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미국의 눈으로 본
세계질서와 그 방향성

- <헨리 키신저의 세계질서>, 헨리 키신저, 민음사, 2018.

/ 신세영(경기 김포제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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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을 읽게 된 이유



나는 새 학기 첫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고 평가해야 하는 것인지를 살펴보자는 말을 함께 하면서 학생들에게 역사의 3요소를 소개한다. ‘시간, 공간, 인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얘기하면서, 역사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한국사를 가르치면서 동시대적인 상황이나 관점을 함께 살펴보기가 힘들었다. 우선 학생들이 세계사적 관점이 부족했기 때문에 배경지식으로 얘기를 하려다가 오히려 과부하과 된 경우도 있었다. 사실 한국사를 가르칠 때도 세계사적 관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 전쟁은 한국사뿐만이 아닌 당시 미국과 소련, 중국, 북한과의 상황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5년 차로 처음으로 고등학교 세계사 수업을 맡게 되었다. 학생들의 경우 중학교 역사 수업에서 세계사를 배웠지만, 진도로 인하여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나 역시 1년간의 중학교 2학년 역사 수업에서도 진도 상 한국사를 나가다 보면, 세계사는 4대문명, 중국사, 서양사 중간에서 그치고 말았던 것 같다.) 그래서 세계사를 가르치게 되면서 고민이 추가 되었다. 고등학교의 세계사의 경우, 지역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듯하지만, 서양사를 중심으로 근현대가 구성되어 있다. 또한 내용지식이 줄어든 듯하나, 여전히 많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에 과연 어디까지 가르쳐야 할 것인가와, 이외의 상황 등등에 있어 여전히 고민은 진행 중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이 책을 권유받게 되면서 세계 질서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1969년 닉슨 행정부와 포드 행정부에서 국무 장관을 지냈으며, 1973년에는 베트남전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헨리 키신저이다. 레알폴리틱(Realpolitik, 현실정치)의 신봉자로서 소련과의 데탕트를 주도했고, 중국과의 관계 재개, 파리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는 등 미국의 외교 정책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저자는 역사학자가 아닌 현실 세계의 정치인이자 정치학 교수, 그리고 미국인이라는 시선을 통해 세계 질서의 역사를 소개하고, 미국의 중심으로 세계 질서의 향후 방향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2. 여러 가지 세계 질서와 베스트팔렌 조약


이 책은 서론과 함께 크게 9장으로 소개 되고 있다. (1.유럽: 다원적 국제질서, 2.유럽의 세력 균형 체제와 그 종말, 3.이슬람교와 중동: 무질서의 세계, 4.미국과 이란: 질서에 대한 접근법, 5.아시아의 다양성, 6.아시아의 질서를 향해:충돌이냐 협력 관계냐?, 7.“모든 인간을 위한 행동”:미국과 미국의 질서 개념, 8.미국:양면적인 초강대국, 9.기술, 균형, 그리고 인간의 의식) 우선 서론부터 세계 질서가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세계 질서’는 존재한 적이 없었으며 우리 시대에 질서로 통하는 것은 약 400년 전 서유럽에서 구상되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베스트팔렌에서 체결된 평화 조약에서 구성되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서론부터 여러 파트에서 베스트팔렌 조약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다. 이 조약은 서로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고 전반적인 세력 균형을 통해 서로의 야심을 억제하는 독립적인 국가들로 이루어진 체계에 의존하는 것이다. 세계 공동체라 불리는 현대의 글로벌 베스트팔렌 체제는 개방 무역과 안정된 국제 금융 시스템을 조성하고, 공동의 국제 분쟁 해결 원칙을 수립하며, 전쟁 발발 시 전쟁 행동을 제한하기 위한 국제법 및 조직 체계로 이루어진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세계의 혼란스러운 특징을 감소시키려고 애써 왔다고 본다.


그런데 베스트팔렌 원칙들이 현재 사방에서, 때로는 세계 질서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도전받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질서는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세계 질서 체계든 지속 가능하려면 지도자들뿐 아니라 시민들도 그 체제가 공정하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두 가지 진실을 반영해야 하는데 첫째는 자유 없는 질서는 일시적 고양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그 질서와 균형을 이루는 세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우리는 이러한 시대를 경험한 적이 있다.) 두 번째 진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질서 체계 없이는 자유를 보장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국제질서에 대한 모든 역사적인 접근 방식이나 현재의 국제 정세를 형성하고 있는 모든 국가들은 다룰 수 없기에 현대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질서 개념을 갖춘 지역들을 다루고자 했으며, 우리 시대에 세계 질서를 추구하려면 독립적인 현실을 살아온 여러 사회의 인식을 다루어야 하는데 다양한 역사적 경험과 가치를 어떻게 공통의 질서로 만들 수 있는가가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역사에 대한 기본 배경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기 어려울 듯하나, 역사 선생님들께서는 관심 있는 지역과 주제에 대해선 흥미 있게 읽어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사를 가르치면서 서아시아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3, 4장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읽었다. 그리고 미국 국무장관이자 정치교수였던 사람의 입장에서 미국인이 쓴 미국의 질서가 무엇인지 가장 궁금했기 때문에 7, 8장을 읽으면서 미국의 입장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3. 글을 마무리하며


이 책은 미국의 시각에서 세계 질서를 분석했다는 점을 바탕으로 읽어야 한다. 특히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적어도 나와는 다른 입장이었다. 또한 아시아에 대한 분석에서도 일본, 인도, 중국을 중심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시각(한국 전쟁의 언급과 분석은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아는 내용이지만, 또 다르다.)은 부족하다. 미국이 건설하게 된 배경이 미국인들을 관점을 만들었다. 미국인답다는 세계 질서에 대한 인식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는 인간의 진보를 대표할 민족이다. 그러니 누가, 무엇이 우리의 행진을 제한할 수 있겠는가? 신이 우리와 함께 있기 때문에 어떤 세속적인 힘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우리 미국 국민은 새로운 대륙에 국가의 토대를 놓을 수 있도록 허락받았습니다. (중략) 우리가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국가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어떤 의무도 회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구상의 다른 국가들보다 훌륭하다는 사실로 인해 위대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책임을 가진 국민에 어울리는 행동을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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