 재밌게 전달해주시니 더욱 좋습니다. 사실 저희도 역사 교사이기는 하지만, 복잡한 맥락과 전문적인 내용을 어떻게 남과 편하게 나눌까의 문제는 상당히 고민되는 부분인데, 안민영 선생님은 비록 지면을 통해서이지만 이를 너무 잘 하셔서 큰 영감을 주세요. 이 코너는 그냥 그대로 아이들한테 제시를 해도 너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만한 좋은 컨텐츠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지원(舊독자, 現에디터) : 네. 저는 수업이야기 중에 <초협력교실> 코너를 꼽고 싶어요. 저는 "4.19 혁명, 어떻게 가르칠까"라는 주제로 2번째로 진행된 원고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봄호에 있던 글부터 시작해 읽으니까 더 몰입이 되었던 거 같아요. ‘봄호에 이어 여름호에 어떤 글이 실릴까?’라고 궁금한 마음이 들다보니 더 관심 있게 본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자세한 자료들을 홍석률 교수님께서 제시해주시고 그런 과정이 구체적이었다는 점이 잘 느껴져서 굉장히 도움도 많이 받고 자극도 얻었던 것 같아요. 지난 호에서 컨설팅을 요청한 오도화 선생님에 두 분의 전문가 교수님/선생님(편집자주 : 홍석률 교수/배성호 교사)께서 친절하게 조언을 주셔서 더 좋았던 거 같습니다. 그냥 내용만 알려주신 게 아니라 ‘이런 자료를 어떻게 찾으면 좋을지’와 같은 자료를 찾는 과정 그리고 ‘이렇게 풀어나가면 어떨까’라는 제안도 해주셨었죠. 4.19 혁명 수업과 관련해서 더 깊게 생각봐야 할 부분을 세밀하게 지적해 주신 거 같아서 저 역시 저의 수업을 돌아보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노슬아(편집부 에디터) : <초협력교실>을 기획한 담당 에디터로서 정말 기쁘네요(웃음). 하지만 읽는 독자분들께서 “뭐야? 이럴 것 같아요(일동 웃음)” 비판이나 보완할 점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완벽한 것 같은 건 없으니까요
담당자로서 저의 고민은 코로나로 인해 운영 상에 변수가 생기면서 파생된 것들입니다. 원래 이 기획이 한 학기 단위로 세트를 이루어 흘러가잖아요. 봄, 여름호 나오고 가을, 겨울호가 나오니까 1년에 2개의 수업을 다루자는 게 기획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한국사를 다루고, 2학기에는 세계사를 다루면서 균형을 맞춰 가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고 시작을 했습니다.
근데 1학기 때 그런 계획 하에 회보에 실었는데 코로나가 터졌잖아요. 그래서 오도화 선생님께서 수업을 진행하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에요. 그래서 여름호에는 수업하려 했던 원고를 싣고, 가을호에 성찰한 기록을 싣게 되어서 종전 계획과 다르게 3차시로 진행이 된 것이거든요. 고민스러운 것은 어쨌든 기획이랑 성찰까지 하게 되면 처음이랑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보이는데 그렇지만 중간에 더 추가 원고가 들어가면서 약간 호흡이 너무 길어지지 않는가 대한 고민이 좀 있어요. 교수님의 구체적인 코멘트를 넣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있고요. 아무래도 지금부터 이 코너의 ‘전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여러 가지 생각을 더 해보게 됩니다.
박지란(舊독자, 現에디터) : 저는 그 교수님 코멘트가 있는 거는 되게 좋았어요. 저도 역사 교사지만, 제가 그 교수님이 코멘트 해 주시는 부분을 보면서 ‘아 진짜 이 부분은 내가 가르치면서 생각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인데’라고 생각되는 지점이 많았거든요. 수업을 설계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 고민할 때 구체적인 도움을 많이 받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홍 교수님처럼 높은 퀄리티의 조언이 담기려면 어떤 교수님을 섭외하느냐에 신경을 더 기울여야 겠지만요.
김진아(舊독자, 現에디터) : 저는 좀 다른 지점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독자 입장에서는 이 좋은 자료나 조언 하신 지점들을 수업의 어떤 지점에서 사용할지 그 과정을 알기가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좀 했어요. 자료가 활용되는 구체적인 맥락 같은 것이요. 이러한 자료들이 수업 시간의 어떤 맥락, 어떤 지점에서 제시되어야 할지가 궁금해요. 사실 자료가 좋고 나쁨을 저희 역시 파악은 할 수 있지만, 특히 좋은 자료를 만났을 때 어떻게 써야 될지를 짚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업하신 선생님께서는 전문가 선생님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그런 고민을 하셨을 테니 <초협력교실>에서 그런 과정들을 잘 녹여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문순창(편집부장) : 네. 모두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셨네요. 개인적으로는 홍 교수님께서 4.19 혁명에 대한 서사를 다양화 시켜주는 자료를 많이 소개시켜주셔서 참 좋았어요. ‘4.19’ 하면 ‘고등학생과 대학생’, ‘마산, 서울’ 등 한정된 공간과 주체들을 떠올리기 쉬운데 말입니다.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계층 사람들이 4.19에 어떻게 활동했는지에 대한 사료, 나아가 소위 ‘4.19 세대’가 어떤 길을 걸어갔는지에 대한 자료를 홍 교수님께서 주셨죠. 이런 좋은 글과 문제의식을 독자 분들이 어떤 맥락에서 활용하실 수 있는지를 좀더 고민하고 편집에 신경을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군요.
노슬아(편집부 에디터) : 이번 가을호에는 오도화 선생님의 성찰록을 싣기로 되어 있습니다. 말씀들을 들어보고 정리해보니 겨울호 같은 경우에서는 수업안이랑 조언을 함께 싣어보면서 앞서 언급하신 지점들을 담으려고 노력해볼까 해요. 교사와 전문가 간에 상호작용도 충분한 시간도 드리고 에디터 차원에서 조정도 드리고 말이죠. 이번에는 새로운 주제, 세계사를 주제로 꾸려볼까 합니다.
김진아(舊독자, 現에디터) : 아, 잠깐만요. 아무리 봐도 말씀 안 드리고 넘어가기 어려울 것 같아서(일동 웃음). 이번 특집 <코로나 시대의 역사교육-1편>도 참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은 저는 손석영 선생님의 글이었어요. 제가 해석을 제대로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의식 수업에 대해 재고를 해보시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저희는 강의식 수업을 하면서 상당히 죄책감을 느끼잖아요. 뭔가 잘못된 것 같고, 이렇게 하면 안 될 거 같고, 애들한테 뭐라도 시켜야 될 거 같고… 손 선생님께서는 단지 강의식도 괜찮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시고 싶으셨따기 보다는 ‘역사 수업의 본질은 뭘까?’에 대해 성찰해보신 후에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신 바를 글로 쓰신 거 같았어요.
보통 우리는 수업을 남에게 보여 줄 때 부끄러워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손 선생님을 글을 읽으면서 뭐라 할 생각이 많아지는 거죠. “왜 우리는 교사인데, 우리도 전문가인데, 왜 남들한테 수업 보여줄 때 부끄러워하지?”, “강의식 수업 그 자체가 문제일까? 아니면 역사수업과 관련해서 다르게 집중해서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 있는 걸까?”와 같은 생각이요. 그런 생각도 들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코로나 시대를 직면해서 역사 수업 자체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진아(舊독자, 現에디터) : <고민보다GO>에 대해서인데요! 이게 올해 들어 신설된 코너죠? 우리 회보의 수업 사례글이 너무 ‘영웅들의 서사시’처럼 쓰이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며 아닌 사례를 싣는…(일동 웃음), 처음에 저희 부산역사교사모임에서 이융 선생님이 첫 회를 쓰신 걸로 기억해요. 그런 스타일로 쭉 갈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저는 그거 되게 기대했어요. 저는 회보 받아보면 그거를 제일 먼저 읽어보기도 했거든요. “다른 실패사례는 어떤 게 있는가?”, “누가 시행착오를 어떻게 겪고 있는가?” 이게 궁금한 거예요. 나름의 위로를 받기 위해서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헤매는 거죠.
그런데 점점 갈 수록 솔직히 진짜로… 뭐라고 해야 되지?(웃음) 표현이 좀 그런데 이 코너 마저도 너무 훌륭하신 이야기가 많아서 본래의 기획 취지와 걸맞게 진행되고 있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왜 이 수업을 했나?”, “나는 진짜 이 길을 계속 걸어가도 되나?” 등의 이런 성찰과 고민이 담긴 회고적인 수업 에세이를 기대를 했던 지라 약간 그런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조금 아쉬웠어요.
박지란(舊독자, 現에디터) : 진아샘 말씀 들어보니 공감이 되네요. 하지만 저는 그 글을 쓰신 정의진 선생님께서 그냥 고민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어서 취지에 잘 맞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뭔가 이렇게 위로를 듣고 싶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정 선생님의 사례는 너무 ‘성공사례’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마 선생님들께서는 일단 실패사례를 싣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좀 있으신 거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런 고민이나 실패가 뭔가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닐까요. “남들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겠지?”, “남들도 나 같은 실패를 했겠지?”, “나의 실패로부터 위로 받겠지?” 라는 생각 보다는 “나 혼자 이런 실패를 했는데 이거를 실어도 될까?” 이런 고민 말이에요. 사실 조금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 게(웃음) 온라인 수업을 하다보면 분명 안 좋은 경험이 있으셨을텐데 좋은 경험을 중심으로 간추려서 쓰신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긴 했습니다.(일동 웃음) 그만큼 사례가 좋았다는 의미에요.
문순창(편집부장) : 결국에는 이마저도 ‘소영웅서사시’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군요(웃음).
이재호(편집부 에디터) : 그런 점에서는 지난 번 <고민보다GO> 2회에 소개된 김태정 선생님의 사례가 인상 깊었지요. 자신의 고민을 진솔하게 풀어놓고 수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집중해서 써주셔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을 많이 받고 위로도 되었을 거라고 생각이 돼요. 무엇보다도 김태정 선생님 그 자신이 위로를 받으셨지 않았을까요? 앞으로 그 지점을 고민해서 섭외 단계부터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슬아(편집부 에디터) : 담당 에디터인 저도 바로 그 지점이 고민스러워요. 저는 처음에 이 글이 수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좀 어떻게 보면 섭외 이후에 손이 되게 많이 가는 코너이기도해요. 앞서 말씀하신 김태정 선생님도 섭외 초기에는 “이 글을 회보에 싣는 것은 굉장히 누가 되는 거 같아요”라는 반응을 보이셨어요. 그때 함께 몇 번 통화를 나누면서 대화를 많이 했었는데 김태정 선생님도 저도 서로 치유를 받는 느낌이 들었었습니다. 그런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문순창(편집부장) : 네. 말씀들 감사합니다. 오늘은 새로 모신 에디터 선생님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어봤네요. ‘舊 독자 現 에디터’라 더 풍부하게 대화하게 된 것 같네요. 의견 하나에도 당사자로서의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우리 회보가 더 젊어지고 다양해질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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