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수업과 교육과정
어제-오늘-내일을 말하다

기획-역사교사 4인의 세계사 교육 특별대담

대담자들(오른쪽에서부터-이유경, 전혜영, 이성호, 윤세병 선생님)

>> 편집부 정리

많은 교사들이 2018 역사과 개정 교육과정(2015 개정교육과정의 2018 부분 개정)에서 눈에 띄는 변화로 중학교 <역사1>을 꼽는다. 앞으로 역사교사와 학생들은 <역사1>을 공부하는 한 해 동안 세계사를 중심으로 공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앞두고 세계사 교육과정과 수업에 대한 역사교사들의 고민을 더욱 깊어졌다. 통상적으로 중학교 2학년 때 <역사1>을 공부하도록 편성한다면, 2021년은 역사교사들에게 세계사 교육이라는 과제를 두고 씨름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세계사 교육과 관련한 깊은 고민과 다양한 실천을 쌓아왔다.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는 그것의 귀중한 결실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2019년 11월~12월,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의 개정 증보판 출시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역사교육>은 ‘세계사 교육의 어제/오늘/내일’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개최했다.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의 집필진인 이성호(서울 배명중), 윤세병(동북아역사재단) 선생님과 현장에서 세계사 수업을 즐겁게 나누고 계신 이유경, 전혜영 선생님의 대화를 정리했다. 세계사 교육에 관한 고민, 대안, 실천에 관한 뜨거운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일시 : 2019.11.23.(토) 18:30~20:30
장소 : 전국역사교사모임 사무실(제기동, 4층)
참가자 : 이성호(서울, 중학교), 윤세병(동북아역사재단), 전혜영(대구, 중학교), 이유경(대구, 고등학교)
사회 : 문순창(역사교육 편집부)



▮어제▮ <살아있는 세계사>의 출간, 2007-2009 개정 시기 세계사 교육


역사교육 세계사 교육과 관련한 이야기, ‘어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그동안 꾸준히 세계사 교육의 대안에 관한 고민, 현장 속에서 쌓아온 실천들을 남겨왔다. 대표적인 것이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휴머니스트)의 개발과 출간이 아닐까 한다. 이성호, 윤세병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일단, <살아있는 세계사>의 개정 증보판 출간(2019.11.)과 관련해 짧은 소회와 달라진 점을 소개해주시면 좋겠다.


이성호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가 2005년에 나왔다. 2019년이 됐으니 올해로 14년이 지난 셈이다. 14년이 됐으면 이제 책을 그만 찍어내야 맞다(일동 웃음). 개정증보판의 머리말을 새로 쓰면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더 나은 많은 대안들이 나와서 이 책이 역할을 다하고 사라지는 것 자체가 우리가 원했던 방향이었다”는 말이다. 뭐, 사실 그동안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학습용 서적, 교사가 참고할 수 있는 서적 등 많고 다양한 세계사 교육도서들이 선보였다. 그렇지만 또 이렇게 대안교과서라는 형식으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고할 수 있는 책은 또 그렇게 흔하지 않더라. 그래서 ‘개정 및 증보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모임으로부터 받게 되어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하라면 해야지.(일동 웃음)

일단 오류들이라든가 지적받은 부분들이 꽤 많았다. 증보판을 내며 고쳤다. 그리고 그것만큼이나 신경을 많이 쓴 점도 있다.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근현대사 부분들은 그 때 당시에 우리가 보던 세계 모습과 현재의 것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2권이 가장 현재의 모습까지 다루잖나. 그러다보니 (2005년) 당시 썼던 서술과는 다르게 보강하고 수정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단원, 11단원은 아예 다시 썼다.

그러다보니 2권이 많이 늦어져서, 마지막 교열을 지금 보고 있다. 다음 주 월요일(2019년 12월 2일)에 마지막 교정이 출판사에 넘어가면 그것까지 반영해서, 아마 조만간, 2권도 나올 것 같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극우 민족주의가 대두하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제시하면서도, 그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를 반영하려 했던 거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사실 그리 많지는 않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촛불 혁명을 통해서 정권을 바꾼 것, 그 자체가 세계사적으로 의미가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윤세병 : 30대 초중반이었던 것 같다.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집필 작업에 참여했던 때 말이다. 집필진들이 3년 작업을 했다. 김육훈 선생님께서 이 작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주신 이후 작업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일어난 것은 2002년도 겨울쯤이었다. 본격적으로는 2003년~2005년, 이 기간 동안 작업을 하였다. 당시에 배움책, 학습지, 각종 출판물 등 모임의 축적된 성과들이 나타나던 시기이기도 했었다.


역사교육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집필 작업 중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지금 봐도 참 만만치 않은 작업인 것으로 보이는데?


윤세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료가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사 외의 역사를 구성하려고 할 때 쓸 수 있는 나라가 어딜까?”라고 한다면, 중국 정도는 쓸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중국도 그렇고 다른 지역이나 문명권 역시 자료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렵게 자료를 구하고 공부한 후 집필 했던 게 기억난다. 실제로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출간 이후에 나온 세계사 교과서를 살펴보면, “아, 너무 카피한 거 아니야?”라는 느낌도 받는다. 예를 들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지역은 참고할 수 있는 책이 없지 않나? 그러다보니 태국 부분을 서술할 때 자료가 없어서 출랄롱콘 왕이 재건한 차크리 궁전의 사진을 넣었는데, 이후 세계사 교과서에 태국 파트에서는 차크리 궁전만 나오더라.(일동 웃음)

집필을 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것은 ‘서양 중심-중국 부중심’을 깨는 방향을 지키면서, 한편으로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또한 ‘교과서스럽게’ 하자는 거였다.(일동 웃음). 그리고 이것을 보면 알겠지만, ‘비주얼’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면서도 글의 맛은 살려야 했다. 요구사항이 너무 많았다(웃음). 당시 집필진들은 “10년은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자”고 서로 이야기하곤 했다. 관점도 서술도 그렇고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도들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것 같다. “이것보다 훨씬 더 좋은 책이 나와서 이게 사라져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뿌듯함 이면에 약간의 씁쓸함도 있다.


역사교육 오늘 자리에 모신 다른 선생님들은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언제 접하셨는지, 그리고 또 현장에서 세계사 수업을 준비하시고 교재연구하실 때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이유경 02학번이다. 임용고시 준비하면서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접했다. 굉장히 충격이었다. 읽기 자료도 너무 새롭고 재밌고 해서 공부하는 기간 내내 ‘힐링’을 받았다는 느낌? 기존의 세계사 교과서는 재밌지도 않고, 내용이 너무 많아서 빽빽하니 숨도 못 쉬게 만드는데, 이 책을 보면서는 숨을 쉴 것 같은 거다. 그래서 “현장에 가면 이런 책으로 수업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실제로 했었다. 책에서 던져준 ‘생각할 거리’들을 수업에서 활용해서 활동지에 넣기도 했다.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지도나 사료가 큰 도움을 줄 때도 있었다. 책이 나온 지 14년이 되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중간에 한 두 번 쯤 개정판이 나올 줄 알았다. 그래서 기다렸는데 안 나오는 거다!(일동 웃음) 앞서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길 이 책이 없어지고 새로운 책들이 나오기를 바라셨다지만, 전 “만약 이 책이 업그레이드 됐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실 이 책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계속 활용한다. ‘아이폰’ 같이 말이다.


역사교육 자, 지금 “세계사 대안 교과서의 아이폰이다”라는 말씀이 나왔다(일동 웃음). 전혜영 선생님도 이어서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전혜영 저도 임용 준비하는 기간과 발령받을 때 책을 처음 봤다. 우선 제목부터가 너무 재밌었다. 단원별로 뽑은 제목들도 참 감각적이어서 눈에 잘 들어왔고 그림이 많은 것도 재밌었다. 특히 본문 뒤에 붙은 ‘여성의 역사’나 ‘청소년의 역사’ 등 같은 쪽글도 참 재밌어서 수업시간에 학습지에 활용하거나 이야기에 녹아내기도 했었다. 교과서는 뭔가 딱딱한 느낌이 있지 않나? 그에 반해 술술 읽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역사교육 이성호, 윤세병 선생님께 다시 여쭙고 싶다. 이 책이 우리 세계사 교과서에 미친 영향 혹은 출간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특히 ‘2007 개정 교육과정’을 작업할 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이성호 앞서서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칭찬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 책의 출간에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가 있었다. 그 책이 먼저 물꼬를 터서 세계사에서도 대안 교과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다. 우리 역사교사들이 만드는 책은 수업에 실제로 썼으면 해서 만드는 책들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 “앞으로 이런 식으로 세계사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마음을 담아서 쓴 것이기도 했다.

2007 개정 교육과정에는 전역모 소속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셨다. 그러다보니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쓴 집필진과도 소통이 됐었고, 집필진 중에서도 교육과정에 참여하신 분도 계셨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집필 중에 생각했던 새로운 세계사 교육의 모습 같은 것들을 교육과정 모임에 가서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 어떤 부분은 반영이 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지역 세계가 형성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이를 통해 점차 세계화 되어 가는 식의 논리 구조 같은 것들 말이 다. 사실 이런 논의 자체가 예전부터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실제로 그것을 반영하는 과정에서는 “그런 것들이 가능한가?”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럴 때 “그것은 가능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모델이 이 책이 되어주었지 않았을까 싶다.


윤세병 책이 나온 지 10년쯤 됐으면 자축하고 기뻐할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 시기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였다. 그러다보니까 우리가 (교학사 검정 역사교과서 및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전투하느라 너무 바빴던 거다. 그러다 보니 깊이 있는 대안적 논의나 실천을 쌓아올 시간이 없었던 거다. 모든 시계가 다 멎어 버렸다. 싸우느라 유보되었던 거다. ‘잃어버린 10년’.(일동 웃음)


역사교육 2007 개정 교육과정 자체도 시행되지 못하고 사라지면서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의 성과도 현실화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참 안타깝다. 그렇게 보면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집필할 당시의 노력을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단원이나 큰 틀을 짜는 자체가 큰 공부와 고민이 엄청 필요했을 것 같다.


이성호 저희도 잘 몰라서…. 세계사를 다른 틀로 본다는 것 자체 말이다. 논문이든, 다른 실천 사례든 하는 것을 계속 들여다보고 공부하면서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라고 합의가 된 다음에야 단원을 짜고 구체적인 집필 작업에 들어갔던 거다. 처음에 가장 많이 봤던 게 근대의 문제, 유럽 중심주의, 국민국가의 문제 이런 것들이었다. 하여튼 이론적이고 어려운 것들을 많이 봤던 것 같다. 지금 만들어진 세계가 유일한 세계이긴 하지만, 그것이 만들어지기 위해 사라졌던 여러 가능성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살려냄으로써 우리가 다른 대안들을 기획하거나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바에 대해 감을 잡는 거다. 나아가 그런 가능성들을 살리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함께 고민했다. 개인적으로는 괴로운 점도 있었지만 공부는 꽤 했다.(일동 웃음)


역사교육 갑자기 궁금해진다.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참여하는 학자들의 입장 말이다. 세계사를 공부하고 전공한 학자들에게 더 나은 세계사 수업을 위한 대안적 구상을 기대하긴 어려운 걸까?


이성호 그 분들은 못하는 게 아니라, 그러한 지점에 대해 관심이 덜 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사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에 대해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드물 거라 생각한다. 거의 없는 것 같다. 그 분들도 그 분들 나름대로 자기 전공 공부하고 여러 작업 하시느라 바쁘신 분들이라 중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어떻게 쓸 것인가를 정말 집중해서 하시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건 늘 교사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세계사 수업과 교육과정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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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 ‘서양 중심-중국 부중심’을 극복하는 것, 고대-중세-근대와 같은 발전적 세계사관에서 탈피하는 것은 세계사 교육이 당면해왔던 큰 숙제였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2007-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전근대의 경우 ‘문명과 지역 간의 교류’라는 코드로 구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에서 세계사 수업을 그동안 나누어 보시면서 이러한 구안에 대한 나름의 평가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각 선생님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이유경 : 중학교 아이들에게 세계사를 가르칠 때에 너무 내용이 많아서 어떤 내용에 ‘포커스’를 둬야 할지, 또 무슨 목적으로 수업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학생들이 이 세계사 내용요소를 왜 배워야 하는지 이유를 찾게끔 하는 데 스스로도 큰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용의 나열에 질린 아이들은 포기해버리기도 했고 말이다.

서양사를 가르치고, 중국사를 가르치면 중간에 보이지 않는 공백들이 많지 않나? 아이들은 이것을 연결을 못 시키는 거다. 문명에 따른 교류의 지점을 다루면서 그 사이 사이를 연결해보려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똑똑한 아이들은 “이건 왜 그래요?”하고 질문을 던지는 지점이 이러한 교류사 혹은 문명 간의 접점에 관한 내용에서 질문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런 시도가 참 마음에 들었다, 지리적인 영역에 관한 사고가 많이 확장됐다 해야 하나? 단지 유럽 중심적인 세계관에 입각해서 내용을 배우고 그랬는데, 이 틀의 공백을 채워줄 ‘각국사’가 들어오니 세계 지도가 펼쳐지는 느낌으로 아이들이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역사교육 : 아이들이 세계사적 인식이 생겼단 말씀으로 들린다.


전혜영 : 저는 다른 말씀을 좀 드리고 싶다. 문명 별로 끊어서 나가다보니 연속성의 측면에서 원래 취지와는 무관하게 유럽사-중국사-이슬람사 이런 식으로 나가게 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진도 문제, 둘째는 같이 하는 선생님과 합의 문제 등으로 말이다. 그러니 순서대로 나가기보다는 따로 끊어서 수업을 했던 것 같다. 또한 이슬람사(서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생각과는 별개로 실질적으로 못 가르치게 되는 경우도 생겼던 것 같다. 유럽 중심-중국 부중심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중학교 3학년에는 근대로 넘어가다보니 유럽 세계의 지리적인 확대나 절대왕정을 배우지 않고는 뭔가 연결이 안 될 것 같았다. 이슬람사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고 시간을 내어 하고 싶은데, 진도가 늦어지면 못 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수업으로 충분히 담지 못했다. 원래의 의도와 달리 학교 현장에서 이와 같이 하시고 계신 선생님들이 많으신 것 같기도 하다.


이성호 :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유럽 중심-중국 부중심이 문제는 있지만, “나는 그렇겐 못 가르치겠다”하는 역사교사들의 견해도 많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전의 서사대로 회귀해버리는 식의, 사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익숙하지 않고 새로운 것은 아무래도 불편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체계적으로 그렇게 배워본 적도 없다. 그러니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교과서 이상 수준은 어려운데, 교과서는 앙상한 서술만 되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런 접근이 큰 틀에서 보자면 지역에서 문명이 생겨나고, 문명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다시 유라시아 대륙이 하나로 합쳐지며 제국이 되고, 제국들이 세력 다툼을 하는 과정들이 있었다. 이런 측면에 주목한 역사교사들은 이러한 서사와 틀을 가지고 그 의미를 찾아 수업을 고민하시겠지만,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만 보고서 그런 의미를 찾아 수업을 하시기는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잡다한’ 내용까지 가르쳐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건 현재 우리 역사교육의 수준인 것이기도 하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세계사 교육의 대안적 내러티브가 계속 나와야 한다. 어렵더라고 계속 수업하시고 고군분투하시는 분들의 성과 혹은 수업 사례 같은 것을 통해 좀 더 깊어져서 조금 더 나아지고 그것을 통해 나아가야 맞을 것이다. 그런데 어렵고 역사교사들의 반응이 안 좋으니까 다시 회귀하는 것,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34_세계사.JPG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에서는 ‘맵 인포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이 시도되었다. 지도 위에 사람을 얹는 형태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윤세병 : (책을 실제 펼쳐 보여주며)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권에서는 ‘맵 인포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해서 지도 위에 사람을 얹는 형태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읽는 교과서를 넘어 ‘보는 교과서’의 장점을 더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일종의 공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다. 보통의 경우는 그림이 ‘네모 칸’에 갇혀 있지 않나.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는 이 '네모 칸'을 해체하고자 했다. 이게 굉장히 큰 변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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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출판사에서 이 제안을 가지고 왔을 때엔 정말 황당했다. 이러한 과감한 디자인 탓에 글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거다(웃음). 2권 같은 경우는 근현대사라 포토몽타주 기법으로 넣었다. 세계 2차 대전의 경우, 히틀러의 폭격-레지스탕스 같은 이미지를 함께 넣어 사건의 특징을 잘 살리는 효과를 기대했다.

이렇게 보면 작업 전반에 저자들이 합의한 일정하게 합의한 어떤 생각들이 깔려있었던 것 같다. “선생님들이 수업할 때 구체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말이다.


▮오늘▮ 2015 개정 교육과정 내 세계사 교육에 대한 평가와 진단


역사교육 역사과에 있어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진전이기 보다는 퇴행 혹은 논란인 교육과정이었던 것 같다. 세계사의 경우 이전과 달리 ‘지역별(동/서양 등) 서술 체제로 복귀’, ‘각국사’라고 불렀던 역사를 더 소략하게 기술하거나 삭제’한 것이 큰 변화였던 것 같다. 여기 계신 윤세병 선생님은 2015개정교육과정(세계사)에 대하여 ‘학습부담 경감으로 포장된 역사교육의 퇴행’이라는 취지로 지적하는 글을 회보에 게재하시도 했다. 2015 개정 세계사 교육과정(중학 ‘역사’, 고등 ‘세계사’)에 관한 선생님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전혜영 세계사 교과서나 교육과정을 구안하는 학자나 연구원들에게 유럽사, 중국사가 매우 중요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희 아이들에게 서양사는 인도사나 똑같은 외국의 역사일 뿐이잖나. 유럽사를 많이 배우고 인도사를 적게 배우면 마치 서양사가 중요하고 인도사가 덜 중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세계사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구성이 역사에 대한 관성적인 인식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각국사’라고 주변화 되는 문명과 나라들의 역사에게도 유의미한 지분을 주게 되는 경우에는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구성이 아이들에게 주는 의미도 매우 크다. 자연스럽게 문명과 문명, 나라와 나라 사이에 교류와 상호작용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사’를 등한시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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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병 제가 관련해서 �역사비평�에 쓴 글에 나온 표현이긴 한데, ‘매우 편한 방식으로 약자들을 구조 조정했다.’고 표현을 했다. 혹시 고등학교 계시는 선생님들 중에 2015개정교육과정의 고등 세계사 같은 내용구성(유럽 세계-동아시아-인도 등 지역 별로 나누어서 가르치는 형식)이 어떤 경우에 주로 나타날까? 입시지도 마지막, 수능을 앞두었을 때 흔히 그렇게 구성해서 가르친다(일동 동의 및 웃음)

세계사에 대한 2015 교육과정 개정 당시 이유를 가만히 들어보면 “학생들이 고등학교 세계사를 어려워해서 선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여기 숨겨진 의도를 살펴보면 “수능공부 하기 편하게 개정해 달라”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수능에는 출제되는 일정한 지분이 있다. 그것에 맞게 각국사의 분량을 조정하고자 한 거다. 시안에 보면 ‘현장요구를 많이 반영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교육철학이 전혀 배제된, ‘수능보기 유리한 방식’으로 개편한다는 것인데, 이건 참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역사교육 생각해보면 ‘EBS 수능특강 세계사’ 교재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었던 것 같다.


윤세병 맞다. 고3 교실에서 수능특강 볼 때를 대비해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만들자고 하니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이성호 2015 역사과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라면, 나름의 완결성과 비전, 이것을 통해서 어떤 세계사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인지 등이 나타나야 할 텐데…. 물론, 그것을 구현하는 과정이 힘들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한 시도조차 나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고, 그런 점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행정편의주의적인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심지어는 무성의 해보여서 좀 부끄럽게 느껴졌다.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가르치기에 내용이 너무 많다는 현실론적인 불만만을 반영한 체, 무성의한 방식으로 예전으로 회귀하는 것 같아서 매우 염려가 되었었다.


전혜영 앞서 지적하신 2015개정교육과정의 세계사 개편의 논리를 말씀하시는 분들이 착각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바이기도 한데. 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세계사를 선택하는 이유가 입시를 위한 선택과목이어서 라는 이유도 있지만 많은 아이들은 세계사 자체가 좋아서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만약 그 학생들에게 그러한 교육과정이 얼마나 지루하고 실망이 크겠는가.


역사교육 연결해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중학교의 경우 이전에는 대체로 중1 사회 시간에 세계사를 배웠지만, ‘통합역사’(중학 �역사1�,�역사2�)가 되면서, 한국사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 제대로 교육되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그렇게 중학교에서 세계사를 덜 배운 상태에서 고등학교에 올라온다. 선택과목인 �세계사� 과목의 위상은 선택률이라는 수치로 대표된다. “이렇게 세계사를 모르는 학생이 많아져도 좋을까?”라는 질문이 반영하는 현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이야기 해보았으면 한다.


이성호 그 부분에 대해선 역사 선생님들이 스스로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역사 선생님들 중 상당수는 자신을 ‘역사 교사’로 자리매김한다기 보다는 ‘한국사 교사’로 자리매김 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학교는 사회과로 묶여있던 그 편의적 방식이 남아있어 교사 수급 상황 상 사회 선생님이 세계사 부분을 담당하는 경우도 많고, 이를 역사 선생님들도 은근히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세계사 교육이 충분히 의미 있게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구조적 문제와 교사 스스로의 반성 역시 필요해 보인다.



▮내일▮ (가칭) 2018 개정 내 중학 ‘역사’에 대한 전망과 고민


역사교육 이제는 ‘내일’로 넘어가 보자. 현직교사 선생님들께 여쭈어 보고자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2018 부분개정), 속칭 2018 역사과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중학 ‘역사1’의 경우, 전 학년을 통으로(대체로 중2) 세계사 수업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관해 역사 선생님들 간의 생각의 차이도 존재하는 것 같다. 현장 중학교 학생들과 세계사 수업을 나누어야 하는 교사 입장에서 어떤 느낌과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이성호 저는 세계사 교육을 계속 해왔었다. 저는 한국사에서 근현대사로 넘어가면 뭔가 정서적 압박 같은 것이 느껴져서, 세계사를 선호하는 편이다. 세계사는 한국사가 주는 역사적 중압감으로부터 좀 자유롭고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기 편하고, 다양한 이야기 거리가 많고, 최근에는 다양한 교수자료들이 많아 교사 입장에서도 신선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다. 그리고 학생들도 한국사 보다는 세계사를 새롭고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라면 유의미한 지향점 내지는 그럴싸한 형식이나 틀이 필요할 것 같은데, 세계사 교육에 관한 철학이나 큰 비전이 보이지 않아 좀 안타까웠다. 물론 다음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수정될 것이라 본다.


전혜영 저는 벌써부터 너무 걱정입니다. 세계사 뿐 아니라 한국사에 있어서도 고1을 가르칠 때 이 아이들이 얼마나 알고 올라올까? 특히 입시 등 여건으로 인해 10월에 진도를 마쳐야 하는 중학교 3학년의 경우, 한국 전근대사를 조선 중기 정도를 공부하는 것이 그칠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매우 큰 걱정이다.


이성호 모든 것이 포맷된 상태에서 올라온다고 생각하시면 된다.(웃음)


이유경 앞서 이성호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3시간을 통으로 세계사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한다. 현재의 방식으론 진도에 쫓겨 세계사 교육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세계사를 중학교 2학년 때 ‘통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 교사가 재구성하기도 좋고, 놓치지 않는 부분도 많아 좋을 것 같다. 사실 한국사-세계사 간의 통합이라는 것도 이전의 교과서와 같이 “두 파트가 형식적으로 같은 교과서 내에 있다는 것만으로 통합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셰계사의 맥락에서 한국의 역사를 연결하는 등 교사가 나름대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통합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교사가 공부를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혜영 현장의 역사교사들은 일단 저항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기존의 방식이 아니니까 말이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 현장교사들을 위해서 다양한 도움 자료나 교재, 연수들이 많아지면 세계사 교육에 대한 부담을 덜고, 더 좋은 방향으로 녹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사교육 2007 개정 교육과정의 긍정적인 유산을 되돌아보자. ‘국사’에서 ‘역사’(중학 ‘역사’)로 바뀌었다는 것이 있고, 무엇보다도 실질적인 ‘통합역사’를 지향하고자 했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위 2018 역사과 개정 교육과정 내 중학 ‘역사’의 경우, 한국사와 세계사의 내용요소는 ‘분권화’되게 되었다. 2007, 2009 개정 교육과정 내 세계사 교육이 시도했던 통합적 시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도 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전혜영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다. 왜 세계사와 한국사를 따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따로 구분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 오해가 아닐까 한다. 사실 한국사도 세계사에 포함되는 것이지 않나? 앞서 지적한 부분들은 세계사 수업을 할 때 한국사 내용을 충분히 반영해서 재구성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오히려 이렇게 세계사 수업을 강화한 것이 역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데 더 잘된 것이라 생각한다. 세계사를 공부하고 다음 해 한국사를 공부할 때 더 이해가 잘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역사1�에서는 세계사를 프롤로그 수준으로 배우고, �역사2�에서는 한국사를 배우며 역사를 심화해서 이해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더 좋은 방향일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을 ‘차단’이라 말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는 생각이다.


이유경 중학교 세계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고등학교 �세계사�의 선택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학교 세계사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통합역사 과정에서는 의도와는 달리 한국사 중심으로 다루어지게 되는 측면이 있어서 세계사 교육이 잘 안 되는 지점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사1�에 세계사 교육을 위치시킨 것은 세계사 교육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라 좋다고 생각한다.


이성호 무조건 통합이 늘 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 배우는 상황에서는 가지를 조금 쳐놓고, 나중에 배운 지식을 중심으로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2007 개정 교육과정이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학교에서 전근대사를 세계사와 한국사를 배우고, 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를 통합역사를 하는 식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능하면 그런 방식으로 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런 면에서 분권자체는 문제라 할 수 없는데, 문제는 짝이 잘 안 맞아 보인다는 것이다. (각 학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도 �역사1�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배우게 될 것인데, 이 아이들에게는 근현대 세계사를 이해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 그 부분이 양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역사2�에서 공부하는 한국사 부분은 전근대사가 압도적이다. 이 둘의 간극을 채우기가 힘들 것 같아 보인다. 실제로 통합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이해하기는 전근대보다 근현대가 적합한데, 한국사의 근현대사가 없어진 부분 등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윤세병 서양사를 보면 유럽이 보이지 국가가 안 보일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봉건제, 르네상스, 종교개혁, 계몽주의, 시민혁명, 세계대전, 냉전 등 유럽은 국가가 아닌 서사로 역사를 구성해 왔던 거다. 이 방식들이 나름의 응집력을 가지고 역사교육을 통해 공유되어 왔잖나. 이제는 이런 방식의 고민들을 한국사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령 고려와 조선의 경우, ‘체제정비-사회의 동요-중흥’과 같은 서사구조가 공식처럼 되어있다 이러한 왕조사 중심의 서사를 언제까지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답답한 점은 교사 스스로 개론서의 서사구조를 해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변하지 않으면 교육과정이 바뀌어도 큰 변화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의 예를 들어본다면, 동아시아 개항의 경우 한·중·일을 엮어서 하나의 서사로 기술을 했다. 1894년의 경우도 동아시아 차원에서 진행된 흐름이라는 측면에서 서술을 했다. 그런 점에서는 역사교사의 자율성이 현재 널리 공유되고 있는 ‘관성적인 서사구조’가 변화시키는데 발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교육 마지막으로 질문이다. 세계사 수업을 꾸려나가기 위해 오늘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역사교사들을 위해 어떤 지원이나 도움이 필요할까?


이유경 일단 세계사 교육 관련 내용 지식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낀다. 가르치고 싶어도 내용을 모르니까, 이번에 모임에서 ‘핫’했던 러시아사 직무연수 같은 연수를 기획되거나 자료집 발간 같은 것들도 필요하다고 본다.


역사교육 연수와 관련해서는 이런 고민도 있는 것 같다, ‘각국사’의 나열이라는 차원에서 연수가 많이 만들어진다고 할 때, 이런 것들이 역사교사들의 수업에 구체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것보다는 세계사를 보는 눈이나 내용들을 연결시키는 관점이나 맥락 같은 것들을 구체적인 사례로 나누는 연수가 필요한 것 같다.


이성호 일단은 사범대 교육과정에서부터 세계사 교육과정에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지 않나. 사실 사학과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사란 과목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가르쳐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 연구자 분들이 나와 주셨으면 좋겠다. 세계사가 각국사의 총합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냥 서양사의 한 부분을 연구하고 이런 게 아니라 뭔가 의미 있는 걸 뽑아내서 다양한 서사로 만들거나 꼭지로 제공하는 것이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세계사 영역에서) 그걸 뽑아낼 수 있는 가능성은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이다. 이런 접근처럼 우리나라 중등 교육에서는 어떤 맥락으로 세계사 교육과정을 구성할 것인가 논의가 심도 있게 이루어지고 구성되어야 정상적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

선생님들은 당장 학생들을 만나서 수업을 해야 하니까 공부가 좀 필요하다. “선생님들이 참고할 게 없어 어렵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제 생각은 조금 다르다. 교수들은 자기 전공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는 사람이지만 교사는 깊이 있게 공부 못하잖나, 두루두루 얇게라도 꿰서 말해 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넓을 박(博)’ 자의 박사(博士)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정도의 공부를 할 수 있는 책들도 요즘은 찾아보면 꽤 많이 나와 있다. 세계사 지식이 부족 하다 싶더라도, “이 소재를 가지고 아이들과 무슨 얘기를 할까”같은 고민을 갖고 준비를 하면 “내용을 잘 몰라서 못 가르치겠어”란 고민에서 조금은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공부는 필요할 거 같다. 전공서적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윤세병 전국모임이든 지역모임 차원에서의 ‘연구 근육’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내 모임들 물론 지역 단위에서도 선생님들 간의 연구 모임을 더욱 활성화해서 연구 역량을 복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세계사 관련 수업 모임이나 연구 모임이 매우 적은데, 이는 참 아쉬운 현실이기도 하다.


이성호 그래도 어쨌든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역사교사들이 세계사 수업 자료를 만드시는 등 열심히 시도하시고 계시니 많은 선생님들이 더 힘내셨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세계사 수업을 선호하는 편이다. 한국사에 비해선 무게감이 덜 하잖나. 그렇기에 논의점이 굉장히 넓기도 하다. 그래서 세계사 수업에 ‘맛 들리신 분’들은 그걸 계속하고 싶어 한다. 내용 요소의 ‘가지’가 풍요롭기 때문이다.

한국사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의 경우 기본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건 굉장히 어려운거 같다. 그에 비하면 세계사는 훨씬 더 자유로운 지점이 있다. 오히려 교사들이 자유롭게 대안을 만들어내면 그게 제도화 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왜냐면 세계사 교육에 관해 역사 교사만큼 천착해서 고민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역사교사들이 실질적인 의견을 내어놓는다면 그 자체가 구체적인 대안으로 다루어질 것이다.

<세계사>의 내용요소가 방대하다는 측면은 축복이면서도 동시에 재앙일지도 모른다. 이걸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지는 것밖엔 없다. 검정교과서라곤 하지만 나오는 교과서들 보면 천편일률적이고 교육과정 문서와 거의 유사하게 나오곤 하지 않나. 이래가지고는 세계사 교육의 상상력을 키우기엔 굉장히 어려울 거라 본다.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다양한 교과서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어떤 교과서는 중국사, 유럽사 식으로 구성하고 또 다른 어떤 교과서는 과감한 주제식 구성으로 서사를 새롭게 제공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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