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는 독립운동가,
친일부역자는 친일부역자,

만나書 ② : 박시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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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일 갈등이 증폭되면서 ’일제강점기‘ 관련 영화나 책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국민 역사 만화로 자리 잡은《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저자 ‘박시백’ 화백님의《35년》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이번 <역사교육 126호>의 ‘만나書’ 코너에서는 전국역사교사모임의 팟캐스트 ‘역사유랑단’에 게스트로 출현한 ‘박시백’ 화백님을 만나《35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였다. / 편집부 ※ 역사유랑단 진행자 : 박래훈, 차경호, 김종민, 전영갑


1. 일제강점기를 다룬《35년》, 어떻게 작업하셨나요?


역사유랑단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끝나고 몇 년 만에《35년》작업을 시작하신거죠?


박 시 백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끝나고 바로 ‘작업을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끝나고 나서 곧바로 개정판 작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별로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제가 작업하면서 공을 들였던 게《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연표》였어요. 제가 ‘조선왕조실록’을 공부하면서 작성한 노트를 다시 압축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책입니다. 조선사에 관심이 있고, 조선사의 특정 부분에 관심이 있다면, 제 책의 연표를 보다가 찾아가서 보면 되거든요. 안내서 역할로 사람들에게 필요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 작업이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그러고 나서 ‘어쨌든《35년》 작업을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작업 속도가 더디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콘티 작업(이야기를 그림에 옮기는 작업)에 들어가게 되니까, 속도가 붙고 지금은 정신없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웃음)


역사유랑단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실록’을 기본으로 하셨을텐데,《35년》은 기본으로 하는 텍스트나 참고하는 자료는 무엇이 있을까요?


박 시 백 《친일 인명사전》과 60권에 달하는《한국독립운동의 역사》를 기본 텍스트로 했어요. 그걸 기본 텍스트로 하게 된 이유는 그게 가장 잘 되어있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 사건에 대해서 교수나 연구자들의 시각이 다를 수 있어, 그 책으로 가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하여 참고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연구자가 돼서 ‘3.1운동’을 연구한다고 하면 정말 오래 걸리겠죠. 일제강점기 35년 전반을 다루는 데, 연구하듯이 정말 완벽주의를 기한다면,《35년》은 못 그린다고 봐요.


역사유랑단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보면서 느낀건데, 1권에서 20권까지 가는 과정에서 약간 스타일이 변하신 게 있잖아요.《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나《35년》에서 사람을 그릴 때 상상으로 그려야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이럴 때 어떻게 그리셨나요?


박 시 백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경우에는 ‘실록’에 외모에 대한 묘사가 한 줄이라도 들어간 경우들이 있습니다. ‘수염이 많았다.’, ‘수염이 붉은색이었다.’ 등. 그거면 그것만 잡아주면 되죠.《35년》의 경우에는 웬만한 인물들은 사진이 남아 있고요.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냥 ‘느낌’으로 그리죠. 우리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이미지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 모르게 비슷하게 그리죠. (일동 웃음)


역사유랑단 역사라는 게 해석이 다양하고 논란이 있기 마련인데, 《35년》을 쓰시면서 ‘이 사건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하는 선택의 순간이 있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박 시 백 (생각) 음- 별로 없었어요. 사실로 확인된 얘기들이고, 저는 사건을 ‘해석해서 이야기한다’ 보다 사건을 ‘요약해서 보여준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고민한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역사유랑단 《35년》을 작업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나요?


박 시 백 항상 공부하는 것이 어렵죠. (일동 웃음) 그리고 스토리를 구성할 때 정보가 우선이니까 정보를 담아내야 하는데. 그렇다고 정보를 다 담아내기만 하면 되는 건 아니고, 그나마 재미는 없다 하더래도 ‘책장 넘기는 건 어렵지 않게 해줘야 한다’라는 건 있으니까. 그렇게 작업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2.《35년》을 통해 ‘일제강점기’를 묻다.


역사유랑단 《35년》을 작업하시면 참고한 기본 텍스트 가운데《친일 인명사전》이 있잖아요.《친일 인명사전》을 책에서 다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요?


박 시 백 (생각) 어쨌든 ‘35년의 역사에 대해 안다’라고 하는 것은, 그 시대의 중요한 두 축이 있잖아요. 하나는 ‘나라를 빼앗겼기 때문에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라고 생각한 ‘독립운동가’. 또 한가지는 그와 같은 환경하에서 침략자에 대해서 협조하면서, 결국은 자기 일신의 영달을 추구한 ‘친일부역자’ 같은 사람들이 분명하게 존재하죠. 그런데 뭐 다 알다시피 우리는 해방 이후에 ‘친일부역자’에 대해서 단죄하지 못했죠.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들을 청산한다는 것은 뭘까? 그 후손들을 감옥에 보내겠습니까? 재산을 다 몰수하겠습니까? 안 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산다고 봤을 때, 어쨌든 나라의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최소한 ‘역사의 평가’라고 하는 것이 있어야, 그들의 삶에 대해서 후손들이 온전하게 대우하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서 자기 한 몸 바쳐 싸운 사람들은 그렇게 기억해줘야 되고. 또 전혀 그렇지 않게 정반대로 나라는 제껴놓고, 많은 동족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면서 자기와 자기 집안을 부흥시켰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넌 그렇게 해서 그렇게 된 거야’ 정도는 후손들이 알아주는 게 그 사람들에 대해서 제대로 대접하는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일동 감탄)


역사유랑단 저는 ‘일제강점기’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이 물어봐요. ‘친일파’ 어떻게 처단해야 되요? 저는 대답을 못 했거든요. 근데 작가님이 저에게 명쾌한 답을 준 것 같아요. 역사적으로 기록하고 평가하는 게 중요한 거라는.



역사유랑단 저희가 학교에서 ‘일제강점기’를 가르칠 때 10년 단위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35년》은 5년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요. (7권 완간 예정) ‘박시백’ 저자님의 관점에서 참신하고 새롭게 시대구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책 안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 때문에 5년으로 나눈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박 시 백 (생각) 처음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말씀하신대로 10년 단위로 구성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2권은 1910년대, 3~4권은 1920년대, 이렇게 가려고 생각하다가 너무 숫자가 많아서 좀 그렇더라고요. 안 그래도 제목도 ‘35년’인데. 그래서 5년 단위로 가보자. 그런데 5년으로 나누고 보니 미세한 차이가 있더라고요.

1910년대를 놓고 본다면 1910년대 전반은 항일 투쟁이 활발했고, 1910년대 후반은 국내도 국외도 잠잠하고 위축된 시기입니다. 그 이유가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일본과 러시아가 같은 연합군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에서건 중국에서건 당국에게 일제가 조선의 독립운동에 대해서 진압 요구를 당당하게 할 수 있던 시기였어요. 이렇기 때문에 독립운동이 굉장히 위축된 시기였어요. ‘아- 1910년대도 그 안에서 다르구나.’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도 우리는 1910년대가 끝나갈 때 ‘3.1운동’으로 촉발되는 과정에서 그 시대의 특징이 있잖아요.

1920년대도 보니까 전반과 후반에서 다른 점이 있어요. 전반에는 우리가 다 투항이 되긴 하지만 사회주의가 막 형성이 되었고, 여러 가지 형태로 활동하죠. 그러다가 1920년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조선공산당’이라고 하는 당을 건설하고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나름대로 구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보다 보니까 5년 단위로도 구분되지 않았나 싶어요.


역사유랑단 기존의 시기 구분과 다르게 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아요. 새롭게 5년 기준으로 나눠서 봐야 하니까.


박 시 백 지금까지는 괜찮았는데, 6~7권 콘티 작업을 하니까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게 있어요. 1936년에서 1940년, 1941년에서 1945년 작업을 하면서 37년에 ‘중일전쟁’이 있고, 그러면서 ‘총동원체제’가 되잖아요. 41년에 ‘태평양전쟁’이 시작되면서 더 강화되긴 하지만 쭉 이어지는 부분인 거죠. 그래서 ‘중일전쟁’부터 1945년까지 하나로 쭉 갔으면 좋겠는데, 이걸 5년 단위로 쪼개서 가려다 보니 작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역사유랑단 아무래도 ‘중일전쟁’부터 해방까지 다룰 내용이 많으니까 아예 8권까지 가는 건 어떨까요? (일동 웃음)


박 시 백 1936년~1940년 부분은 기존보다 얇을 수 있는데, 1940년~1945년의 내용은 좀 두툼할 것 같아요. 왜 두툼해지냐면은 재미없겠지만, 우리가 귀에 조금이라도 들어본 사람들의 친일 활동을 상세하고 재밌게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 사람이 이러이러한 친일 행동을 했다’는 것을 펼쳐보자는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아마도 ‘친일의 대향연’이 나올 거에요. (일동 감탄)


역사유랑단 그런데 저는 화백님이 《35년》이 재미없다고 얘기하시는데, 저는 동의할 수 없는 게 일제강점기가 학교에서 수업하기 되게 어렵거든요. 아이들이 역사 포기하는 때가 일제강점기를 공부할 때에요. 솔직히 일제강점기를 이만큼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고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인물도 많았고, 정말 많은 걸 느꼈어요.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재미없는 책은 아니에요.



역사유랑단 《35년》에 인물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잖아요. 저희가 이거 방송하기 전에 5권까지 총 몇 명 나왔는지 세봤는데, 주요 인물이 약 1,000명 나오는 거에요. (일동 감탄) 지금까지《35년》을 작업하시면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 혹은 인상 깊었던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박 시 백 (깊은 고민) 언뜻 더 있겠지만, 지금은 ‘최재형’ 선생이 생각나요. 이 분이 함경도 출신이고 아버지가 노비잖아요. 어릴 때 러시아로 건너가서 고생하며 살다가, 그 이후에 자리 잡게 되는데. 참 경이로운 게 뭐냐면 ‘조선시대’에 ‘노비’라고 한다면, 나라로부터 받은 게 1도 없는 오히려 원한만 가득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어린 나이에 연해주로 건너가서 자기 조국에 대한 기억도 선명치 않을텐데, 이 사람은 돈을 벌자마자 그 돈 가지고 조선사람들을 위해 학교도 세우고, 망명 온 사람들을 지원하고 같이 싸우고, 이런 과정이 ‘참 독특하다, 훌륭하다’ 차원이 아니라 ‘어떤 것이 저런 걸 만들까?’, ‘민족이란 게 정말 뭘까?’ 이런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어요. (일동 감탄)


역사유랑단 《35년》을 작업하면서 약 1,000명 정도의 인물이 나왔는데 그중에서 ‘친일 부역자’들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잖아요. 혹시 그 가운데서 화백님도 새롭게 알게 된 ‘친일 부역자’가 있을텐데, 그 사람들 가운데서 ‘오 이런 사람들도 있었나?’ 하는 인상 깊은 ‘친일 부역자’가 있었나요?


박 시 백 (깊은 생각) 지금 떠오른 사람이 ‘김동한’. 이 사람은 ‘간도협조회’를 만들고 그 당시 해외 무장투쟁세력에 대해서 이간질하고, 체포하고, 고문하고, 투항시켰죠. 그리고 그들을 다시 훈련 시켜서 침투시키고 이런 일을 했던 사람인데, 이 사람이 이력이 굉장히 화려하거든요. 처음에 ‘러·일전쟁’에 들어가서 러시아 정식 군인이 됐다가 ‘볼세비키’가 됐다가 ‘볼세비키’ 중에서도 ‘트로츠키’의 이쁨을 받아요. 그런데 ‘트로츠키’가 유대인이잖아요. 이 사람이 ‘반유대인 운동’을 하는 바람에 감옥에 갇혔다가 나와서, 만주 군벌들과 손잡고 거기서 한몫하다가 또 러시아 군대에 체포되어 일본에 넘겨집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친일의 길’로 가게 되요. 어쨌든 굉장히 전투의 경험이 화려하고 어딜 가서든 자기 자리를 찾을 줄 아는 사람이잖아요. 근데 그렇게 친일의 길에 들어섰을 때, 그의 행보라고 하는 것은 목숨 걸고 하는 ‘친일’이거든요. 왜냐면 우리가 흔히 ‘밀정이다’ 하는 사람을 보면 쉬울 것 같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목숨 걸고 하는 일이에요. 들키면 독립군들한테 바로 죽거든요. ‘김동한’이라는 사람은 아예 독립군의 반대편에 서서 부대를 조직하고 공작 사업을 하고, 항일무장투쟁을 와해시키는 것을 생의 목표로 했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이 목숨을 걸고 그래서 대단한 대접을 받았냐. 기껏해야 상사 정도 급으로 대접받고 그쳐요. 물론 그 이후 항일무장투쟁과 싸움에서 결국 죽습니다. 그래서 그쪽에서 동상도 세우고 추모 집회도 하고, 나중에 아마 ‘야스쿠니 신사’에도 갔을거에요. 이런 대우를 받긴 하지만 재능도 빼어난데 불구하고 정말 목숨 걸고 친일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되게 많더라고요.

이렇게 신념에 기초해서 ‘친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자기 이해 때문에 ‘친일’ 행동을 하다 보니까 계속해서 자기 합리화를 하고 나중에 신념화되는 사람도 있고. 이런 걸 보면 ‘사람은 참 특이하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박시백 화백(가운데)와 전역모 팟캐스트 '역사유랑단' 진행자들


3.《35년》과 ‘박시백’ 화백님에 대한 그 밖의 질문들


역사유랑단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보면서 항상 작가 후기 즐겨봤는데, 작업하시면서 건강검진 때문에 가끔 늦어지는 걸 봤습니다. 작품이 끝나고 나서 바로 이렇게《35년》을 작업하시는데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박 시 백 뭐 안 괜찮아도 원래 부실한 인간이라서 감수하고 작업하고 있는 거고요. 그렇다고 특별하게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웃음)


역사유랑단 항상 건강하십시오. (일동 웃음) 화백님이 계셔서 저희는 행복합니다~


역사유랑단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끝나고 바로《35년》을 하고 계신데요, 혹시《35년》이 끝나고 나서 다른 시기의 작품을 내실 예정이 있으신지. 예를 들면 고려사 만화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 시 백 ‘현재로선 없다.’ 항상 이렇게 대답합니다. 일단 남은 기간《35년》을 잘 해야죠. (생각) 음- 저는 어렸을 때 만화가를 꿈꿨을 때 일반적인 만화를 하고 싶었고, 그중에서도 약간 SF적인 것을 하고 싶었는데 (일동 환호) 점점 그 기회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이제는 감도 없고 창작적인 스토리도 옛날 같이 안 떠오를 것 같고. 그래서 아주 그만둘건지, 혹시 남아서 뭐라도 시도를 해볼지. 꼭 SF를 한다는 게 아니라, 예컨대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정도로 지금은 미래에 대한 설계가 없습니다. (일동 탄식)


역사유랑단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님이 고려, 해방 후 3년, 현대사 등 다 하셔야 된다고 생각해요. (일동 웃음)

역사유랑단 최근에 한・일간의 관계가 안 좋아지고, 그러면서도《반일종족주의》가 화두가 되면서 소위 말하는 ‘식민지근대화론’이 다시 나오고 있죠, 그러면서 ‘조선이라는 나라는 망해서 없어져야 하는 나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화백님이 생각하는 ‘조선’, 어떻게 보시나요?


박 시 백 저는 ‘조선’이 ‘더 일찍 없어져야 하는 나라’라고 봅니다. (일동 탄식) 예컨대 임진왜란 전에 ‘율곡 이이’가 ‘지금 이 나라는 개국한 이래 1~200여 년이 지나면서 모순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이를 경장(更張)하지 않으면 반드시 무너지고 말거다.’라는 얘기를 20년 동안 일관되게 얘기합니다. 율곡 이이가 이황과 비교되면서 성리학자로 많이 얘기되지만, 그만큼 개혁정치가로서 일관되게 얘기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매우 빼어난 사람이었죠.

어쨌든 ‘임진왜란’이 됐건, ‘병자호란’이 됐건, 나라가 바뀌거나 전쟁 끝나서라도 세력교체가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그게 안 됐죠. 그리고 바닥 끝까지 간 게 ‘세도정치’라 생각합니다.

물론 ‘대원군’ 때 그런 새로운 경장(更張)과 도약이라고 하는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사람이 세계사적 흐름을 못 느끼고, 개혁 자체가 조선 초로의 복귀 정도 느낌이라고 하는 것에서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당시 ‘일본’과 ‘러시아’가 다 조선을 탐내고 있었는데, 그들의 적절한 세력 균형 하에서 ‘조선이 나름의 스스로 개혁하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라고 물어보면 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한 나라가 작정하고 어떻게든 우릴 점령하려는 나라였고, 그 나라가 ‘일본’이었습니다. 당시 ‘사회진화론’자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반일종족주의》를 지지하거나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조선이 약하니까 먹히는 게 당연하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만약에 그런 나라가 옆에 있지 않고 우리가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 있었다면, 좀 더뎠을지 몰라도 조선이 나름 찾아 나서지 않았을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동의가 안 됩니다.

특히《반일종족주의》를 안 읽어봤지만, 뉴스에서 소개되는 얘기를 봤을 때, 이를테면 그들은 자료에 근거해서 말한다는 건데 물론 그런 자료도 있겠죠. 그런데 ‘일제’가 망하기 전에 각 부대 단위, 혹은 지역 단위에서 자료를 얼마나 많이 폐기했나요. 약점이 될만한 자료들을 다 폐기하고, 남아 있는 자료들 가운데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가지고 역사를 그렇게 해석하는 것에 대해 화가 납니다. 더더군다나 무엇보다 할머니들이 계시잖아요. 그럼 이 할머니들의 증언이라고 하는 건 뭡니까? 문서 속의 자료만 신뢰하고, 진짜 살아남아 있는 사람들의 실제적인 경험을 무시하는 건 참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역사유랑단 역사를 하는 사람들. 역사교사가 됐건 교수가 됐건, 자료 속에 보여지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관점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역사유랑단 혹시 역사교사에 대한 당부, 부탁 있을까요?


박 시 백 여기 계신 역사 선생님들도 그렇고. 덕분에 제가 역사 선생님들 많이 만나게 됐고, 술도 같이 많이 먹고. (일동 웃음) 굉장히 다들 에너지가 넘치고 역사교육에 대한 자부심, 책임감이 굉장히 강하시고, 정말 즐겁게들 열심히 공부하고 하는 걸 보면서 ‘참 대단하시다.’ 생각이 들어요.

가끔 강의 같은 걸 가보면 역사 선생님들이 학생들 데리고 참가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예전에 국정교과서 사태 때도 보면 대부분 역사 선생님들이 역사에 대한 안목이 뚜렷하고,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참 행복하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 제가 감히 뭐 당부하거나 혹은 드리고 싶은 이야기 같은 건 없습니다. (일동 웃음)


* 만나書는 <역사교육> 책이야기 내 코너입니다. 책의 저자를 읽고 책을 만나다라는 컨셉으로 진행되는 저자 인터뷰 코너입니다. 전역모 회원 선생님들에게 저자와의 만남을 더불어 함께할 기회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다음 겨울호에도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본 인터뷰는 전국역사교사모임 공식 팟캐스트 <역사유랑단>에 방송된 일부를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 방송을 들어보시면 더 깊고 재밌는 박시백 화백의 말씀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고, 구독-추천-좋아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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