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 한일 교사 학생 교류 간담회 후기
>> 성예빈, 민채현(경기 일산동고, 고등학생)
편집자주 : 2015년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관련 판결 이후 한일 관계 악화와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하여 한일 간 직접 대면 교류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여 한일 교사・학생 교류에 있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비록 코로나 시대이지만 온라인 공간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지금. 직접 만나 교류하는 것보다는 한계가 있겠지만 ‘온라인 한일 공동수업’을 시도해보았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에서는 일본 교과서 대응 활동의 일환으로 ‘한일 역사 공동수업’을 진행해왔었다. 주로 한일 대학 간에 진행되어 왔었는데 이번에는 고등학교에서도 진행해보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근무하는 일산동고등학교의 학생들과 해보면 좋을 것 같아 ‘한일 평화 프로젝트’라는 제목을 걸고 한국사 수업을 받는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하였다. 50여 명의 학생들이 신청하였고 류큐대학교 교육학부에 계시는 야마구치 다케시 교수님과 10.29.(목), 11.12.(목)에 2회에 걸쳐 온라인 줌 수업을 진행하였다. 1차시 수업 주제는 ‘배봉기씨로부터 리나씨로-군대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오키나와에서 생각하다’, 2차시 주제는 ‘일본의 시민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였다. 이어 11.28.(토)에는 ‘한일 교사 학생 교류 간담회’ 중 ‘2020 온라인 한일 학생 공동수업’을 진행하였다. 이신철(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선생님이 ‘한국과 일본은 왜 역사문제를 두고 다투고 있을까요?’라는 주제로 수업해 주셨고, 일본에서는 교토 국제학교, 도쿄 홍고중고등학교, 한국에서는 일산동고, 휘봉고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다음 글은 ‘한일 평화 프로젝트’수업과 ‘온라인 한일 학생 공동 수업’에 참여했던 일산동고 두 학생의 소감문이다.
갈등은 차이 위에, 차이는 생각 위에, 생각은 또 감정 위에, 그리고 감정은 사회 안에서 여러 시간의 겹을 쌓아지며 천천히 형성되곤 한다. 바람이 부는 형상을 따라 모든 사물이 움직이지만 바람길을 막는다면 부조화하게 모든 것이 멈춰버리듯,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사회 공동체 간에 오랜 시간 동안 꽉 막혀온 감정은 종종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불합리와 부조화를 안겨주었던 것도 같다. 그리고 이처럼 한국과 일본 간에 오랫동안 쌓인 갈등의 벽은 어쩌면 우리들이 어떻게 그러한 역사적 사건을 반성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성찰하고 해결할 것인지의 윤리적이고도 이성적인 사고를 막아버렸을지도 모른다.
이번 한일평화 프로젝트도 이러한 성찰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양국이 정부의 잘못된 입장에서 벗어나 시민의식이 있는 윤리적인 사람들끼리 모여 단순 경멸과 배척의 감정에서 벗어나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또 미래세대의 가치관을 쌓을 수 있는 시간으로 표현하면, 그도 맞을 것 같다. 일본 류큐대학교 야마구치 선생님의 2차에 걸친 수업과, 일본 혼고고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 등 일본 친구들과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어떤 것인가에 대해, 그러면 미래세대는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한국사 선생님들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야마구치 선생님과의 첫 만남에서, 야마구치 선생님께서는 ‘배봉기씨로부터 리나씨로’라는 주제로 수업을 해주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첫 번째로 드러난 위안부 피해자가 김학순 할머니가 아니라 사실 배봉기 할머니이셨다는 말에서부터 시작되어, 이러한 피해에 대해 일본인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일본 내에서 의식적인 사람들은 아리랑비 등 어떤 방법으로 위안부를 나름대로 기억하고자 하는지, 또 아직 갈 길이 얼마나 먼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위안부와 연결지어 리나씨나 한국의 여중생도 미군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며 이런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위안부, 미군에 의한 성폭력 등을 덮어놓지 말고 제대로 직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마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 가해자들, 인간답게 살 권리를 박탈당하고 희생자로써 살았던 사람들, 피해에 주목하여 다시는 그런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수업이었던 것 같다. 수업을 듣고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정부와 국민을 같다고 치부했던, 또 일부 우익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국민과 다른 국민들을 동일시했던 것에 대해 한순간에 반성하게 되었다. 사회는 개인의 모임이지만 사회가 전체 개인의 뜻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했었다. 친구들은 또 일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본에도 한국의 수능 같은 제도가 있는지, 왜 미군과 일본군을 관련짓는지 등을 질문했고, 이에 대해 야마구치 선생님은 일본사람들은 K-pop을 좋아하고 대학생들도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이 많고, 일본에도 센터시험이라는 제도가 있다고도 답변하셨다. 답변을 하나하나 친절하고 최선을 다해서 답변해주신다는게 느껴져서 정말 좋았다.
야마구치 선생님과의 두 번째 수업에서는 일본의 우익세력이 만든 교과서를 최대한 배척하고자 하는 일부 사람들의 노력, 동아시아의 연대, 일본의 상황, 일본의 야마구치 선생님 같은 제대로 된 지식인들이 어떤 집회나 연대를 하고 있는지를 중점으로 진행되었다. 질문 시간을 굉장히 늘려서 친구들이 많은 질문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는데, 일본의 젊은층은 정치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이 있는지, 불매운동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등의 질문에 일본의 젊은이들도 정치에 정말 관심이 없고,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일본 사람들은 별로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다고 답변하셨고, 그 후에 어떤 친구가 일본어로 불매운동 때문에 일본 볼펜들을 사지 못해서 화가났다고 댓글을 남겨서 선생님을 비롯해서 참가한 학생들이 많이 웃었기도 했다.
한일 학생 간의 대화에서는, 먼저 한국 선생님께서 일본과 우리의 관계, 위안부 문제, 징용 문제 등 가장 쟁점이 되는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설명해주셨다. 또 한국의 노동자와 독립운동가의 변호를 위해 힘썼던 일본인인 후세 다쓰지와 일본 지하철 영웅 이수현과 같은 일을 했던 일본인에 대해서도 얘기하시면서 나라 간 갈등을 초월한 이상적 사례를 언급하셨다. 또한 한국학생들과 일본학생들 간에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는데, 한국학생들이 대부분의 질문을 했고 일본학생들 중에서는 한 친구가 엄청 열심히 답변을 해 주었다. 대부분 일본의 잘못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추천해주고 싶은 일본 문화가 있는지, 학교에서 일본과 한국 역사를 제대로 배우는지, 연대와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번 한일평화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히 증오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음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제대로 된 과거사 청산과 함께하는 미래를 이뤄가야 함을 기억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가 관계를 하나의 길, 그 중에서도 바람길로 생각한다면, 서로 교류하고 이야기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바람을 가로막는 벽이라는 모순점에서 해방될 가능성이 생긴다. 두 국가 사이의 벽을 허물고 과거사를 제대로 청산하기 위해서는, 뜻이 있는 각 국가의 의식적인 사람들이 모여 갈등에 대해 논의하고, 교류하고,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해결첨을 찾아나가는 시도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세대 앞의 연대와 협력에 대한 과제, 그 과제를 미리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한일 평화프로젝트를 하기 전만 해도 난 항상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 기사, 그리고 한국사 교과서에서까지도 대부분이 일본에 반감을 느끼게 하는 내용들이었고, 그로 인해 한일 관계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첫 수업이 끝나자마자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일 평화프로젝트는 총 3차례의 수업으로 이루어졌는데 2번은 야마구치 선생님과의 수업, 마지막은 일본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동수업이었다. 야마구치 선생님은 과거 우리나라의 위안부 역사를 설명해주시면서 한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이러한 역사를 통해 잘못된 점을 인지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같이 노력해야한다는 점을 알려주셨는데, 이 말을 들으며 평소 역사를 배우며 우리나라만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기도 하였다. 덕분에 우리가 과거 겪었던 피해, 옳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는가를 깊게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나의 편견을 깨주기도 하였다. 강의 중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시선은 어떤지에 관한 질문이 있었는데, 대답이 예상 외여서 꽤 충격적이었다. 생각보다 한국을 좋아하고 관심있어하는 일본 학생들이 많았고, 우리처럼 적대감을 갖는 사람은 정부나 우익세력 같은 극소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답을 듣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분명 각 나라에도 한일이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마치 정부의 의견을 나라 전체의 의견으로 단정짓는 태도가 옳지 못하다고 느꼈고, 앞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뿐 만이 아니라 우리도 여러 노력들과 한일 교류를 하면서 관계를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차시 수업은 원래는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강의지만, 1차시 수업 후에 아쉬움이 들어 진행하게 되었다. 이 시간에는 현재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일본 국민들이 하고 있는 여러 노력들을 주로 알아보았는데, 야마구치 선생님의 경험들을 녹여 설명해주셔서 더 깊게 와 닿았다. 내가 모르고 있었던 많은 일본 시민들의 노력과 한일 평화를 위한 일본 사람들의 목소리 등 감동적인 노력들이 많았다. 그 중 역사 왜곡 교과서인 이쿠호샤 교과서를 반대하는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역사를 배울 때 일본 역사 교과서는 왜곡되어 있다는 말을 들어와서 아직까지도 왜곡되어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일본 국민들이 목소리를 높인 덕에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꽤 놀랐다. 타국의 관한 역사를 존중해주고 진심으로 위해주는 마음이 느껴져 마음속에 깊게 남았는데, 순간 우리나라는 어떤 노력을 했고 앞으로 어떤 노력들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학교에서 역사 시간만 해도 여기저기서 일본 싫다는 말이 적지 않게 들려오는데, 우리가 이러한 시선을 바로잡고 역사를 바라보는 폭을 더 넓혀야한다는 고민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일본 친구들과 공동수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과거, 그리고 현재를 동시에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고 일본 친구들과 질의 응답을 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이 시간은 정말로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같은 학생이지만 다른 나라의 시선으로서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알 수 있었고, 비슷한 또래들이 가지는 생각들 그리고 고민을 같이 공유하면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의외의 의견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번 한일 평화프로젝트를 통해 나 자신을 많이 반성하고 앞으로의 한일관계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우리가 바꿔 나가야할 부분, 그리고 노력해나가야 할 부분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하나하나 바꿔나갔으면 한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도 우리나라 시선에만 너무 국한되어서 나타내는 점이 없지 않아 있어, 학생들이 일본에 대한 반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은데, 앞으로는 역사를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들을 많이 가질 수 있길 바란다.
※ 관계자 코멘터리 – 조정아(집행부 연대사업부장, 행사기획자)
이번 온라인 ‘한일 평화 프로젝트’와 ‘한일 학생 공동 수업’을 진행하면서 온라인으로 다양한 한일 교사 교류 및 한일 학생 공동수업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특히 두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한일 역사대화’를 통해 한국사 교육을 통해 갖게된 반일 감정, 편견이나 국가와 개인을 동일시 하는 것의 문제점을 인식하였다. 내년에는 더욱 온라인 공동수업을 확대하여 더 많은 학생들에게 ‘한일 역사 대화’와 ‘교류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