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수업이야기 - 3.1 운동 100주년 기획 1-2 수업사례
>> 경기 성사고 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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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 교육청, 학교 등 여러 단위에서 3·1운동에 대한 재조명 및 계기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도 올 한해 활동 기조에 3·1운동 정신 계승을 명시하며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3·1운동이 관심 받고 있는 상황을 맞아 (한국사를 배우는 1학년뿐만 아니라) 전체 학년이 3·1운동의 정신을 이해하고 그들이 꿈꾼 나라를 표현해보는 창체 활동을 동시에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다. 그것도 3월 입학 첫날 동시에. 사실 그동안 3·1운동 수업을 3월에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전체 학년에 동시 계기교육이 이루어지려면 넘어야 하는 산이 많았다. 수업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타교과 교사들은 어떻게 동의를 받을지, 학생들의 관심과 의지를 어떻게 불러일으킬지 등에 대한 우려와 주저함이 생겼다. 그전에 몇몇의 시도들이 거부되는 트라우마도 있었기에 망설임이 계속 생겼다. 용기를 내어 나름의 난제를 하나씩 넘어가 보기로 마음먹었고 결국 전체학년 동시 3·1운동 계기교육이 실시되었다. 이제 그 3·1운동 수업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제껏 이런 수업은 없었다. 학교공동체가 함께 만든 3·1운동 계기교육”
그동안의 수업은 어땠나
그동안 해왔던 나의 3·1운동 수업을 되돌아보면 “배경 → 전개 → 결과 → 영향 및 의의”라는 도식 속에서 이뤄졌다. 주체, 공간, 사상 등이 드러나지 않았고 ‘사람’은 생략된 채 구조화와 이미지에 국한되어 있었다. 오해와 무지도 다수 존재하였다. 3·1운동이 서울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고만 이해하였고, 3월 1일 당일 전국 7개(혹은 8개) 도시에서 독립선언서 낭독 및 만세시위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종교계의 참여도 평면적으로만 이해하고 말해왔다. 여성, 학생들이 주도한 시위의 양상도 이해가 짧았다. 요컨대 3·1운동의 내용, 정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이는 수업의 도식과 평면성과도 연결된다.
3·1운동 수업의 재모색은 필요한가
3·1운동 당시 사람들이 바랐던 목표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역사적 과제 사이에는 연속성이 있을까? 당시의 민족의 자주와 통합, 민주주의라는 과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있다고 본다. 그때 그 목표는 3·1운동 이후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민주항쟁, 촛불혁명으로 점진적으로 이어져왔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은 1919년과 2019년이 다르지 않고 연결되는 것이다. 3·1운동은 아직도 계속되는 현재적인 역사이므로 3·1운동을 새롭게 기억하는 교육활동은 역사교사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학교에서 이뤄나가야 할 프로젝트이다. 그런 의미에서 3·1운동 수업의 재모색은 필요하며 새로운 수업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독립선언서에 담긴 당시 사람들이 꿈꾼 나라는?
(역사교사만이 아니라)전체 교사가 학생과 함께 3·1운동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한다면 어떤 수업 형태와 주제여야 할까? 가장 쉽게, 의미있게 접근하는 것은 ‘독립선언서 함께 읽고 당시 사람들이 꿈꾼 나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각해보자’가 아닐까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기본적인 수업형태는 3·1독립선언서를 함께 읽고 선언의 핵심의미가 무엇인지 정의 내려보고 당시 사람들이 꿈꾼 나라를 단어나 문장의 형태로 표현해보는 것이었다. 다음은 수업 단계별로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1단계 : 3·1독립선언서 낭독 후 가슴에 와 닿는 문장 나누기
2단계 : 공약삼장의 내용 참고로 독립운동가 입장의 3가지 약속 정하기
3단계 : 3·1선언서에 담긴 당시 사람들이 꿈꾼 나라 상상하고 표현하기(스톱모션, 한 문장 쓰기 등)
타 교과 교사들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
○ : "새 학년 첫날을 어떻게 준비할까요?"
나 : "3월 첫날 전 학년 3·1운동 계기수업을 해보아요."
○ : "30학급 모두? 방송실에서 영상을 송출해주는 거라면 뭐"
나 : “영상 송출은 학생들 집중도가 떨어지니 교사가 직접 수업하는 게 어떨까요...?"
○ : "우리는 역사교사가 아닌데 3·1운동 수업을 어떻게 하지요?“
나 : “음....”
전 학년 새 학년 첫날의 3·1운동 계기교육을 할 때 넘어야 하는 산 하나는 한 학교의 역사교사는 몇 명 되지 않으므로 타교과 교사들의 3·1운동 계기교육 동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실 이 점이 가장 걱정되었고 실제로 3·1운동 수업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
그래서 2월 교내 신학기준비연수에서 별도의 시간을 마련하여 미리 만들어둔 수업지도안을 배부하고 이 수업의 의미와 취지, 수업 구성에 대한 연수를 40분간 실시하였다. 타교과 교사들은 연수를 들은 후 3·1운동 계기교육의 의미에 깊이 공감하고 기꺼이 함께 하시겠다고 하였다. 다만 자신들은 역사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연수자처럼 3·1운동과 관련된 이야기를 잘 풀어갈 자신이 없으니 수업시간에 틀어줄 수 있는 간단한 영상을 제공해달라고 하셔서 ‘독립선언서 낭독’ 영상과 ‘3.1운동 백년,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다’라는 짧은 영상을 추가로 드렸다.
사탕으로 학생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까
수업 당일 나는 매우 분주했다. 야심차게 시도해보는 수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내심 잘 될 수 있을까라는 염려도 자꾸 떠올랐다.
전체 학년 학급함에 인쇄한 수업활동지, 매직과 색지를 넣어두고 동료교사들에게 수업 안내문과 PPT, 영상을 돌아다니며 나눠주었다. 분주히 오고가다 학생들의 활동을 격려하고자 준비한 막대사탕 배부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나중에 알아차리고 아차 싶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막대사탕은 필요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수업의 의미에 적극 공감하며 (평상시와 다르게) 활동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수업의 전개 :80분>
1. 독립선언서를 전체 학생이 순서대로 낭독 : '쉽고 바르게 쓴 선언서'의 경우 민족대표33인 이름을 한명이 낭독한다면 총 46문장이다. 내가 수업한 반은 공교롭게 학급인원이 23명이어서 한 명이 두 번씩 낭독하였다.
2. 모둠에서 '가슴에 와닿는 문장' 찾기 : 낭독할 때 가장 인상적인 문장에 표시하고 이를 모둠 구성원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3. 당시 독립운동가가 되어 공약 삼장 만들기 : 독립운동가가 된 우리가 만든 세 가지 약속에는 다양한 가치와 다짐이 담겼다.
4. '그들이 꿈꾼 나라'는 무엇이었는지 쓰기 : 스톱모션으로도 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급은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하였다.
5. 발표하고 마무리
6. 소감문 쓰기
수업을 마무리하며 학년별로 학생들이 쓴 소감문의 일부를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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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동등해야 하며 누구도 약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을 본인보다 낮게 평가해서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가 없었다면 나는 이러한 사회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 수업을 통해 하는 우리 민족이 자랑스러워졌고 역사를 배우는 이유도 알 것 같다.(1학년 장○○)
서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런 세상은 과연 그들이 바라고 있던 세상일까? 하지만 난 또다른 생각으로 우리민족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박근혜 정권 때 우리 민족은 서로 단결하였고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를 열게 되었다. 우리 민족 또한 서로 개인주의,이기주의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우리 민족의 단결성은 자부심을 갖고 당당해질 수 있을 정도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민족은 이후에도 3·1운동 그때처럼 더욱더 민족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후손을 위해 더욱더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꿈꾸던 세상, 즉 ‘진리’로 나아갈 것이며 타민족 또한 무시하지 않고 전세계가 평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2학년 김○○)
독립선언서를 보고 있으면 모든 말에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다. 그건 나로 나 혼자만의 세상이 아닌 모두의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말을 통해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나는 또 다른 배움을 얻었다. 경쟁을 추구하는 이 세계에서 공동체를 생각하라는 말이 무척 어렵고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차피 이 세상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지금도 함께이고 모두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조금은 더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조상에게, 그리고 나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3학년 김○○)
그들이 꿈꾼 나라, 새봄이 찾아와 얼음과 눈보라를 몰아내고 새생명을 살리는 나라는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나라다. 그들은 '그들이 꿈꾼 나라'를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냈다. 그들이 그들의 손과 몸에 묻힌 자신의 피, 그들은 씻겨나가지 않는 그 피와 낫지 않는 상처를 안고 만세를 부르고 세상을 만들어갔다. 나는 그들에게 지금의 이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3학년 김◇◇)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그 의미를 모둠에서 함께 살펴본 후 학생들은 그 속에 담긴 가치를 찾아내고 표현하였다. 소감문에 쓴 학생들의 말처럼 3·1운동 당시의 사람들은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꿈꾸었고,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동등하게 사는 세상을 원했을 것이다. 교사가 그 가치를 입으로 강조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독립선언서를 읽고 알아차렸고 친구들과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3·1운동에 대한 자세한 지식과 의미를 학습한 것은 아니지만 새 학년 첫날 계기교육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은 그 정도였다. 그 수업을 제안하고 진행한 나로서는 첫 시도의 결과로 나름 만족했다.
수업이 모두 종료된 직후에, 정보교과 교사가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새로 전입해온 교사라 모르는 분이었지만 그분의 메시지는 짧지만 감동적이었다. 이런 격려와 응원이 더 받고 싶어져서인지 전체 교사들에게 수업 감사 메시지와 함께 교사의 수업소감도 부탁드려보았다. 소감을 많이 보내주셨는데 그 중 몇 개만 소개해본다.
본 수업은 3·1운동에 담긴 보편적 가치를 학생뿐만 아니라 수업에 참여하였던 타 교과 교사들도 이해할 수 있었던 수업이었다고 생각한다. 깊이 있는 앎, 지식으로 연결되지 않았더라도 학교교육공동체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가치가 드러난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 더 깊이 있는 접근은 역사교과에서 고민하여 수업해야 할 것이다.
3·1운동 수업과 관련하여 몇 가지 생각과 제안을 덧붙여본다.
3·1운동은 전국에서 벌어진 운동이다. 그러므로 거의 모든 지역에는 저마다의 3·1운동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지역 이야기가 담긴 3·1운동 수업을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학교가 있는 고양시도 행주나루터 선상 시위, 일산 탄현 지역 시위 등 이야기가 풍부한 곳이며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지역의 3·1운동 이야기를 듣고나서 놀라워하고 자부심 느끼기도 한다.
3·1운동이라는 명칭에 대한 탐구활동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몇몇) 학생들이 하는 오해 중 하나가 3월 1일에만 있었던 만세운동이라는 것이다. 3·1운동이 3-4개월 이상 지속되었고 각 지역마다 시기의 차이가 있다면 이 운동을 과연 3·1운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지, 그리고 3·1운동이라고 부르는 데는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지 등을 생각해보는 활동도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역사 교과 첫 수업용 "3·1운동을 통해 본 역사란 무엇인가" 수업 구상도 필요하다고 본다. 보통 역사교과 첫 수업은 한 학기 수업 안내와 ‘역사란 무엇인가’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삼일절 직후 맞이하는 첫 수업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를 3·1운동을 소재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3·1운동 참가자에 대한 당시의 기록과 현재의 평가를 비교하며, 시기를 달리하여 역사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3·1운동에 담긴 보편적 가치를 생각했을 때 창체 활동과 같은 범교과적인 수업접근도 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까지 이런 수업은 없었다! 역사수업인가, 창체인가" 그것의 시도가 방금 소개한 “성사고 학교교육공동체가 함께 한 3·1운동 계기교육”일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수업 시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